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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Aug 10. 2016

조폭의 조직문화 조폭 같은 조직문화

조직의 조직에 의한 조직을 위한  문화 1

중학생 때의 일이다. 학교를 지름길로 가려면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야 했다. 주야에 상관없이 그 길에는 질 나쁜 형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위 양아치라 부르는 아이들이었다. 주머니를 뒤져 돈을 뺏거나(돈이 없었다) 좋은 신발이면 바꿔 신거나(좋은 신발을 신어 본 적이 없다) 가방에서 쓸만한 것들을 골라 갈취하곤 했다. 한번 그런 일을 겪은 후론 그 골목을 이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시간이 원수라고 어쩔 수 없이 가슴을 조이며 이용했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 일이다. 자신이 조폭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똘마니들이 있었다. 문신도 하고 담배도 피고 술도 먹고 했지만 애들을 해코지하거나 갈취를 일삼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저녁에는 시내 유흥가로 출근하는 듯했고 학교에서도 양아치들과는 거리를 두었다. 양아치들도 조폭은 건들지 않았다. 뒤에 거대한 배경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아치(동냥하는 아이를 말했다는 설과 양키를 쫓아다니는 아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가 어느 정도 조직력을 가지게 되면 깡패(주로 유흥업소나 동네 시장 등에서 나쁜 짓을 일삼는 양아치 집단으로 6.25 전쟁 이후 거지들이 들고 다닌 동냥그릇을 깡통(can+통)이라 불렀고 나쁜 짓을 하는 거지 패거리를 깡패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생겼다는 설이 있다)가 되고 이러한 깡패들이 대형화되면 조폭이 된다. 깡패와 조폭의 차이는 조직의 규모와 조직력의 차이이다. 

<양아치들이 모인 깡패집단은 조직력이라 할 만한게 없다. 출처 : http://goham20.cafe24.com/>

조폭이란 말은 조직폭력배의 준말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조폭도 조직이다. 판례를 살펴보면 형법 제114조 제1항 소정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 함은 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이루어진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그 단체를 주도하는 최소한의 통솔 체제를 갖추고 있음을 요한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조직화되어 있다는 것은 조직이 갖춰야 할 여러 가지 것들이 갖추어진 집단이라는 말이다. 판례에서 다뤄진 조폭의 조건을 살펴보자. 

1. 수괴와 간부 그리고 가입자를 구분하는 지휘통솔 체계를 가진다. 

2. 수괴 및 간부들은 자금을 마련하고 가입자들에게 단체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한다. 

3. 싸움에 대비하여 수시로 단체 및 개인훈련을 실시한다. 

4. 수괴의 사주를 받거나 지인들을 괴롭힌 자들을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강도상해 및 폭력행위(상해, 협박 등)를 자행한다.

조폭의 조건을 살펴보면 불법적인 목적을 위한다든가 폭력을 일삼는다든가의 일들을 빼면 일반적인 회사나 관공서와 다름이 없다. 몇 가지 단어들은 순화되어야 할 것들이지만 기업에서도 전쟁 같은 환경을 이길 교육훈련을 하고 있고 경쟁사간 끊임없는 전투가 행해지고 있다. 존재 이유도 이윤추구이니 외형으로 보면 구분하기가 힘들다. 요즘 조폭들은 합법적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다양한 위장을 하고 있으니 더욱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다만 목적을 위한 일련의 실행방안들이 폭력적이거나 불법적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경우에 회사와 조폭의 구분이 가능해진다. 

정말 웃긴 것은 우리나라 수많은 조직 중에 엘리트(?)들만 모였다는 검찰에서도 불법적인 일들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뇌물을 받기도 하고 후배검사를 폭행하고 게다가 조직문화가 조폭 같다는 말까지 듣고 있으니 누가 누굴 단죄해야 하는지 아이러니다. 검찰의 조직문화가 상명하복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13년 전에 폐기된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여전한 걸 보면 조직문화에 메스를 대야할 시기도 한참 지났다. 조직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조직문화라는 것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조폭의 조직문화를 순화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전혀 없으나 마피아의 10 계명을 살펴보자. 몇 가지만 제외하면 누가 조폭이고 누가 정상적인 조직인지 구분이 안될 것이다. 

<마피아 10계명이 발견되면서 세상은 놀랐다. 마피아의 행동강령은 마치 십계명과 유사했다. 출처 : www.amazon.co.uk>

1 동료에게 자신을 직접 소개하지 말고 제3자를 통해서 하라.
2 동료의 아내를 넘보지 마라.
3 경찰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지 마라. 
4 술집이나 클럽에 가지 마라. 
5 아내가 임신 중이라도 조직의 부름에 언제든 응하라. 
6 약속을 절대 어기지 마라. 
7 존경심을 갖고 아내를 대하라. 
8 질문에는 사실과 진실로 답하라.
9 다른 조직의 돈을 빼앗지 마라. 
10 경찰 내에 친척이 있거나, 가족 내에 배반자가 있거나,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마피아 단원이 될 수 없다.

