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영어 콘텐츠 요약 뉴스레터 #23
https://lilys.ai/digest/526088?s=1
토론토 대학교의 의대 교수인 Andrea Furlan이 인터뷰이로 참여한 유튜브 영상입니다. 주제는 만성 통증을 치료하는 법입니다.
저는 MRI에서 확인된 추간판 돌출이 세 개나 있습니다. 만성 요통 환자입니다. 만성 통증 환자라고 해서 늘 통증을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지내다가도 어느 날 불쑥 불청객처럼 찾아와서는 한동안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러다가 사라지고, 다시 찾아오기를 반복하는 게 만성 통증입니다.
만성 통증에 대한 최신 지식은 신체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예측하여 대비하려는 뇌의 특성이 만성 통증의 주요한 원인임을 지목합니다. 위 영상에서 Furlan이 드는 비유가 이에 대한 찰떡같은 이해를 돕습니다.
Furlan은 만성 통증은 이를 테면 집에 불이 난 게 아니라 경보 시스템이 고장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실제 신체 구조상의 심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치 그러한 결함이 존재하는 것처럼 뇌가 오지각함으로써 통증이라는 시끄러운 알람이 울려대는 때가 많다는 것이죠. The Pain Management Workbook을 쓴 Rachel Zoffness도 정확히 같은 얘기를 합니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쓴 리사 펠드먼 배럿이 강조하듯이 뇌는 예측하는 기계입니다. 즉, 무거운 물건을 들어 허리를 삐끗하여 요통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물건을 들면 허리에 무리가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내수용 감각[^1]에 대한 오지각으로 이어져 통증 경험을 야기합니다.
실제로 과거에 삐끗하여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는 만성 통증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가령, 노인 중에 허리에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 중 소수만 만성 통증을 경험합니다. 과도하게 위협에 대비하려 하는 중추신경감작(Central Sensitization)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즉, 통증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서 통증과 무관한 자극도 통증으로 오지각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만성 통증은 실재합니다. 통증이 얼마나 삶의 질을 저해할 수 있는지 겪어 본 분이라면 알 겁니다. 다만 몸의 구조적 이상이 있다기보다 뇌가 너무 민감해진 결과로서 별것 아닌 자극도 통증으로 지각하고 있다고 관점을 변화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몸의 구조적 이상에 의해 통증이 야기된다는 생각에 따라 통증을 유발할지 모르는 작업이나 움직임을 피하려는 행동(fear-avoidance behavior)을 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통증이 야기됩니다. 이런 행동이 사소한 자극도 뇌의 오경보 알람을 울리게 만들며 통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Pain Reprocessing Therapy(PRT)에서는 대부분의 만성 통증이 구조적 문제가 아닌 뇌에서 생성되는 오경보 알람이라는 개념을 환자와 공유합니다. 또한 통증 감각에 대한 뇌의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두려워하는 신체 활동에 점진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돕는다거나 통증을 증폭시킬 수 있는 심리사회적 위협(가령, 힘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 함양을 돕는 것 같습니다.
대조 집단을 둔 연구에서 1년 후에도 PRT의 치료 효과가 유지됨을 확인했습니다.
존 사노는 이미 1970년대부터 통증 경험에서 심리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역할이 팔할 이상임을 강조한 재활의학과 의사입니다. 그 때문에 동료들의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존 사노는 직면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스트레스 요인을 피할 수 있게 돕는 효과적인 대처 기제가 통증이라고 말하면서, "통증보다는 문제의 진짜 원인인 나의 정서적인 면에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어떤 신체 동작도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PRT에서 강조하는 것과 대동소이합니다.
존 사노는 연구자가 아니라 임상가에 가까웠기 때문에 연구 결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존 사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쌓여 왔습니다. 특히 요통이 허리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거나 외과적 처치를 통해 요통이 완화된다는 근거는 적습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 및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할 때 통증이 증폭될 수 있다는 근거는 많아 보입니다. 감정과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뇌의 영역이 통증을 지각하는 뇌의 영역과 정확히 같다고 보기도 하고요.
만성 통증 중에서도 요통 때문에 괴로운 날을 경험할 때가 종종 있는 분은 존 사노의 통증 혁명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요통이 사라졌다는 간증이 많고, PRT에서 통증에 대한 재개념화가 통증 완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개연성도 있어 보입니다.
끝으로 통증의 심리적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구조적(물리적) 손상이 실제로 중대하여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의를 만나 MRI를 비롯한 body scan을 할 필요가 있음을 재차 강조합니다. 특히 급성 통증이 그렇죠. 의사마다 같은 MRI를 두고서도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의사를 만나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실 테고요.
[^1]: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은 심박수나 체온, 감염 여부, 혈당수치, 혈액 농도와 같이 우리 몸의 생리학적 상태를 감지하는 것인데, 목마름과 같이 우리가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다." - 출처
원문 url: https://psy101.stibee.com/p/23/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