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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Aug 27. 2018

팸셀족을 아십니까?

마케팅일기 - 2018년 8월 27일 월 날씨:비가 계속 오고 좀 쌀쌀

매주 일요일의 일정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평일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지만 10시에 애들 주일학교에 보내고자 토스와 시리얼을 바나나나 달걀프라이와 먹고 단장하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오늘은 와이프가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다. 어제 아침에 패밀리세일을 간다길래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패밀리세일(Family sale)은 임직원이나 VIP를 초대해 비공개로 이월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인데 요즘은 보통 첫날은 임직원과 그들의 가족, VIP에게 문을 열어주고 둘째 날부터는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과거에 직구가 활성화되기 전에 해외 수입 브랜드들의 패밀리 세일에 참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들은 있어지만 요즘은 해외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들도 패밀리 세일로 재고 소진을 하고 있다.

처남댁의 언니가 한섬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한섬의 패밀리세일 첫날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사진좀 찍어와 달라 부탁했는데 그럴정신 없었다는 와이프 말에 인스탐 검색해보니 그럴만도>

처남댁 식구들과 와이프는 아침 일찍 모여서 행사가 진행 중인 세종대로 출발을 했고 나는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 씻기고 옷을 입히고 양손에 진앤준 브라더스의 손을 잡고 교회로 출발했다. 예배가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없으니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탕슉을 먹자는 진이의 제안에 배달의민족 장 이사님과 숭에게는 미안하지만 요기요도 이용해보려고 그래야 경쟁사 얘기도 해드릴 수 있으니(그리고 첫배달 5천 원 할인ㅎ)^^ 앱을 설치하고 리뷰가 많고 사장님이 댓글을 잘 다시는 중국집에 찹쌀 탕수육과 짜장면 1그릇을 시켰다. 이 정도면 우리 4 식구가 먹을 양인데 엄마가 없는 데다 군만두 서비스까지 가져다주셔서 탕수육과 군만두는 좀 남았고 준이는 계속 엄마는 언제 와를 외쳤다. 간간이 와이프에게 들리는 소식은 장난 아니야 와 계산 줄이 2시간이라는 말이었다. 내 옷도 톡으로 올려주었지만 내 건 되었고 와이프 꺼나 많이 사 오라고 했다. 9시도 안되어 나갔던 와이프에게 오후 2시 반이 되어 아지 점심도 못 먹고 강변북로에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오는 길에 봤는데 행사장소인 세종대에서 이어진 줄이 어린이대공원역까지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체력과 인내심이 넘치시는 분들 정말 많구나 생각했다. 과거에 나도 SK네트워크 패밀리 세일에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 행사는 SK네트웍스의 패션 부분이 한섬(한섬은 이전에 현대백화점에서 인수)에 인수되면서 브랜드들이 많아서 더 많은 분들이 왔나 보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섬의 브랜드들이 타임, 마인, SJSJ, 클럽 모나코, 캘빈클라인, DKNY 등이니 고가의 패션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이니 다른 회사들보다 더 인기일 듯하다

<구글링으로 패밀리 세일을 입력하니 나오는 이미지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 봐야지 하고 패밀리 세일에 대해 좀 검색해 보니 팸셀족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 뜻을 보니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은 이렇게 정의를 하고 있었다. '패밀리 세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구매하는 소비자를 지칭'. 우리 집은 팸셀족은 아니구나 생각하며 팸셀족의 소비행태를 좀 찾아보았는데 이들은 주로 패밀리세일의 정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이트와 맘 카페 등에서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월요일 아침에 검색을 해보니 한섬 패밀리 세일에 대한 블로그 후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패밀리 세일을 활용하는 꿀팀 정보도 함께 올려놓았다. 와이프가 알려준 정보와 블로그에 공통적으로 올라온 패밀리 세일 정보를 몇 가지 알려주자면~~

1. 아주 일찍 가거나 늦게 가거나(근데 늦게 가면 물량이 좀^^)

2. 작은 크로스백 정도만(큰 가방은 보관해야 한다니)

3. 자가용 노노(주차 시간 흐미~~)

