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짜져 있어요~
어젯밤 3일간의 입원과 퇴원 후 3일간의 고열에 시달리던 둘째는 좀 좋아졌나 싶어 다행이다라고 하기도 전에 어인 일인지 밤새 엄마를 보채며 잠을 못 자게 했다. 물론 나도 그 보챔 중에 몇 번은 눈을 뜨긴 했으나 주말 봉양에 더해 잠들기 전 낮잠을 자지 않았던 첫째의 짜증을 감내하면서 잠자기 전투를 치르고 거기다 밤새 뒤척이며 물 달란 요구에 시중들다 힘들었는지 둘째의 울음소리가 들리면서도 몸은 일어나 지지 않았다. 와이프에게 한편으론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지난주 내내 둘째의 병시중에 힘들었던 부모는 주말 내내 두 아이에 대한 수발과 시중에 힘든 몸을 밤에라도 좀 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으나 둘째의 보챔과 첫째의 감기 증상에 숙면은 포기하고 말았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 어린이집이라도 얌전히 가주면 좋으련만 이틀 동안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 아빠랑 놀고 나면 월요일 아침엔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고 의복 입기를 거부한다. 이별의 시간은 또 얼마나 긴지 뽀뽀와 포옹 그리고 빠빠이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오늘은 배달 온 세븐을 엄마에게 전달해 줬더니 '이따 갔다 와서 세븐 먹을게요'라고 외치고 문을 닫았는데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며 울며 다시 추가 세리머니를 요구한다. 한숨과 함께 다시 문을 열고 엄마와 세리머니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다시 향했다. 차를 타고 안전벨트를 매고 출발해야지 하는 순간 '아빠 쉬 마려'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욱하게 된다. 집에선 내내 가만있다가 왜 안전벨트를 매고 나면 쉬가 마려울까? 주차장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안전벨트를 매고 나니 어린이집 가방에 모셔둔 어제 마트를 떠나기 위해 사준 터닝 메카드 미리내를 꺼내 달라고 하신다. 출발하면 바로 창문을 열어달라 요구하시고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다시 꺼냈던 미리내를 가방에 넣어라 명하시며 자기가 내리겠다면서 조용히 앞좌석을 탐하다 실패하고 가방을 메고 아빠와 손잡고 어린이집 출근이 끝나면 한숨을 돌린다.
엄마는 첫째를 보내고 다시 둘째와 씨름하고 아빠는 첫째를 보내고 일에 집중하고 싶지만 주말 육아의 후유증에 이미 몸은 녹초인데 두뇌는 멈춰있고 다시 일주일이 시작되니 참 이런 월요병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든 부모들이 주말이 힘들겠지 하며 위로하면서 어쩌면 이건 엄마 아빠가 늙어서 다른 엄마 아빠들은 쉽게 지내는 주말이 우리에게만 힘든 걸 거라며 나이 탓을 해보기도 한다. 예민한 첫째를 키우면서 반성했던 것들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렇게 키운 게 힘들었는지 둘째는 첫째보다 너무나 많은 것에 융통성을 허락하고 있지만 그래도 힘든 건 마찬가지... 주말엔 나가도 고생이고 집에 있어도 고생이다.
<일반 월요병과 병증이 다른 육아 월요병, 아직 연구가 덜 된 분야 출처 : pixabay.com/>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가지고 있다는 월요병, 개그콘서트가 끝나면 극에 달한다는 병증, 하지만 엄마 아빠들에겐 특히 일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월요병은 회사를 가고 싶은 병증으로 나타난다. 이 월요병은 몸은 천근만근 영혼은 탈출 중인 병증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