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명광 Aug 28. 2018

왜 당장 사지도 않을 자동차 리뷰를 계속 보는 걸까?

마케팅일기 - 2018년 8월 28일 화 날씨:비가 오락가락

비가 오는 아침에 BMW(Bus, Metro, Walk)로 출근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도 자가용으로 출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오늘 아침 정도의 오락가락하는 가랑비 같으면 뭐 그리 생각안 할 수도 있으나 폭우가 쏟아져 허리 아래로 다 젖을 정도이거나 너무나 추운 날 아침에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차가 없어서가 아니고 있더라도 회사에 주차할 수 없거나 차를 가지고 다니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때는 나도 차를 가지고 출퇴근할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 내게 주차 자리도 하나 내어주고 회사까지 그리 멀지도 않아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퇴근을 하곤 했다. 자동차 얘기를 해볼라 하니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 차가 2대였다. 부유의 상징이냐고? 아님 미국처럼 1인 1차? 그런 건 아니고 원래 있던 차가 좀 커서 와이프는 부담스러워 운전을 못하겠다고 하고(장롱면허였었다) 애들 등 하원은 시켜야 해서 중고로 작은 차를 사서 주로 와이프의 행동반경에서만 움직이는 차였다. 그런데 운행을 하다 보니 이게 뭔 짓인가 싶었다. 재벌 2세도 아니고 수입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차량의 감가상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지비와 보험료 그리고 혹시나 고장이나 접촉사고라도 났다 치면 이거 뭐 휴~~

그래서 과감하게 차를 다 정리하고 와이프 위주의 작은 차로 바꾸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날은 가끔 나도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딱히 차가 맨날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ㅎ

자동차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매우 많은 사람 중에 하나다. 자동차 섹션에 나오는 기사나 리뷰를 살펴보기도 하고 어느 회사에서 신차를 냈다고 하면 보기도 하고 특히 좋아하는 브랜드 스토리들은 빼놓지 않고 살펴보기도 한다. 나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자동차가 여전히 로망이 되는 상품임에는 틀림없다. 내 첫차에 대한 로망은 BMW였으나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기에 은색 스펙트라로 자가용 시대를 열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로망이 없다. 시대가 변하고 내 욕망도 변한 것이겠지.

<그때는 비슷했던거 같은데 지금은 아닌거 같다. 출처:위키피디아, KIA 홈페이지>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효용의 형태가 바뀌어 가면서 소유의 효용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집도 빌려 쓰고(있는 사람들은 세금 때문에 빌려 쓰고 없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 빌려 쓰지만) 차도 점점 빌려 쓰기도 한다. 우리 집 차도 리스로 이용하고 있고 가끔 차가 필요한 경우에 공유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하고 싶은 차는 계속 있기 마련이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것을 소유한 시대가 있을까? 물론 과거 권력자들은 사람을 소유하기도 했으니 지금보다 더 큰 소유를 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생명을 제외한다면 부정할 수 없는 시대다. 소유한 게 얼마나 많으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책이 나왔을까?^^ 아마도 소유하면 할수록 가지게 되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이야기일 거다. 갑자기 차 이야기를 하다가 막 산으로 가고 있다.

요즘은 좀 덜하겠지만 8~90년대만 하더라도 집에 차를 하나 장만하는 것은 집을 사는 것만큼이나 큰 일이었다. 온 가족의 대소사를 함께하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가족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는 제조물이었다. 지금은 그런 느낌은 덜하고 인간의 삶을 좀 더 편리하게 해주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으나 자율주행이 완벽해지고 자동차와 교감하는 날이 도래한다면 다시 가족이 되려나?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여 가장 번성한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다.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소유욕은 본능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엄마 아빠를 독점하려는 욕구부터 자기 장난감이나 식기를 갖고 남에게 주지 않으려 하거나 못 쓰게 막으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인간의 생존과 안전에 대한 욕구를 가장 잘 해결해주는 의식주중에는 사실 사는 것 즉 집에 대한 소유욕이 가장 강한 거 같긴 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제외하면 바로 나오는 게 자동차인데 집이나 자동차 광고는 특히나 저 집이 내 집이었으면 저차가 내차였으면 하는 류의 광고가 많다. 박진영 노래같네^^

