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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Aug 24. 2018

결합상품이 아니라 결박상품이다~

마케팅일기 -2018년 8월 24일 금 날씨 : 비와 강풍(태풍솔릭)

오늘부터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마케팅 일기를 써보려 합니다. 제 약점 중에 하나가 꾸준히 오래 하지 못하는 것인데 학교 다닐 때도 몰아 쓰기 하던 일기를 매일매일 도전합니다. 그냥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보시는 분이나 쓰는 저나 부담스러우니^^ 마케팅의 시각으로 보는 일상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지는 며칠 전, 기존 글들은 사실 쓰는 것도 힘들고(필력이 약해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니다^^) 길어서 읽는 것도 힘드실 거 같아 좀 더 가벼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실천에 옮기려 합니다. 그리고 배달의민족 숭님께서 목요일 글쓰기 1주년이 되었다는 포스팅에 더욱 자극받아 ^^

첫 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SKT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9입니다.


옛사람들도 세월 참 빠르다 하며 살았겠지만 지금처럼은 아닐 거야~ 자동차 사용자가 5천만 명이 되는데 걸린 시간 62년, 유선전화는 50년, 텔레비전은 22년 신용카드 12년, 인터넷은 7년 유튜브는 4년 , 앵그리버드는 35일, 포켓몬고는 19일밖에 안 걸렸다는데, 너무나 빨라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

특히 마케터로 살아온 나는 세상 변화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핑계로 다양한 시도와 소비자의 역할을 해보려고 하는데 이번에 걸려든 상품은 갤럭시 노트 9~~~

노트를 기존 7을 사용하기 전에 시도해보려 했으나 배터리 스캔들로 실패, 사실 그 전 모델 써도 되는데 괜히 핑계 삼아 7로 바꿨다. 그런데 FE 에디션이 나와서 좀 더 기다릴걸 후회도 했지만 마케터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 법, 7을 싸게 사려고 신도림을 헤매고 드디어 약간 신상을 쓰는 기분을 누렸다. 그리고 2년이 다되어 가는 시점에 노트 9가 나온 것이다. 과거처럼 판매점마다 가격이 다른 것도 아닌지라 비교해봐야 별것도 없어서 많이 검색은 하지 않았다. 동네에 있는 SKT 직영점에 들려서 잘 설명해주고 적극적으로 대시해오면 못 이기는 척 예판에 참여하리라 하고 들어갔지만 직원은 그런 마음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여 시큰둥~ 돌아 나와서 그냥 다이렉트샵에서 해야지 맘먹었다. 어차피 언택트의 시대 아닌가?

다이렉트샵에서 견적을 내보고 SKT에서 주는 선물을 살펴보고 선택 후 예약 신청을 했다. 전화해준 상담사는 유심만 바꿔 끼우면 된다고 했고 선물도 같이 나갈 거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삼각대 달린 셀카봉과 스피커를 선택하려다 새 상품이 오는데 케이스랑 있어야 하지 않겠어 생각하고 고른 선물은 베루스의 케이스와 필름, 케이블, 링 세트였다. 여기서부터 고난이 시작되었다.

이틀 후 상품은 도착했고 유심만 바꾸면 된다 그랬으나 여러 번 시도는 실패했고 결국 전화했더니 개통이 필요하다는 답변~ 왜~~의문은 접어 그냥 지나가고 2시간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다. 안 되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 2시간 더 기다리란다 기다렸다. 나가야 하는데 폰을 두 개다 들고 가야 했다. 이런 서서히 스팀 발생~~(거기다 발송된 상품 박스에는 케이스만 3개가 들어 있었다. 삼성이 노트9 기본으로 포함해준 거 SKT가 선물로 케이스랑 필름이랑 넣어준 거 그리고 다이렉트샵에서 준 기프트까지 - 페이지에 케이스가 2개나 들어간다고 써주면 안 되냐? 그럼 케이스 선택 안 했지 우씨~)

저녁이 되어도 연락이 없고 다음 날 아침 연락이 없다. 전화를 했다. 카드 연계 오류(카드번호를 잘못 입력했다는데 잘못 받아 적은 건 내 탓이 아니니^^)로 개통이 안되었단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통신 결합 카드는 다음 기회에^^) 그래서 다시 2시간 기다리란다. 드디어 개통을 했고 이미 열이 받아 있었다.