마피아 10 계명처럼 조직폭력집단들은 조직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행동강령 등을 두고 조직력을 유지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 많은 영화들에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자세히 나오기도 한다(조폭들의 생리를 어찌 그리 잘 아는 것인지 영화 주제로 조폭이 흔하다). 조폭들도 조직을 잘 유지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관리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조폭에게도 조직문화팀이 있을까? 기업화된 조폭이라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들의 조직문화는 대체로 상명하복의 문화로 점철되어 왔다. 군대식 문화의 접목과 남성 중심적 사회문화가 큰 몫을 했다. 여전히 형님 문화가 지배하는 대기업도 있다고 하니 오너 중심적 기업의 폐쇄적 문화가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는 압축적 경제발전 시대에는 유효했을지 모르나 21세기 특히나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ies)가 경제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은 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과거 유물이다.  

최근 삼성이 조직문화의 대수술을 예고하면서 한국의 조직문화에 대한 리뷰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조직문화가 조직의 생존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삼성도 프랑크푸르트 선언(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조직문화 혁신이 시작되었다. 프랑크푸르트에 사장단이 다 모였으니 비행기 값만 해도 어마어마) 이후 23년 만에 조직문화 혁신이란 칼을 빼들었다. 여러 언론에서 삼성의 변화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갖가지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삼성의 조직문화가 나빴다면 지금의 삼성은 없었다. 다만 삼성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동력이 되었던 과거의 조직문화는 현재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관리적 마인드의 조직문화를 버리지 않는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반바지 하나로 조직문화를 바꿀 수는 없다. 다만 반바지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반바지를 직원들만 착용하고 임원들은 그대로라면 성공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반바지는 변화를 위한 아이콘이지만 이 아이콘을 부하직원들에게만 강요한다면 조직문화 변신은 힘들다.  

<삼성은 23년 만에 새로운 조직문화에 대한 선언을 했다. 갤럭시 기어를 착용했는지 다 지워진 이미지다.  출처 : http://about.samsung.co.kr/>

조직문화를 여러 학자들이 정의하고 있지만 간략하게 재정의해보면 조직원들 사이에 공유된 공통적인 정신적 가치 및 체계를 말한다. 이는 조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서로를 대하는 방식 또는 의사결정 방식 등으로 나타나며 궁극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키 역할을 한다. 조직문화에 대한 해석과 비판이 자주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자생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기업마다 기업의 가치체계와 비전 등을 근거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작은 회사도 꼭 사장이 만들지 않더라도 사장의 가치판단 기준에 따라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고 큰 회사들은 많은 돈을 주고 컨설팅회사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만들기도 한다.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은 경영상 여러 가지 조건들이 조직문화에 따라 적용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면서 조직 전체의 성패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런 조직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채 50년이 되지 않았다. 

<조직문화는 조직이 생겨나면서 부터 만들어지는 유기적 가치체계이다. 출처 : www.emaze.com>

조직문화는 사내 생활에 있어서 생활양식 같은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최근 한국기업에서 조직문화라 함은 주로 일하는 방식에 포커스가 맞혀지고 있다. 과거의 조직문화는 팀워크이라든가 회사에 대한 자부심 또는 복리후생들을 포함한 회사의 전반적인 후생 문화를 가리키기도 했지만 IMF 이후에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하고 효과적으로 결과물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어떤 회사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한 조직문화를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적 조직문화 선도기업들의 크리에이티브한 조직문화의 DNA를 도입하기 위한 시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작은 기업들 특유의 발랄한 조직문화가 주목받으면서 벤처기업이나 중소, 중견 기업들의 신선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시도들도 나오는 모양새이다. 이런 조직문화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구축되는 방법이나 내용이 달라지는 데 공통점은 기업의 오너나 CEO의 조직문화에 대한 견해와 의지가 조직문화 구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문화 만들기 작업이 회자되고 있다. 긍정적이 여파가 있기를. 출처 : 우아한 형제들 홈페이지>

최근 조직문화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가 있다. 최근 비즈니스의 경향을 보았을 때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성을 가지려면 똑똑하고 창의적인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 인재들은 일하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고 자신의 삶의 철학과 목표와 어울리는 조직문화를 찾는다. 이러한 환경과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래서 이런 환경과 조직문화를 만드는 CEO와 조직문화를 관장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조직문화는 사람의 행동양식처럼 조직원들 사이에 체화되어야 할 기업의 정신적 가치다. 시대 변화와 상관없이 오너나 CEO에 따라 만들어지던  준공기념비석 같던 조직문화가 사회의 전반적인 트렌드에 맞춰 계속해서 진화해야 하는 유기체가 되고 있다. 조직문화는 더 이상 조직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개인에게도 조직을 선택하는 데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고 있으니 수많은 조직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조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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