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의 고통은 새로운 복구 능력의 근원이 된다. 아기는 비록 분노가 손상을 줄 수 있지만 사랑이 손상을 복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울의 수렁에 빠져 꼼짝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를 막아 주는 것은 복구에 대한 믿음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복구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위험으로 느껴진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분노가 너무 압도적이거나 파괴적이어서 복구가 가능하지 않다고 느낀다. 이들은 복구의 기초가 되는 자기 자신의 선함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거나 혹은 실제로 한번도 갖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들의 죄책감 자체가 너무 박해적이고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대상관계이론 입문, pp.73-74.
위 내용을 나름대로 이해하여 상담의 맥락에서 다시 풀어봅니다.
상담자의 우울성 성격 특성이 너무 두드러지면 내담자와의 손상된 관계를 복구하는 데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복구의 기초가 되는 자기 자신의 선함"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어렴풋하지만, 내가 취약해지더라도 부서지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지 못 하면 사랑으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어렵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자기비판이나 자기처벌적 태도가 너무 강하면 관계 복구의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상대방이 나를 수용해주지 않을 경우 그 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복구의 제스처 자체를 취하지 않게 됩니다. 곧, 관계가 그대로 끝나 버립니다. 혹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죄책감이 너무 크다 보면 관계 복구의 제스쳐는커녕 죄책감으로 인해 자기가 파괴될지도 모른다고 느끼니 그 죄책감의 원인이 되는 내담자에게 죄를 돌리며 비난하는 양상이 되기 쉽습니다.
죄책감은 분명 사회적 관계 안에서 이점을 지녔기에 유지되는 고차적인 감정이고, 특히 타인과의 관계를 복구하는 단초가 됩니다. 하지만 죄책감이 너무 강해 상담자 자신의 존재 자체가 수치심으로 물들고 있다면 그 때는 다른 사람을 상담할 것이 아니라 다른 상담자에게 분석을 받아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지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선함에 대한 믿음, 나 자신을 내려놓더라도 내가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할 수 있어야 내담자에게 관계 복구의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는 말로 발췌한 내용을 이해했습니다. 느끼는 바가 많네요. 상담자를 떠나 나는 한 개인으로서 그간 관계 복구를 잘해 왔는지 자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