개통은 안 되었지만 이것저것 노트 9를 써보기 위해 SKT다이렉트샵에서 제공한 강화 필름을 먼지 하나 없이 붙이고(삼성전자 센터 직원도 잘 붙였다고 인정해줌) 케이스를 끼우고 링까지 붙였다. 그리고 개통 후에 이것저것 해보는데 아 이거 터치감이 영 안 좋은 거다. 노트라 펜을 위해 필요한 필압때문에 일반 폰보다 안 좋은가? 하며 페친들에게 문의도 해보았는데 아무래도 한쪽만 안 되는 게 수상하여 태풍이 지나가는 아침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갔다. 아무래도 필름 문제인 거 같다며 필름을 제거하고 해보니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삼성에서 1회 무료로 붙여주는 필름을 시공받고 SKT에서 보내준 필름을 비닐팩에 담아 돌아왔다.

아침에 허비한 시간만 1시간 30분. SKT다이렉트 샵에 전화를 했다. 이 아이 때문에 아침을 이리 보냈다. 이런 걸 선물로 보내냐 했더니 상담사 왈~ 상품의 제조사 고객센터에 연락을 하란다. 여기서 뚜껑이 열렸다. 내가 산 것도 아니고 당신들이 구매유도를 위해 대리점 마진보다 남는 장사니 다이렉트로 유도하기 위해 준 선물과 당신들의 개통 프로세스가 나를 3일간 힘들게 했는데 꼴랑 필름 한 쪼가리 때문에 나를 진상으로 느끼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상담사는 똑같은 이야기를 3번 하게 만들었고 나는 결국 모회사인 SKT 상담원에게 다시 전후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이하 생략^^

사실 SKT 안 쓰려고 한 게 한두 번도 아니다. 과거에 번호이동에 목숨 걸던 때는 혹하기도 했지만 그놈의 결합상품이라는 마케팅 최고의 전술에 휘둘려 계속 SKT를 사용했다. 내가 쓰는 결합상품은 인터넷과 전화를 결합한 상품으로 인터넷 요금 2만 원이 면제되고 있다. 인터넷 옮기려고 해보니 그 돈이 그 돈이라 그냥 계속 쓰기로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핸드폰도 그냥 계속 SKT를 사용하고 있다.

결합상품은 다른 말로 결박 상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객을 계속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개발한 최고의 마케팅 쥐덫이라 할 수 있다. 기업에서 마케팅을 하는 마케터들은 이런 거 하나 잘 만들면 승승장구할 수 있는 그런 훌륭한 것이다. 내가 그 덫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니^^

핸드폰 특성상 기기를 만드는 회사의 상품과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잘 어우러져야 소비자는 만족을 느끼고 일반 가전제품보다 교체주기가 빠르고 기기가 고가이다 보니 제조사나 통신사가 매우 마케팅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제조사는 4P믹스 전략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고 서비스 제조사는 제조사의 상품을 배경으로(할로 이펙트: 우리말로 후광효과로 좋은 제품이 단독 출시된다면 통신사도 신규 가입자를 유도하기 용이하다) 신규 고객이나 기존 고객의 상품을 좀 더 고가 요금으로 바꾸게 할 수도 있다.

일련의 핸드폰 교체를 진행하면서 이들이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다 알다 보니 그리고 상담사들에게 컴플레인해봐야 바뀌는 거 없다는 거 알다 보니 이거 참 컴플레인을 할수록 스스로 진상 같다는 자괴감이 든다.

기업들이 그리고 마케터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이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고객 경험이다. 과거처럼 구매패턴이 단선적이지 않으니 고객의 사고와 행동의 동선을 다 고려하여 어디에서 소비자들이 자극을 받는지 구매 결정은 어디에서 하는지 그리고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시나리오도 만들고 테스트도 해봐야 한다. SKT가 오프라인 판매점을 운영 유지하는 데 힘이 들기도 하거니와 언택트 시대에 맞춰 다이렉트샵을 만드는 거 까지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대면하지 않는 프로세스에는 더욱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 언택트에는 대면에서 오는 상호작용의 강점이 낮기 때문이다. 상담사의 친절한 목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없다. 케이스가 3개나 오는 중복적인 마케팅 비용을 다른 곳에 사용한다면 더 긍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 터치포인트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삼성전자는 SKT가 국내에서 가장 큰 파트너일 텐데 현장에서는 SKT가 어떤 선물을 주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엣지가 가진 단점으로 인해 필름 부착시에 터치감에 대해 문제가 자꾸 발생된다면 이는 자사에 화살표가 돌아올 수도 있으니 애써 개발한 필름 부착 기계를 위해서라도 통신사와 이런 문제를 협의하면 좋지 않을까? 오늘의 첫 마케팅 일기는 소비자 불만 리포트가 되었다. 내일은 좀 긍정적인 일기를 쓸 수 있도록 기대하며 오늘의 일기를 마무으리~~


PS : 와이프는 S9으로 바꿨는데 대리점이 공시지원금은 선택할 수 없고 요금약정할인만 할 수 있다고 해서 또 전화를 걸게 만들었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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