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석 미용실

3.1. 22

by 채플힐달봉

화음이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번에는 정말 길러보자 마음 먹었었다.

단발 길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화음이의 머리카락은 조금만 길어도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머리카락을 걷어내려고 고개를 털어내는 행동이 반복되다가 결국 습관이 되어 틱 장애로 오해하기도 했었다.

머리카락이 입술 선을 넘길 정도로 자라면 어김없이 입 속에 밀어넣고는 질겅질겅 씹었다.

고무줄로 질끈 묶어버리면 좋으련만. 머리에 고무줄이든 핀이든 모자든, 얹어지기만 하면 벗어질 때까지 집요하게 머리카락을 뜯어냈다.

이번에는 정말 길러보고 싶었다. 고무줄에 익숙해 지도록 틈틈이 머리를 묶어주었다. 처음에는 1초, 다음에는 2초를 버텼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을 늘려 볼 생각이었다. 오늘 오후, 입술 선을 넘긴 머리카락이 화음이의 입 속에서 질겅질겅 씹히고 있는 것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꽤 희망적이었다. 침에 젖은 머리카락이 화음이의 뺨에 붙어서 축축하게 빛나고 있었다.

예쁜 포니테일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

결국, 다시 늘 같은 모습의 짧은 단발머리.


화음이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를 납득하지 못하는 아이를 앉혀 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행동이 느리고 몸이 지금보다 작을 때에는 그래도 벨트 달린 부스터싵에 앉혀 놓을 수 있었다. 발가벗은 화음이를 부스터에 앉히고 예전 눈수술 할 때 받았던 팔 교정대를 채워놓으면 비교적 안전하게 가위질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점점 아이의 의지가 강해지고 몸이 커지면서 그나마의 장치들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지금의 최선은, 샤워부스에 화음이와 함께 발가벗고 들어가서 움직이는 화음이의 동선을 가늠하고 손에 잡히는 머리카락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삭둑 잘라낸 후 다음 가위질을 위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 온 몸에 머리카락을 뒤집어 쓰고 겨우겨우 완성해 낸 헤어스타일은..

음.. 가관일 때가 많다. 이 정도 반복했으면 실력이 늘 법도 한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딸 아이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음이는 엉터리 무자격증 미용사의 막무가내 결과물에도 마냥 해맑다.

고마운 일이다.


화음이 헤어 변천사.

크게 다르지 않게 늘 같은 모습.

몽실이 단발머리는 화음이의 시그니처가 된 듯 하다.

이발 실력이 늘지는 않아도 대체로 평타는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심각하게 삐꾸가 나올 때도 있다.

음..

내가 한동안 화음이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미안해 했던..

뭐 지나고 보니 이 때의 사진들도 다 추억..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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