2008년 현대자동차가 4세대 그랜저 광고를 내면서 욕을 한 바가지로 먹은 적이 있다. 광고는 이렇게 시작된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뽁뽁~~

차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한다느니 물질 만능주의라느니 별의별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지만 아마 내부적으로 이광고를 만든 사람은 평가를 잘 받았을 것이다. 이 광고로 그랜저는 중산층 성공의 아이콘이 되었고 정말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https://youtu.be/8TriJfXIjuw

<<광고를 함 보고 싶으시다면 https://youtu.be/8TriJfXIjuw>

사지도 않을 차를 계속 검색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구매행동 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소비자의 구매과정은 단선적이었다. 우리 집 첫차가 기아의 프라이드 베타였는데 어렸기 때문에 구매 과정이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의사결정권자가 차의 가격과 디자인이나 쓰임새 등을 고려하여(아마 가격이 가장 우선순위였던 거 같다 ㅎ) 구매를 결정하고 대리점에 가서 차를 좀 살펴보고 시승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함 타보고 60개월 할부 같은 것으로 우리 집 차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요즘 차를 사는 방법은 어마 무시하게 많다. 그리고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넘치다 못해 홍수 수준이다. 이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CDJ(Customer Decision Journey, 고객 구매 여정)를 새롭게 정의했다. 단선적인 Funnel(깔때기) 형태의 흐름이 ZMOT(구글이 말한 소비자 구매 여정 모든 곳이 MOT) 시대에 맞지 않다 판단하고 새로운 소비자 구매 여정을 설명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거의 고문이지 않을까 싶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과거보다 자동차 대리점을 찾는 빈도가 5회에서 1.6회로 현저히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얻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상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를 바꿔야겠다(예전에는 사야겠다였겠지만) 생각하고 나서 정보를 검색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다음 차를 고려해두고 그 차에 대한 정보를 계속 찾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동차 기업들은 이제 과거처럼 대리점 판매에만 열을 올리진 않는다.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경쟁자가 많아진 것도 신경 쓰이고 사람들이 점점 차를 소유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부분은 더더욱 신경 써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을 해야 하니 고효율 저연비 차를 만들면서도 싸게 만들어야 하는 몇 중고를 겪고 있다. 소비자는 이에 아랑곳 않고 내게 최적화된 완벽한 차를 여전히 검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어딘가 지점(자동차 대리점 아님)에서 저 차를 사야지 하고 마음을 먹을 것이다. 이미 마음은 먹고 있을지도...

<맥킨지가 고객구매여정을 새로 설명한 그림 깔대기에서-무한루프형태로>...

소비의 욕망은 득도를 하지 않는 이상 혹은 가세가 기울어 소비의 여력이 없지 않은 이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할 것임에 틀림없다. 천국에서 이브가 갖고 싶었던 것은 하나님의 눈이었다. 인류 태생부터 소유욕은 존재했으니 이 욕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면 계속 갖고 싶은 것을 검색하며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검색해서 보는게 대리만족 뿐만 아니라는 거 읽으시는분은 아시리라 믿고) 얼마나 좋아진 세상인가 소유욕을 조금이나 달랠 수 있는 곳 온라인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온라인으로 바로 구매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니 꼭 좋은 것만은 아니나^^ 욕망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있지 않을까 사지도 않는 차를 검색하면서 말이다. 매일 등장하는 와이프도^^ 매일 옷을 검색하며 대리 만족하더라~~(참 다행이다)

벤츠가 최근에 내놓은 CLS 광고는 데이트 중인 남녀 중에 여자가 지나가는 CLS를 보고 남자의 시선을 바꾸거나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차를 못 보게 하는 내용인데 엔딩은 결국 남자가 CLS를 보고 여자를 대차게 뿌리치고 가버린다. 벤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너의 욕망을 억누르지 마라 이런 거 아닐까? 이성보다 매혹적인 차?

어쩌다 보니 결말이 벤츠 홍보성 글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OjBUEbBtGc

< CLS의 새로운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OjBUEbBtGc>

http://clnco.kr/









매거진의 이전글 팸셀족을 아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