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드바 매거진 인터뷰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 Affordance in SPACE 14

by 임종현

요가 문화와 웰니스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Urdhva Magazine의 임종현 대표와 인터뷰를 소개한다.

(주)디지털다임(digitalDigm Inc)과 커뮤니티몰 FEZH(페즈)의 대표 임종현입니다. 기술과 감성, 그리고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잇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기술·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해 왔고, 공간 자체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머물며 회복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 일의 중심에 있습니다.



•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람마다 요가를 시작한 사연이 다르잖아요. 저는 아주 단순했어요. 살을 빼려고 시작했습니다. 20여 년 전 압구정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핫 요가’를 처음 접했죠. 당시엔 ‘비크람 요가’라는 이름도 없었고, 그저 땀 흘리는 요가로만 알려져 있었어요. 앞에서 시범을 보이면 다들 따라 하는 식이었죠. 끝나고 나면 개운하긴 했지만, 자세나 원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몇 달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만두고 잊고 살았어요. 그러다 인도에 몇 차례 다녀오면서 다시 요가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첫 여행은 두 아들 과 함께 떠난 소탈한 가족여행이었고, 두 번째는 아내와 함께한 출장이었어요. 물의 도시 우다이푸르의 섬 위 호텔에서 아침 요가를 했는데, 새들이 날아다니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사바사나를 하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코로나 때 발리에서 요가 리트릿을 처음 경험했어요. 자연 속에서 하는 요가가 이렇게 큰 위안이 될 줄은 몰랐죠. 그 이후 제주도에서 지내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명상을 시작했고, 유튜브 ‘요가소년’을 보며 수련하면서 다시 요가에 대한 관심이 살아났습니다.

• 제주에서 윤진서 선생님의 요가를 접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아가스트요가’를 알게 되면서 윤진서 선생님이 서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갔어요. 선생님의 책도 읽고, 직접 만든 공간에도 찾아가 봤는데,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발리 리트릿에서 느꼈던 감성이 그대로 느껴졌고, 요가 공간이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죠


• 그 경험이 도심 속 ‘FEZH’로 이어졌군요.


네. 디지털 노마드로 지내다가 서울로 돌아올 때 ‘자연 속의 고요함을 도심에서도 느낄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코로나 이후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비어 있던 사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공간을 ‘힐링 공간’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다시 사무실로 쓰면 되니까요.


• 공간 기획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이 공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코로나 이후 도심 속 리트릿 장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도심 안에서도 그런 쉼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건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전에 경험했던 여러 요소가 서서히 쌓인 결과였습니다. 제주, 방콕, 발리, 일본 등에서 만난 공간의 인상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녹아들었죠. 일본 다이칸야마의 라이프스타일 서점 츠타야 T-site, 태국 방콕의 커뮤니티몰 더 커먼스(The Commons), 그리고 여러 해외 도시에서 본 개발자들의 프로젝트들까지, 모두가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건축은 이타미 준의 딸, 유이화 대표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 공간의 핵심 키워드는 ‘힐링’과 ‘커뮤니티’. 단순히 2030세대를 위한 트렌디한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 라이프스타일 공간 모델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셨군요.


네. 특히 츠타야의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이 보여준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만년필·여행·음악 등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구성으로 깊이 있는 경험을 만들어냈죠. 처음에는 전후 세대, 즉 60~70대 중장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했지만, 그 완성도가 워낙 높아 젊은 세대에게도 자연스럽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숍’이 생겨났지만, 이제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삶의 방식 자체를 제안하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경험을 통해 저는 ‘공간은 하나의 작은 도시처럼 기능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이름 ‘FEZH’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모로코의 고도(古都) 페즈에서 영감받았습니다. 해외 부동산 마케팅 일을 하며 여러 도시를 답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페즈는 제게 많은 인사이트를 안겨준 곳이었습니다.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이 도시는 9,000개가 넘는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습니다. 외적이 침입해도 모든 집의 문이 같아서 누가 권력자인지 밖에서는 알 수가 없죠. 또 집 열 채마다 빵집과 우물이 있어 자급자족할 수 있고, 골목마다 작은 공동체가 살아 숨 쉽니다. 겉으로 보면 모든 문이 비슷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그런 구조가 ‘다원적 민주주의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예요. 저희 공간에도 그 공동체의 정신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FEZ에 힐링(Healing)의 H를 더해 ‘FEZH’라 이름 붙였어요. FEZH 상층부에 있는 ‘CASA DEL AGUA (까사델아구아)’는 요가 스튜디오라기보다 리트릿 스페이스에 가깝습니다. 요가, 티 하우스, 갤러리, 음악, 카페, 마켓 등 ‘작은 도시’를 이루는 요소들을 모아 사람들이 머물고 교류할 수 있게 했죠.