4. 브랜드 사이즈 공부

5. 가능하면 한 명은 미리 계산 줄에

6. 균일가전을 먼저 공략

7. 배를 채우고 체력 안배


패밀리 세일의 장단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 상품을 정리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미지나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패션 브랜드를 시즌에 맞춰 잘 사 입는 사람들과 이런 기회를 통해 좋은 품질의 상품을 사려는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적적한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하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상품을 정가의 80~90%로 싸게 살 수 있지만 교환이나 환불이 안되니 나름 매의 눈으로 상품을 골라야지 싸다고 무턱대고 사다가는 묵히는 상품이 되고 차라리 정상가로 제대로 고른 옷 가격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즌이 지난 옷은 어차피 아웃렛을 지나 결국 안 팔린 옷들은 폐기되거나 삼국으로 팔린다는 점에서 구매 여정을 길게 길게 만드는 것이 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좋을 수 도 있으나 상품이 생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부대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마냥 계속 팔 수는 없으므로 빨리 재고 소진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패밀리 세일이 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안 팔리는 옷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많은 패션 기업들이 시즌 전에 데이터 분석 등을 포함한 기획단계를 거쳐 적정량의 옷을 생산하지만 소비자 기호에 안 맞는 옷은 왜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적정한 재고를 고려하지 않고 기획을 하면 판매 기회를 놓칠 수가 있고 또 팔리는 옷만 만든다면 다양성이 부족해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패션회사나 유통업에서 일을 하게 되면 배우는 첫 분석방법이 있다. ABC분석이 그것인데 이는 매출의 80%를 상품의 20%가 차지한다 혹은 매출의 80%를 20%의 고객이 일으킨다는 파레토 법칙이라고 해도 되는데 기준을 세우는 곳이 다르고 이를 A, B, C로 구분하여 이 선상에 위치한 기준점을 매출이나 기타 기준 등으로 A는 매출의 70%, B는 매출의 90%, C는 나머지로 정한 것이다. 패션회사나 유통회사들이 전년 매출 기준에 따라 올해 팔 상품을 기획하는데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상품은 전체 상품의 20~30% 뿐이다. 그러면 아무리 적게 만들어내는 상품이라 할지라도 이를 다 모으면 사실 꽤 많은 양의 상품들이 재고로 남을 수밖에 없다(이런 꼬리에 해당하는 상품을 모아서 팔 생각을 한 사람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다 이를 롱테일의 법칙이라고 하나?). 그리고 이 법칙은 아웃렛을 지난 어디를 지나도 유지되기 때문에 역시나 계속 남는 놈들은 남는다. 하지만 사이즈나 가격 그리고 날씨나 유행 등에 따라 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전히 패밀리 세일에서 득템을 할 기회는 많이 있다. 이전 해가 덜 추웠다면 겨울 상품들이 많다던가 해서 헤비 아우터를 공략한다던가 다른 사람보다 크거나 작다면 이런 행사에서 희소 사이즈를 노린다면 좋은 쇼핑찬스가 될 것이다.

<ABC 분석의 예, https://en.wikipedia.org/wiki/File:ABC_class.jpg>

패밀리 세일이란 게 등장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과잉이다. 공급과잉이 소비자에게 풍요로운 소비생활이라는 선물을 주기는 했지만 공급과잉은 과당경쟁과 공급가의 상승을 가져오는 주범이다. 패밀리 세일에 등장하는 상품들의 가격을 보면 놀랄 때가 많을 수 있다. 200만 원짜리 코트가 40만 원~~, 100만 원 점퍼가 10만 원 이면 소비자들이 혹할만한 가격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과연 200만 원에 사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상품이 원가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 가치와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재고 처리비용까지 감안하여 만들다 보니 출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뭐 가격표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만든 상품들이 재고 없이 팔린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적정한 마진과 적정한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시장에서 꼭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라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올 겨울에 이 옷을 보시고 알아보신다면 이 글을 읽으신 분임을 인정합니다. ^^>

와이프가 보내온 카톡 사진에 나는 되었소라고 했지만 와이프가 그냥 오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 왔으면 고맙게 입고 안 사 왔으면 카드값 줄이는 거니 둘 다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 온 게 더 기뻤다^^~. 와이프는 SJYP의 겨울용 롱 아우터 하나랑 숏 아우터 그리고 진이를 위해서는 토미 힐피거의 오리털 패팅과 누빔 점퍼를(준이는 형꺼 물려 입는다ㅜㅜ) 나를 위해서는 캘빈클라인의 오리털 숏 아우터와 아메리칸 이글의 셔츠를 하나 사 오는 것으로 7시간 장정의 패밀리 세일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가격이 후들후들하다ㅜㅜ

근데 아메리칸 이글 셔츠 정가가 5만 원인 건 좀 심하다. 미국에선 2~30 여불 일거 같은데~~

오늘의 마케팅 일기 끝~~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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