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감을 느끼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법
한국에서 30만 부가 팔려 작년 11월에 스페셜 에디션이 나오기도 했던 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절이 출연한 팟캐스트 에피소드 입니다.
원서 부제는 '부, 탐욕, 행복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교훈'입니다. 한글책 부제는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이고요. 출판사의 목적 달성에는 성공한 것 같지만, 책의 내용을 집약한 원서의 부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네요.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긴 합니다. 소득 대비 지출의 비중을 줄이고 저축하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할 것 같습니다. "부란 벌어들인 것을 쓰고 난 후 남은 것이 축적된 것에 불과하다.",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진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은 후회가 적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책 전체 맥락의 일부가 아닌가 합니다. 즉, 이 책은 돈 그 자체보다는 삶을 마주하는 태도에 관한 책입니다.
인터뷰를 들어보면 저자의 중시하는 것은 통제감입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망하는 경제적 자유도 돈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궁극적으로는 돈이 있음으로 인해 강화되는 통제감을 얻기 위함이라는 해석입니다. 저자는 돈이 많으면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져서 원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원하는 시간 동안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긴다고 봅니다. 이런 경제적 자유는 자신의 삶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선사하며 삶의 만족감을 높일 테고요.
하지만 저자는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통제감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CEO들은 많은 돈을 벌지만 하루 종일 일정에 쫓겨다니며 실제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통제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합니다.
돈이 통제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돈을 통해 어떻게 통제감을 얻고 유지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호스트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통제감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재정적 독립을 예로 들며 독립의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이며 통제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령, 지금 돈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해서든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해서 내일 하루의 끼니를 준비하고(넷플릭스 드라마 조용한 희망 1화 참고), 가능한 한 돈을 조금씩 더 모아서 선택지를 넓혀 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저축하는 각각의 1달러는 미래를 위한 자산의 일부를 의미하며, 어느 정도 독립성을 제공합니다. 천 달러처럼 적은 금액이라도 저축하면 즉각적인 재정적 부담 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청구서를 지불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불렛 저널로 유명한 라이더 캐롤은 생계를 위해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어느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하면서 스스로가 처한 최악의 상황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며 더 나은 일자리를 얻고자 했던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일상을 정리하는 체계적 방식으로서의 불렛 저널 시스템이기도 하고요.
요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율성을 발휘하여 삶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고, 돈이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번 돈을 잘 지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축 및 투자하고 검소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삶의 후회를 줄이려면 통제감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치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하고, 그 우선순위에서 보통 돈보다는 가족과의 관계, 운동, 수면, 정신적 명료함 등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유튜브 에피소드에서는 돈 얘기보다 사실 이 얘기를 훨씬 더 많이 합니다.
인간은 행복하도록 진화하지 않았고 여느 동물처럼 번식을 위해 진화했습니다. 돈이나 지위 추구를 번식을 위한 자원 확보 경쟁으로 해석하면서 삶의 만족은 그런 본능적인 속성에서 올 수 없음을 강조하네요.
"만약 내일이 죽는 날이라면, 어떤 후회가 남을지 고민하게 되며, 그것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식상하죠. 의사들이 운동하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식상합니다. 하지만 후회가 적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운동 실천을 빼놓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치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수 있게 돕는 as if 질문을 그냥 넘기지 말고 진지하게 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용전념치료에서 묘비에 새겨질 문구를 작성해 보며 스스로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것과 비슷하죠. 삶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쉽고 빠른 길(shortcut)을 찾으려 하거나 관성처럼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때 오히려 시간을 허비하고 만족감에서 더 멀어진다고 보는 것 같아요.
만약 한 달 안에 갑작스레 죽는다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제일 후회가 될 것 같아서, 올해 내내 아이들과의 관계나 제 양육 태도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여 간단한 통계를 내는 중입니다. 이렇게 하면서도 조금만 바빠지면 다시 아이들과의 관계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네요. 일, 그리고 일해서 버는 돈이라는 게 생존과도 직결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잘 안 된다고 해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가도 다시금 본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모건 하우절은 하루하루를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돈 자체보다 돈을 통해 얻는 자율성과 선택권이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말합니다. 또한,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는 통제감 유지뿐 아니라 가치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돈보다 가족, 건강 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쉽고 빠른 길을 찾기보다 삶의 가치에 집중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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