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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Oct 30. 2023

상담자에게 요구되는 성격 특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수용하는 능력을 계발하기

If You Want to Be a Therapist, Watch This | Being Well Podcast - YouTube



로리 고틀립, 테리 리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담자가 출연한 팟캐스트 에피소드입니다. 상담자가 되기 위한 길에 서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지만, 이미 상담자로서 활동하는 사람도 다시 한 번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상담자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성격 특성은 무엇일까요.


이 에피소드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상담자들은 한결같이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거나 계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의 수용


상담 과정은 불확실성의 연속입니다.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상담 목표를 설정한다 하더라도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과 같아서, 그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둘 중 누구도 정확히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정신역동 심리치료의 대가인 낸시 맥윌리엄스가 이야기하듯이, 상담자는 그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가능한 한 최선의 방법을 동원하려 합니다.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상담자의 특성은 내담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상담의 치료 효과를 저해하기 쉽습니다. 사실 내담자 스스로도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른 채 상담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자의 이론적 지향에 따라 상담의 구조나 방향이 조금 더 명확해질 수는 있지만, 어떤 이야기도 허용되는 수용적인 분위기라야 내담자가 돌고 돌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예측과 통제를 중시하는 구조화된(매뉴얼화된) 심리치료의 효과성에 의구심을 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내가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듯이, 치료방법이 적절하고 유익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얼마나 표준적인 기법을 따르느냐가 아니라 내담자가 얼마나 자유롭게 말하고 자신의 진정 고통스러운 감정을 내보이며 치료에 깊이 몰입하느냐라고 배웠다.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불확실성을 수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를 지향점으로 삼는 상담자의 태도가 내담자의 자율성과 상담에 대한 동기를 고취하며 상담 효과를 높입니다.


취약해질 수 있는 용기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 역시 자신의 취약성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상담은 수평적인 관계입니다. 즉, 상담자 역시 불완전한 인간일 뿐입니다. 테리 리얼은 농담반 진담반 '주 40시간 심리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서 상담자를 정의합니다. ==상담자도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그 불완전함과 취약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내담자를 보다 진실하게 대하려고 먼저 용기를 냅니다.== 일례로 내담자의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을 때, 모르겠다고 말하며 내적 경험을 공유합니다.


"저는 제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당신이 뭔가를 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저에게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 [[수용전념치료 배우기]]


상담 전문가로서 무언가 제대로 된 대답과 반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느끼며 아무말이라도 하기 쉽습니다. 특히 내담자가 문제라고 느끼는 부분에 대한 해법을 물어볼 때 그렇죠. 저도 이런 우를 종종 범하지만, 내담자에게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는 것이 베테랑 상담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더욱이, 상담자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진실성이고, 상담자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내담자도 ~인 척하기보다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수를 만회하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노력  


I allow myself to make mistakes. I trust myself to be able to repair.  - Elizabeth Ferreira 
나는 내가 (내담자와의 관계 안에서)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는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내 능력을 믿는다.


상담에서 상담자의 실수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실수로부터 배우기라는 심리치료 책도 있을 정도일까요. 다만 실수가 발생했을 때 내담자에게 진실하게 사과함으로써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상담자의 능력은 상담에서 오고간 언어적 내용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려면 앞서 언급한 불확실성의 수용과 취약해질 수 있는 용기가 모두 필요합니다. 즉, 사과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취약해지는 것이 가능해야 합니다.


더 많이 만족하는 내담자일수록 상담자가 그들의 관계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물었고, 방어하지 않고 경청했으며, 상담자가 잘못하고 있다고 내담자가 생각하는 것을 기꺼이 들으려 했으며, 상담자가 실수하거나 내담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내담자에게 사과했다고 보고하였다. -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접근]]


유치원을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한테 종종 잘못을 저지릅니다. 상담자이기 전에 저도 불완전하고 때로는 미숙하기도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아빠가 ~해서 슬펐지. 미안해."라며 아이에게 직접 사과합니다.


상담에서 상담자의 실수로 인해 관계의 갈등이나 균열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면 관계가 보다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자로서 나는 이런 덕목을 얼마나 지니고 있나


사실 저는 예측하여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입니다. 취약해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드를 올리면서 살아온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제 인생에 찾아 온 이후로는 예측과 통제가 가능하지 않은 영역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하면서, 자신의 삶을 상당 부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과 이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별의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삶이 제 의지와 관계 없이 저를 겸손하게 만들고 있지만, 상담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불확실성과 취약성에 자신을 개방해 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를 통해서 내담자에게 고통스러운 감정을 꺼내도 괜찮다는 안전한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내담자가 어떤 얘기, 어떤 감정이라도 꺼내는 것이 괜찮다고 느낄 만큼 내담자의 마음에 귀를 열 수 있었으면 하고, 내담자와의 관계에 균열이 발생했을 때 진정성 있게 사과함으로써 내담자를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상담을 하면서 이런 부분이 잘 되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가 더 많습니다. 아직까지는요. 하지만 지향점을 잘 유지하고 다른 베테랑 전문가의 조언도 참고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애쓴다면 실제로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원문 url: https://blog.naver.com/clearermind/223249847609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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