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는 그 형태가 무료건 유료건 간에, 치료자와 환자가 긍정적이면서 서로 존중하는 작업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러한 관계가 없다면 환자가 치료자를 믿고 자기 삶 속에 묻혀 있는 감정의 '노다지'를 이곳저곳 파도록 맡긴다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 - [[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영국 정신과 전문의 린다 개스크의 책을 읽다가 발췌해 옵니다.
모든 기술적 제약이 제거되어 인공지능이 인간 심리치료자와 치료 효과성 면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 날이 온다고 가정할 때, 과연 사람들이 인간과 AI 중 어떤 치료자를 선택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즉, AI를 신뢰하면서 AI에게 치료를 받고자 할까요?
2022년 12월에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에서의 결과는 아래 인용한 바와 같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샘플을 표집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천차만별일 것 같긴 하지만 참고할 만합니다.
미국 성인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인공지능에 의존하여 질병 진단 및 치료법 추천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보다 훨씬 적은 비율(39%)이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임상심리학자 David Tolin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약 내가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컴퓨터로 대체한다고 말하면 아마 당신은 불행해할 것입니다."라고 톨린은 말합니다. "컴퓨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불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치료사에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출처
미래를 현재 관점으로 예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틸노트 챗봇이 하는 말처럼 가까운 미래(그게 5년 후인지 10년 후인지 불명확하지만)에는 인간 심리치료자가 여전히 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언젠가 심리치료에서의 치료자와 환자 사이의 긍정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작업 관계의 일부 측면을 더 잘 재현할 수 있게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심리치료에 필수적인 긍정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작업 관계의 창출이 AI에게 큰 도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인간의 감정의 미묘함과 진정한 공감 및 신뢰의 발달이 현재 기술 능력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다른 개인의 감정 상태를 깊게 연결하고 이해하는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은 가까운 미래에 인간 심리치료자가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 수행하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리치료가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있지만, 여전히 미답의 영역이 많습니다. 치료의 이론적 지향에 관계 없이 일반적으로 심리치료는 효과적입니다. 다만 치료 기제에 대한 파악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치료 과정의 필수 구성 요소와 심리 치료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요인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효과적인 심리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인공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 출처
기제가 더 명확히 밝혀지고 이를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처음에 말한 것과 같은 문제, 즉 심리치료 효과의 대전제가 되는 신뢰 관계 형성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원문 url: https://slowdive.tilnote.io/pages/65d18900c8ecac8926cbc43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