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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Nov 09. 2016

철학 없는 마케팅은 3D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마케팅 이론 25

3D를 듣고 영화를 생각하는 사람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3D를 듣고 게임을 생각하는 사람은 콘텐츠도 중요하고 Reaction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3D를 듣고 프린터를 생각하는 사람은 미래를 고민하고 실용적인 사람이다. 3D를 듣고 Dirty, Dangerous, Difficult를 생각하는 사람은 철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 멋대로 3D를 가지고 사람의 성향을 가늠해 보았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떠올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가장 관심 가는 분야를 생각했을 것이다. 마케팅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마케팅은 3D 직업이라고 생각해 왔다.  마케팅은 더럽고 위험하고 어렵다고? 이에 대해 전체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부는 동의할 단어 중 제일 먼저가 Difficult다. 마케팅은 어렵다.

<마케팅은 가끔 눈감고 만지는 코끼리같다.>

Marketing is very difficult.

마케팅의 정의와 상관없이 마케팅을 해오거나 지켜본 사람이라면 참 어렵다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제품도 좋고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잘 세우고 시장의 호응만 일어나면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던 상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에서 철저하게 배제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실패의 원인이 밝혀지거나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이유를 모르겠는 사례들을 보게 되면 미스터리로 남게 된다. 반대의 경우 제품의 성공을 확신하지도 못하고 그다지 마케팅 전략이 훌륭하지 않더라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다. 세상 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계획과 확신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진 않는다. 그래서 마케터들끼리 만나는 경우라면 이 마케팅의 어려움을 서로 호소하면 동질감과 동료의식으로 위로받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마케팅은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사람과 상관없는 일이 어딨냐고 반문한다면 그래서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마케팅이 쉬울 때도 있었다. 사람의 필요만 충족시켜주는 시대였다면 마케팅이 쉬웠다. 그래서 마케팅이란 일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마케팅 영역은 세일즈의 작은 부분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마케팅 영역이 커졌을까? 마케팅 부분을 맡은 임원이 실세라서? 시장은 냉정하고 자연적이다. 필요가 없다면 적자생존하는 야생이다. 마케팅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마케팅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마케팅 시장은 어떤가? 답을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정답을 알고 있다고 외치는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유행과 마케팅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사람이 매우 간단하게 묘사되었던 시대에는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시작하면 먹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거 조차 의미가 없다. 사람은 각자가 우주고 각자가 세상이 되었다. 인구가 5억이면 5억 개의 우주가 있고 5억 개의 세상이 된 것이다. 그나마 이런 상황에 맞게 마케팅하고 있는 것이 Mass Customization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여전히 Mass Production이 먹히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한다면 세상을 다시 살펴보길 권한다.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 정말 밥을 떠올리는 시대가 있었다. 지금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메뉴가 몇 가지인가? 세상은 그런 세상이 되었다. 시장에 상품이 넘쳐나고 브랜드만 없으면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장은 나누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혼을 파는 사람들을 팬으로 두는 회사들도 있다. 이들에게 마케팅은 쉬울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은 호텔을 가지고 있지 않고 가장 큰 택시회사는 택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세상이다. 이런 시장이 현재의 시장이다. 기존의 마케팅의 콘셉트만으로 시장에서 살아가는 것은 그냥 연명이지 마케팅이 아니게 되었다. 요즘 페이스북 마케팅 배우기 열풍이다. 많은 마케터들을 위한 학원들이 페이스북 마케팅을 가르쳐준다고 난리다. 페이스북 마케팅 안 하는 회사를 찾을 수 있는가? 페이스북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다 하니까? 그나마 성공사례가 거기서 나오니까? 페이스북 안 하면 시장에서 사라지는가? 페이스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페이스북에 들어갈 내용이 중요하고 그 내용이 나오는 가치와 철학과 미션이 중요함을 몰라서 그렇게 몰려다닐까?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오른다고 말한다. 산을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오르기만 한다고 오를 수 있지 않다.

<산을 오르기 위해선 장비와 몸과 날씨와 기타 등등이 필요하다. >


Marketing is very Dirty.

사람들은 깨끗함의 대명사로 흰색을 말한다. 우아함의 대명사로 백조를 말한다. 물 위를 흐르듯 움직이는 행태에다가 흰색을 가졌으니 얼마나 고귀한 모습일까? 그러면 백조가 깨끗한가? 백조는 조류독감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시장에서 매우 고상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넘쳐나는데 정말 깨끗하고 순수한지는 그 이면까지 살펴봐야 알 수 있다.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있고 이를 시장에 커뮤니케이션하는 마케터들이 있다. 문제를 알고도 커뮤니케이션하고 시장에 내 보냈다면 더럽고 추악한 시정잡배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하고 모자란 일개 직장인이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자동화를 통해 세상에 상품이 넘쳐나가 시작했다.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선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세상이 되었다.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위험한 제품들이 순수함의 상징으로 판매되었고 마케터들은 신나게 제품을 포장하고 포지셔닝하면서 들어오는 현금에 열광하기도 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을 깎아내리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약점을 찾거나 심지어 루머를 만들어 경쟁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장시켜버리기도 한다. 새로운 제품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했는데도 그대로 가져다 베껴 팔면서 우리는 이것이 다르다고 외친다. 기업의 1차 목표가 이윤창출이니 이윤 창출을 위해 영혼을 팔아도 되는 것인지 물어보자. 누구나 정답은 알고 있다. 영혼을 팔면 파멸만 예정된 길이 된다.

