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 거리두기, 자기자비, 몸의 감각에 집중하기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생각과 감정은 흘러가는 것인데 그것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이 괴로움을 야기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흘려보내고 가치 있는 행동을 할 것인지에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런 게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늘 통용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특히 분노와 그에 수반되는 부정적 생각의 화마에 휩싸일 때 생각과 감정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연스레 마음에서 흘러가도록 놓아준다는 것은 평생 명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 한계와 맞닥뜨렸을 때 저는 주로 회피하는 방식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일에 몰입한다거나 운동을 열심히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수용전념치료를 스터디하는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회피라고 이름 붙이는 것 자체가 부정적 판단일 수 있고, 화마로부터 잠시 벗어나고 싶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부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감정에 압도되어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잠시 물러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고통을 외면하는 '경험적 회피'와는 구별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의식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보다 나은 대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ex. 운동)을 한다는 점에서도 유익이 큽니다. 이는 감정이 존재함을 인정한 채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수용전념치료의 궁극적 목표와 맞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기분이 나쁘고 부정적인 생각을 곱씹게 되는 나머지 일에 몰입도 안 되고 운동은커녕 유튜브나 릴스만 계속 보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한가지 방법은 자기자비입니다. 분노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대신,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혹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라며 스스로를 다독여주는 것입니다.
이 방법도 효과가 없다면 최후의 보루로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을 실천해 볼 수 있습니다.
바디스캔을 가끔 하긴 했지만 거의 이완을 위한 목적이었는데, 이번에 타라 브랙이 쓴 받아들임을 읽으면서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부정적 정서와 생각의 "폭포"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사람, 상황, 마음속 생각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실제로는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각들에 대한 반응들이다. 누군가의 무능함을 참지 못하고 비난을 할 때 사실은 우리 자신의 불쾌한 감각들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우리의 자동반응적인 생각, 정서, 행동의 소용돌이는 이와 같이 감각에 대한 자동반응으로부터 나타난다. 이들 감각이 인식되지 않으면, 우리 삶은 자동반응의 폭포에 휩쓸리게 된다."
"몸의 감각과 우리가 스스로에게 말하는 스토리의 조합인 정서는 계속해서 괴로움을 일으키지만, 우리가 그 정서들이 머무는 우리 몸의 자리에서 그것들을 경험하면 그러기를 그친다."
부정적 정서는 몸의 감각과 그에 수반되는 부정적 스토리의 조합인데, 몸에 집중함으로써 스토리를 끊어내고 정서를 스쳐지나가는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의식적인 거리두기, 자기자비,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기는 부정적 감정과 생각의 폭포가 거세질 때 사용할 수 있는 주요한 방법 같아요.
"아잔 붓다다사는 이같은 자연스러운 혹은 의도적인 짧은 멈춤을 '일시적 열반'이라 부른다. 우리는 경험을 붙잡거나 그것에 저항하지 않는 모든 순간에 자유를 만난다." - 받아들임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