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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Aug 26. 2018

생일 케이크에 숨겨진 비밀

마케팅일기 -2018년 8월 25일 토 날씨:태풍 후라 조금 선선

오늘은 사랑하는 둘째 하준이의 세 돌 생일이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우리 가족은 토요일 아침 토스트와 바나나 그리고 락토프리 소화가 잘되는 우유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제 티몬에서 보았던 63 빌딩 아쿠아플라넷 조조할인 1만 원 티켓 판매를 다시 찾아서 4장을 예매했다. 매우 안타깝게도 하준이가 세돌을 맞았기 때문에 하루 차이로 하준이의 티켓까지 구매를 해야 했다. 너무 정직한 우리 가족^^

어서 준비를 마치고 나선 우리 가족은 오래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구조가 매우 잘 되어 있는 지하에 차를 세우고 아쿠아리움을 찾아 나섰다. 3번째 방문이지만 진앤준 브라더스는 매우 신나 했다. 그런데 티몬에서 구매할 때 분명히 바로 사용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매표소에 물어보니 구매 후 1시간 후에 보내주는 MMS를 가지고 입장이 가능했다. 티몬의 바로 사용이란 문구를 읽고 자세한 내용을 보지 않았던 나와 티몬을 탓하며 30여분의 시간을 보내러 갤러리아 면세점을 둘러보았다. 오전 시간이지만 너무나 여유로운 면세점에 남 회사 영업 걱정을 해주며 선글라스와 시계 그리고 코코몽 코너 등을 둘러보며 문자 오기를 기다렸다. 한 가지 재밌는 브랜드는 한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던 보이런던(90년대 한 때 핫한 브랜드였던)이었다.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거친 건지 매우 힙합스러운 분위기로 큰 매장을 온통 검은색 옷들로 채우고 있었다.

문자가 왔고 바로 바코드로 입장을 하였고 오랜 연륜을 자랑하듯 작고 낮은 천장의 63 아쿠아플라넷은 정상가로 오기에는 민망한 규모와 전시물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었지만 인어공주와 신데렐라 퍼포먼스는 모든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인기였다.

<주인공은 기술이 남달라~>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마친 4명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로 31개의 맛을 자랑하는 동네 배스킨라빈스로 향했고 이전 내 생일에 선배가 보내준 카톡 아이스크림 케이크 대신 파인트 4개와 싱글컵 2개를 사고 또 다른 선배가 보내준 카톡 케이크를 사러 파리바게트로 향했다. 진앤준 브라더스가 원한 뽀로로 케이크를 무시하고 쌈지 막 한 청포도 케이크와 식빵 그리고 뽀로로 케이크를 안산 이유로 그들을 달래기 위해 뽀로로 초콜릿을 사서 양손에 가득 프랜차이즈 상품들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오후를 보낸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고 드디어 촛불 끄기 행사에 들어갔고 두 형제는 서로 초를 끄겠다고 난리를 치며 미국에서 수입된 생일 축하송을 부르고 촛불을 끄고난 후 케이크를 조금씩 나눠먹고 긴 하루를 마감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인지 재우기 넘 힘들었다. 그래서 이글도 다음 날로 이어지고 있다. 일긴데 ㅎ

케이크를 사면서 갑자기 든 생각!!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생일 때 케이크를 사서 초를 끄기 시작한 거지?

어릴 적 기억에 케이크를 두고 생일 축하를 받아본 기억이 없어서 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케이크는 어떻게 생일 축하의 대명사가 되었고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이런 생각이 미치다 보니 이거 일기로 쓰면서 가볍게 마케팅 다이어리라는 컵셉을 잡았는데 이도 참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내용만 찾아 정리해도 논문 수준일 테니 말이다. ^^

좀 찾아봤더니 케이크는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고 촛불을 올리는 것은 중세 독일에서 킨테페스트라고 어린이의 생일 축하를 위해 아침에 케이크에 생일보다 하나 많은 초를 밝히고 저녁까지 불을 밝히다가 저녁에 나눠 먹었다는 얘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생일 축하 노래는 1912년 미국인 자매 패티 힐과 마일드레드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생일의 상징인 케이크 3종 세트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우리나라 생일 축하에 케이크를 전파한 큰 공로는 동네마다 하나 씩은 있었던 동네 제과점이었겠지만 이를 더욱 확장시킨 것은 SPC그룹과 CJ 그룹이 아닐까 싶다. 두 회사의 간판 베이커리인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그리고 최근에는 같은 그룹사인 배스킨라빈스와 투썸플레이스가 추격하는 형세라는데 특히 특별한 시즌에는 미리 케이크를 사전 준비한단다. 5월이나 12월의 경우는 되도록 프랜차이즈 케이크를 사 먹지 말라는 말도 나오니 잘 살펴보시길...

크리스마스엔 빨간 산타가 상징이듯이 우리네 생일 축하에는 케이크와 촛불 그리고 Happy birthday to you가 상징이다. 원래 산타클로스의 원형은 성 니콜라스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순록을 타고 선물을 돌리고 키 큰 산타에서 뚱뚱한 산타로 그리고 코카콜라가 만들어준 붉은 산타복 덕에 지금의 산타가 되었다. 생일 케이크도 이런 유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싶다.

현대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상징이다. 소비자에게 어떤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상징을 갖게 하느냐가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한 비장의 무기이다. 기술이나 디자인은 베끼기 쉬운 세상이지만 소비자 마음속에 새겨놓은 상징까지 카피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더더욱 기업들은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뇌리에 기억되기를 바랄 것이다.

프러포즈의 상징은 다이아몬드인데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생산기업인 드비어스는 이 상징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광고비를 집행했다. 또 다른 프러포즈의 상징인 티파니 블루 박스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실 티파니 은반지를 종로 귀금속 시장에 내다 팔아 봐야 수천 원이겠지만 수십만 원의 가치를 품고 프러포즈계의 메시나 호나우두가 되게 만드는 것은 티파니가 가진 상징때문이다.

생일 케이크도 마찬가지로 생일은 1년에 한 번밖에 돌아오지 않는 365일 중에 하루이기에 특별하다. 기업에겐 매우 좋은 마케팅 소재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 중에 생일이 없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베이커리 업계만 생일 마케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B2C 기업들에게 생일은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유지하게 만드는 좋은 아이템이다. 물론 생일에 무료 음료 쿠폰만 써먹고 돌아오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기도 하겠지만 소비자와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 주는 소재 중에 이렇게 좋은 게 어디 있으랴~

생일 케이크는 밀가루와 계란 설탕 등이 주원료다. 이 하나하나가 가진 경제적 가치는 크기 않지만 이 혼합이 만들어내는 케이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상징은 경험 경제 시대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가치를 배가시켜준다. 상징은 감정의 울림이 있다. 이는 경제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주원료이다.

생일 케이크가 소비자의 하루를 축하해주는 중요한 소품이 되었듯 상품과 서비스는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너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너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만드는 경지에 올라야 한다. 이것은 공급과잉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숙명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며 어떤 감정적 울림을 줄 것인가 되물으면서 오늘의 마케팅 다이어리를 급하게 접는다.

오늘도 무지 길다. 점점 줄여야겠다. 그리고 주말은 쉬어야 하나? 애들 때문에 쓸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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