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 저자의 영어학습 방법에 공감이 많이 되어, 이 책에 나온 예문을 틈틈이 따라 말해보는 중입니다.
그런데 5000번 소리내어 말하면 이 책 제목처럼 영어가 터질까요.
10문장을 각기 10번씩 따라 하면 100번입니다. 100번 따라 말하는 데 대략 20분 정도 걸린다고 가정하면, 5000번 소리내어 말하는 데 1000분입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대략 16-17시간입니다.
17시간 따라 말해서 영어가 터질까요. 고작 17시간으로 영어가 터진다면 대한민국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영어에 돈을 그렇게 쏟고 있진 않을 겁니다.
굳이 수치를 계산해서 비현실성을 밝히는 게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다. 이 책을 까고자 했다면 굳이 이 책 예문을 보고 따라 말하고 있지 않겠죠.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5000번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목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보고 많은 사람이 저처럼 영어 문장 따라 말해 보기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 소수는 170시간, 나아가 1700시간 영어로 말하는 데까지 성공할 겁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거 한다고 되겠어.'라는 회의적인 시각으로는 될 것도 안 됩니다. '안 될 수도 있지만 일단 그 길이 맞는 것 같으니 해보자. 그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찾아보자'라는 마인드셋이 중요하고, 이런 면에서 뭐라도 시작해 보는 것이 가만히 있는것보다 나을 때가 많습니다.
5000번 소리내어 말한다. 영어가 안 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다.가 저의 생각입니다.
아래는 개인적인 이야기라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1년 8개월 동안 스피킹 매트릭스라는 유명한 회화 교재를 1분 말하기부터 3분 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들여 따라 말했지만 입이 안 트였습니다. 그 책을 마친 게 23년 10월쯤입니다. 이 책 마치면 영어가 방언처럼 터질 줄 알았는데, 실제 대화에서 여전히 고장난 레코드 판처럼 I.. I... 맴도는 자신을 보며 실망감과 좌절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남들은 6개월-1년만에 영어 유창하게 한다던데, 나는 뭐지. 그만 해야 되나. 그런 생각도 분명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냥 뭐라도 계속 영어로 말했습니다. 전공 원서를 낭독하기도 하고, 챗지피티와 아무말이나 영어로 대화해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팟캐스트 호스트가 하는 말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24년 3월부터 5월까지 입을 열지 않았던 기간을 빼면 회화를 완전 놓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콩글리시일지언정 자신감 잃지 않은 채 외국인과 1시간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free4talk 같은 사이트에서 영어 배우는 다른 나라 학습자들과 시간 제한 없이 이야기나눌 수 있거든요. 제 스피킹 실력이 대단히 좋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Upper-intermediate이 되고 싶은 intermediate 정도입니다.
영어공부에서 쓸모 없는 노력은 없습니다. 실패라 생각되는 시간도 모두 값집니다. 1-2년 동안 노력을 쏟아도 안 되는 게 있구나 나는 재능이 없나 보다 낙담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과 1시간 동안 자유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가 싶어요. 실패도 다 의미가 있다 라는 말, 자기가 경험해 봐야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쉬운데요. 저는 이렇게 제 영어 스피킹 경험을 통해 저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