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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Jun 20. 2016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

나는 똥이다 13

똥개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많은 개들이 길거리를 떠돌고 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기도 하고 여염집 개의 밥그릇을 탐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는 똥을 먹는 잡종 개로 정의하고 있다. 다른 의미로 나이 많은 어른들이 자신의 손자 손녀를 똥강아지라고 하기도 한다. 부정을 타지 말라는 뜻이다. 똥개는 족보는 없지만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똥개도 거부하는 것이 있으니 선생님 똥이다. 

<왜 굳이 똥을 먹는지도 모르겠으나 선생님 똥은 거부한다는 똥개의 식성. 출처 : wramc.kr>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의 의미는 선생 노릇 하기가 어렵고 힘듦을 의미한다. 

속담 속 선생은 학교 선생님을 의미한다. 속담도 세월이 흘러 선생이 되었지 원래 '초학 훈장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가 원조다. 요즘이야 학교 선생님뿐만 아니라 웬만한 직업은 다 선생이고 나이가 어느 정도 많으면 다 선생님이 되는 시대라 선생님이 넘쳐 나지만 과거로 가면 선생님 즉 훈장이 한 마을에 한 명 정도였으니 그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한 마을에 하나뿐인 훈장이라면 마을 대소사나 판단이 필요한 일에 감사나 고문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고 어느 집에서나 아이의 선생님이니 잘 모셨으리라. 그런 훈장은 당연히 남에게 책 잡힐 일을 할 수도 없고 한 여름이라고 옷이라도 편하게 입을 수도 없었을 게다. 그러니 훈장의 풍모를 갖추고 여러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아야 하는 위치라면 옷 매무새 하나 움직임 하나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선생님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사회적 구조가 선생님에게 우호적이진 않지만(물론 선생님의 책임보다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크다) 여전히 훌륭한 선생님들은 존재하고 진정성 어린 교육으로 사명감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런 훈장님이건 선생님이건 훌륭한 선생님들은 공통점이 있다. 


1. 실력이 출중하다. 

실력 없는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듯이 선생님은 실력이 없으면 강단에 올라갈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학문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는 전문가여야 한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연구한다는 의미이다. 학교선생님 뿐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의 기본도 실력이다. T자형 인재(전문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넓은 통찰력을 가진 인재)에서 U자형 인재(여러 분야를 융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소통까지 잘 되는 인재)로 원하는 인재상이 변화하고 있지만 그 기본에는 자신 있는 분야가 있고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1만시간의 법칙을 뛰어넘는 천일의 법칙, 선생님이 되는 길은 험하다. 출처 : emilysquotes.com>

2. 성실하고 지속 가능하다. 

훌륭한 선생님들의 성실함의 지표는 정확한 출퇴근 그리고 정확한 수업시간이다. 항상 학생들보다 먼저 등교해서 수업을 준비하고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또한 방과 후에도 해당분야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인다. 성실함과 지속 가능함은 대부분의 사회에서도 원하는 인재상에 필수로 들어가 있다. 실력과 비슷한 우위를 주는 것이 성실함이다. 실력이 10% 차이 난다면 10% 부족한 성실한 인재를 사회는 원한다. 성실함은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고 실력을 올리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3.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한다. 

한국사회처럼 빠른 변화를 겪어온 사회가 없다. 이런 사회에서 꾸준하게 학생들을 가르쳐온 선생님들만큼 많은 세대를 지켜본 사람도 없다. 변하는 세대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변화는 사회현상과 동반하여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선생님 역시도 많은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에 적응하고 해마다 변해가는 학생들의 모습과 정서에 대응하고 적절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자세는 격변하고 있는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할  인재들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자질이다. 변화에 대한 민첩한 반응과 적응능력, 그것이 현대인의 무기이다. 선생님들은 매해 변해서 들어오는 제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해마다 변신하는 것이다 

<When the student is ready the teacher will appear - by Buddah. 출처 : www.envisionexperience.com>

4.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선생님에게 기대되는 인성 중에 하나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다. 진정한 선생님은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자극하고 동기부여한다. 손을 내밀어 주고 마음을 열어 학생들을 대한다. 학생들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이 없다면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없다. 수많은 특성을 가진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가 있을 때 해결책을 내어주는 훌륭한 귀와 입을 가져야 한다. 현대는 소통의 시대이다. 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애티튜드가 배려와 이해다. 생존을 위한 자기관리의 시작은 타인에 대한 인정에서 시작한다. 


5. 훌륭한 인성 위에 진실한 도덕성을 얹는다.

선생님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최소한의 도덕성과 인성이 있다. 물론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화할 정도는 아니다.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의와 성실 그리고 인격은 선생님으로서의 자질이기도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니 더더욱 그렇다. 도덕성이 민폐인 시대다. 손익앞에 도덕성이나 창피함이 사라져간다. 도덕성의 상실은 인간성 말살과 같다. 이익을 위해서 악과도 손을 잡는 세태는 자멸의 지름길이다.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 것이 도덕성과 인성이나 꾸준한 자기관리로 기르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 또한 그것이다. 

<악마의 속삭임에 흔들린다면 이미 인성을 포기한 것이다. 출처 : religiondispatches.org>

필자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43년 하시고 평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셨다. 어려서부터 옆에서 지켜온 바로는 왜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생겼는지 이해가 간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들은 더 이해하기 쉬울 거다. 말이 쉽지 애들과 함께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지낸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내 자식이야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남의 자식들을 데려다 가르치고 돌보는 일이 쉬울 수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있다. 좋은 기억도 있을 것이고 나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 인생을 살아오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기억 속의 선생님들은 위에서 살펴본 것들처럼 공통점이 있다. 모든 사람이 선생님처럼 살 수는 없지만 훌륭한 선생님이 가르쳐 준 인생의 방향을 따라가는 것은 그 보다는 쉽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길을 가려 노력하는 것이 제자의 도리이다. 출처 : quotesgram.com>

선생의 똥은 지나가는 개도 안 먹겠지만 그 개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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