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명광 Feb 23. 2016

나는 똥이다.

변대리의 변화관리

프롤로그 : 똥과 변화관리


똥이란 인간(인간 뿐만 아니라 동물)의 역사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한결과물이다. 결국 인간의 역사는 똥의 역사와 같다라고 얘기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 모양이 다르듯 사람마다 다른 색깔과 크기와 굵기와 경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배변 주기도 다르고 배변 양도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화장실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고, 배변의 공간에서 샘솟는 아이디어에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똥이란 주제는 사람들이 입으로 직접 말하기 어려워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쉽게 얘기 하기도 한다. 똥과 관련된속담도 많고 격언도 많고 똥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넘쳐난다. 개그나 예능 프로에서도 소재로 쓰이고 건강프로그램에서는 건강상태를 유추하기도 한다. SNS에서는 똥에 대한 이모티콘이 시의 적절하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똥에대한 본질적 성찰은 어디서든 부족하다. 똥이 가진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서 특별히 깊이있게 생각해 보지 않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똥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여 항문으로 내보내는 찌꺼기”. 하지만 똥을 찌꺼기로만 취급하기엔 너무나 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고, 문화적 소재가 되기도 한다. 정원역사가인 캐롤라인 홈스는 그의 책 똥(DUNG)에서 이렇게 정의했다. “똥, 그 완벽하게 설계된 꾸러미! 삼라만상을 비옥하게 만드는 창조물이요, 창조적인 자양제인 배설물이여!!”. 역시 정원 역사가다운 정의다. 그에게 똥이란 창조적 자양제이지만 나에게 똥이란 변화의 상징이다. 이런 똥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똥이란 자고로 투입 대비 결과물이 아주 정직한 인간의 창조물인데다 인간의 삶의 패턴이나 삶의 방식의 거울이자 이를 통해 인간의 행동양식과 사상까지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것’이기때문이다.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지만 국민학교를 졸업하였으니^^) 4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배변에 대한 원칙을 배웠다.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앉을 것이고 마렵지 않더라도 버릇이 되면 자연스럽게 배변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화장지는최소 8칸을 사용하라. 두루마리 화장지 기준으로 세 번을접으면 손에 변이 묻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절약도 필요하니 최소한으로 사용하라. 대략 이 정도의 원칙이었다. 그 이후 나의 배변활동의 주기는 하루가 기본이 되었고 장 활동의 활발함이나 들어가는 투입물의 종류에 따라 1~2번은기본이 되었다. 물론 신병훈련소에서는 일주일간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환경변화(푸세식에 줄까지 서야 했다) 스트레스성 변비에 시달린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정상적인 배변생활을 하고 있다. 똥을 통해서 변화관리를 얘기하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똥은 환경변화나 섭취물의 변화, 신체적 변화에 민감하다. 철저한 관리가 된다면 건강하고 도움이 된다. 똥은 정직하고 인풋대비 아웃풋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먹는 음식의 종류나 양에 따라결과물이 달라지고 형태는 사라지지만 인간에게 흡수된 자양분은 인간의 성장과 생활에 영향을 주며 그 자체로는 지구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기관리를 비유할 만한 적절한 매개체이자 대변하는 것이 될 수 있어서 똥으로 변화관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매일 자신의 똥을 바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지금 어떤 똥을 싸고 있는지 매일같이 변화하는 전쟁같은 환경 속에서 내 똥은 건강한지 내 똥은 내 인생 어디를 보여주고 있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