• 요가 샬라의 공간 구성도 인상적이던데요.


요가 샬라는 사선 제한 등 건축 조건을 반영해 타원형 구조로 설계했어요. 마치 물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소리의 반사나 시야각, 향기까지 세심하게 고려했습니다. 소리와 시야, 향기, 그리고 자연까지 모든 치유의 요소를 공간 안에 담으려 했죠. LED를 활용한 몰입감, 편백 향 등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 실제로 공간을 경험해 본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몰입이 잘 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특히 명상하거나 요가 수련을 할 때 집중이 잘 된다고요. 또 햇살이 비치는 밝은 공간에서 수련하는 경험이 인상 깊었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서울 시내의 요가 스튜디오에서는 자연광을 접하기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따뜻한 햇살 아래서 수련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는 평가입니다.


• 리트릿 프로그램도 기획했다고 들었어요.


네. 단순한 요가 수업을 넘어 워크숍, 사운드배스, 재즈 공연, 북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습니다. 실제로 건축가 그룹이나 의료인 모임이 팀 단위로 방문해 워크숍과 식사, 재즈 라이브를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제주도나 해외로 떠나지 않아도, 서울 한복판에서 하루 동안 리트릿을 경험할 수 있는 셈이죠.


• 요가 스튜디오 운영 방식이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오픈 스튜디오’ 형태입니다. 원장 없이 운영되고, 수련 중심이 아니라 체험 중심이에요. 윤진서 선생님이 디렉팅을 맡은 수업들이 정규적으로 열리고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강사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하루에 정규 클래스는 2-3개 정도, 나머지는 스페셜 클래스예요. 초보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요가 외에도 명상, 글쓰기, 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도 인상적이에요.


지역 주민 할인, 아이들을 위한 플리마켓, 반려견과 함께하는 클래스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외국인 방문객이 많아 영어 클래스도 확대하고 있고요. 공간이 지역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길 바랍니다. •체험형 요가의 운영은 어렵지 않나요?


실제로 선생님들 관점에서 어려워요. 매번 새로운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수업을 이끌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난이도 있는 수련은 별도 스페셜 클래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 FEZH 공간 전체를 활용한 행사나 아티스트 협업도 계획 중이신가요?


FEZH에는 갤러리와 카페를 비롯해 바 ‘블루캣’도 운영 중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콘셉트의 재즈 바 분위기죠. 아티스트, 요가 강사, 명상 지도자들과 협업도 늘어나고 있어요. 도심 속 힐링 커뮤니티를 계속 확장할 계획입니다.


• 요가 선생님들에게 ‘FEZH’는 어떤 의미일까요?


기존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수업을 열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수익은 쉐어 방식으로 운영되고, 실험적인 시도를 환영합니다. 요가뿐 아니라 예술, 명상, 음악, 낭독 등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한 새로운 클래스가 계속 태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Alone, Together’예요. 혼자 와서도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낯선 곳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외국의 작은 도시를 여행 온 듯한 편안함, 그것이 ‘FEZH’가 전하고 싶은 감정입니다.



• 오늘 이야기 덕분에 도심 속 힐링의 미래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든 편하게 들러주세요.


사진, 전문 : 우르드바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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