<본질이 더럽다면 가면도 곧 더러워진다. >


Marketing is very dangerous.

마케팅엔 돈이 든다. 돈이 들지 않는 마케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이나 의사결정권자가 되면 그 불문율을 잊고사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럴 것이다. 마케팅은 돈을 쓰기만 하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은 결국 마케터의 잘못이다. 마케팅은 돈이 필요한 것인데 제대로 쓰지 않으면 마케팅은 쓸모없는 것이란 생각을 만들어낸다. 물론 마케터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쏟아붓는 곳이 마케팅이라는 것에 이의는 없을 것이다. 뉴노멀 시대에 마케팅은 기존처럼 계속 돈을 쓰기만 해선 존재의 이유를 드러낼 수 없다. 돈을 쓰더라도 돈의 가치가 나타나야 하고 돈을 쓴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데 돈을 쓰는 것을 도려내질 못하면 아주 위험한 사태에 이르게 된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 많은 자원을 들여 CI나 BI를 바꾸고 이전만 못하단 소리 듣는 회사들 많다. 매체비 비싼 TV에 광고 만들고 온에어 했다가 저걸 광고라 만들었냐는 비난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들 많이 다니는 곳에 플래그샵이 필요하다며 돈 들여 만들었다가 돈 먹는 하마란 소리 듣기 일쑤다. 패키지나 필요 없는 구성품을 만들어 이 돈 제품에 쓰지 하는 말 듣기도 한다. 마케팅은 모든 일이 돈이다. 돈 쓰고 욕먹기 시작하면 존재의 가치를 상실하는 일이 마케팅이다. 당연히 마케터는 남처럼 얘기할 수 없게 된다. 국내의 한 자동차 회사는 국내에서 자라 글로벌 컴퍼니가 되었다. 이 회사는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데 인색하다. 커뮤니케이션도 잘 안되어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하는데 이게 또 돈 쓰고 욕먹는 악순환을 만든다. 그에 비해 한 독일의 자동차 회사는 체험센터를 짓고 상품을 경험하게 하는데 많은 돈을 쓴다. 그게 비싼 차와 싼 차의 차이는 아니다. 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돈을 쓰면 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마케터의 숙명이다. 내 돈 아니라고 막 쓰면 내 행위가 전체를 욕먹게 하는데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다이너마이트에 액이 새 나오면 위험하다고 한다. 마케팅은 이 액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고 충분한 폭발이 일어나도록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 저장되어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위험한 것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생물체인데 필요에 의해서만 불러나갈 때 매우 위험해진다. 작은 비용이 들더라도 심장은 계속 뛰고 있도록 최소한의 생명유지장치는 가동해 줘야 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얼마나 위험한 작업자인지 자각하지 못하면 사고는 발생한다.>


마케팅에 있어서 이런 3D를 불러오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철학의 부재이거나 빈곤이다. 내가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를 정하지 않고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일을 한다면 3D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자본주의가 지구의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자칭 타칭 자리 잡은 지 겨우 백 년이다. 백 년 속에서 흥망성쇠 한 많은 기업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건재하고 잘 나가는 회사들은 그들만의 철학과 세계관이 철저하고 이를 유지하고 내재화 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한다. 굳이 그런 회사를 언급하지 않아도 알만하지 않은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도 사라졌던 회사들의 공통점은 빈곤할 철학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일으킨 수많은 금융자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철학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회계부정이나 제품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벌인 낯 뜨거운 사례들도 하나둘이 아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무엇인가? 철학이란 그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면 사람다워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라 그 많은 역사 속 현인들은 계속해서 나는 누구인가 묻고 또 물었다. 기업은 무엇인가 자꾸 되묻는 회사들은 영속성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마케터는 누구인가 계속 묻고 있는지 자문해본다면 내 철학의 빈곤이나 부재를 금방 깨우칠 수 있다.

세상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이 변화를 감지하기도 전에 변해가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이러한 변화는 버겁다. 그렇다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생존할 수는 없다. 변화를 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따라는 가야 그나마 먹고는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마케팅은 어렵다. 이런 변화를 항상 제 일선에서 맞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마케팅 환경과 다르게 이제는 마케팅이란 것이 비즈니스의 A to Z이자 마케팅은 철학이 되었다. 뭐 세계적 기업의 유명한 CEO를 꼭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동네에서 자기의 삶을 꾸준히 유지해온 맛집이나 슈퍼 사장님들을 살펴보면 왜 다른 빵집이나 가게들과 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당연히 그 카테고리나 아이템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경쟁력을 만들고 유지해온 그 본질은 그 사장님들의 철학이었음을 쉽지 않게 보게 된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개인 개인이 모두 마케팅의 구루고 경영의 귀재들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유지해온 비결은 삶의 철학이었다. 철학이 없는 기업이나 사람은 꼭 결과가 비참하고 초라하다. 세상을 바꾸고 유지하고 견디는 사람들과 기업은 보잘것없고 초라해 보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철학으로 삼고 있기에 생존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브랜드나 기업이 있다면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 가보자. 가장 첫 페이지에 어떤 철학을 써두었는지 보고 그 철학에 동의한다면 그 기업은 계속 옆에서 3D가 아닌 Easy, Clean, Safe 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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