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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Aug 29. 2018

맥주는 어디에서 마셔야 가장 맛있을까?

마케팅일기 - 2018년 8월 28일 화 비가 계속 와요

오전에 와이프랑 일정을 마치고 동네 초밥집에서 점심 초밥으로 초밥 8피스와 우동이라고 쓰여 있었으나 메밀이 나왔지만 쿨하게 그냥 먹고 나서 연남동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집 앞에서 한방에 가는 버스가 2개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정확히는 연남동 옆동네 연희동이었지만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연남동과 마주하고 있는 첫길에 있는 곳이었다. 그 장소는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물이었고 2층만 공사가 끝나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고 다른 층은 다 공사 중이었다. 2층은 코워킹 스페이스였는데 오늘 만난 Cft의 박진수 대표님과 식구들은 아직 공사 중이라 그곳에 있었고 곧 3층으로 옮길 거라 했다. Cft는 Creative와 Craft가 합쳐진 말로 영상작업도 하고 있지만 맥주 문화를 선도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2시간 동안 동네 인근 카페에서 살아온 이야기며 비즈니스 이야기며 나누다 시간을 보니 2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역시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항상 즐거운 일이며 신나는 일이다.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고 대표님은 맥주를 마실 때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늘은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글을 막 써 내려가고 있다. 왜냐면 저녁에 모두의 학교를 가야 하는데 시간이 별로 없어서다. 우연은 없다는 생각을 한 게 지난주에 서희정 박사님이 주관하시는 <모두의 학교 콘텐츠 보고 뜯고 씹기>의 주제 중 하나가 맥주 하면 생각나는 콘텐츠였는데 나는 맥주 하면 생각나는 영화로 쇼생크 탈출을 이야기했다. 쇼생크 탈출 줄거리는 각자 찾아보시고 명장면 중에 하나가 주인공 팀 로빈슨이 교도관들의 세무 상담을 해주고 받은 혜택으로 얻은 건물 옥상 타르칠이 끝나고 얼음물에 채워진 'Stroh's Bohemian'이란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다. 죄수들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바라보는 팀 로빈슨의 표정이 여전히 생생하다. 죄수들이 마시던 맥주~ 물론 맥주가 아니고 물이었다 하더라도 참 시원하고 맛있게 먹었겠지만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죄수들이 자유를 찾은듯한 표정이다. 그 어느 맥주보다 더 맛있지 않았을까?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 중 하나 출처 :imdb.com>

맥주는 브랜드나 제조법이나 원료에 따라 맛도 다르겠지만 사실 맥주의 맛보다는 맥주는 분위기로 마시거나 어떤 조건을 가지고 많이 마시기도 한다. (맥주 전문가도 아니고 맥주를 자주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내 인생 한때를 풍미했던 술 중에 하나가 맥주였기 때문에 분위기는 안다^^ 편의점에서 맥주라도 한 캔 사 올걸~) 어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항상 퇴근길에 편의점 앞에서 캔맥주를 마시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하기도 하고 한 모임에서 만난 이는 집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의식처럼 맥주와 안주를 준비한다고도 한다. 메인 이미지처럼 한적한 해변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과 책이나 풍광을 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 오르기도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어는 때 맥주가 가장 맛있었나요?


맥주를 전문적으로 좋아하고 기술적으로 아시는 분은 맥주는 맥아 함량이 어느 정도이고 맥주가 몇 도 정도일 때 가장 목 넘김이 좋고 맥주 안주로는 사실 오징어 땅콩보다는 기름진 것이 잘 어룰린다 뭐 이렇게 얘기하실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맥주 자체가 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저녁에 집에서 한잔, 친구들과 가볍게 한잔,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위해서 이럴 때 자기만의 최애 브랜드를 많이 찾기도 하지만 당일 환경에 따라 브랜드는 달라진다. 특히 폭탄주를 만들 때 소주의 브랜드는 중요하지만 맥주는 잘 안 따지는 경우를 많이 봤으니 맥주 회사들은 그렇게 광고를 많이 하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데 서운한 마음이 들 법도 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도 맥주 시장이 매우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오비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고 있지만 수입맥주가 편의점을 통해서 엄청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고 수제 맥주 시장도 주세법 개정에 힘입어 연간 400억 규모로 성장했다. 강남이나 힙한 거리에 가면 수제 맥주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제는 맥주가 단순히 회식용 축배용이나 폭탄주의 배경이 아닌  맥주 본연의 영역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8년 상반기엔 수입 맥주 소비량이 국내 맥주를 넘어섰다고 하니 그동안 국내 맥주 회사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만 한 건 아닐까? 독과점에서 오는 장점을 굳이 버리고 다양한 맥주를 생산할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국산 맥주가 항상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던 이유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장소에서 있는 맥주를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에 영업에 의해 준비된 맥주들만 그 상황에 맞게 팔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그리 길들여졌을 것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잘 나오는데 굳이 다양한 맥주 라인을 만들 이유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굳이 유통회사 오너분이 만든 맥주집이 힙한 장소인 게 아쉽지 않을까?

<신세계가 운영하는 데블스도어 센텀시티점 출처 : http://ssgblog.tistory.com>


맥주가 그냥 맥주가 아니라 무슨 맥주 주세요로 건너온 것은 우리가 취향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양성의 시대이고 권위의 시대를 다 벋어 난 건 아니지만 벗어나고 있고 집단적 문화가 아니라 개인의 목소리가 존중받고 커진 시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우리가 몰랐던 그 다양성과 다채로움이 맥주 세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먹고 마시고 죽자는 음주 문화의 변화도 한몫을 했다.


이런 시대에 맥주회사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사람들은 맥주는 참 편안한 상태에서 마시길 원하고 그런 장면이 머리에 그려지는 거 같다. 메인 이미지처럼 한적한 해변에 누워 풍광을 보거나 책을 보면서 시원함을 증명하듯 맥주병 표면을 흐르는 물방울이 선명한 코로나를 마시는 것을 상상하거나 맨해튼의 힙한 노천카페에서 수많은 이방인들 사이에서 본토 버드와이저(이거 한국에서 만들었을지도^^)를 홀짝홀짝 마시는 거 같은 이런 이미지를 생각할지 모른다. 거기에 카스나 맥스나 크라우드는 없다. 대규모 공장에서 새로운 맥주를 다양한 라인에서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개인보다는 업장에서 매출 규모가 더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편의점의 맥주 대란을 보면서 물론 고민하고 있겠지만 좀 더 정통한 방식의 소비자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케팅의 아주 오랜 공식인 4P믹스에 Product가 가장 먼저 오는 이유는 지나가는 동네 개들도 알 것이다.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본질에 충실하지 않은 상품은 소비자에게 선택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대가 변하고 취향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면 맥주 맛도 종류도 다양해지고 그에 호응해주는 마케팅이 필요해 보인다. 맨날 여름만 되면 페스티벌 광고 몇 달 내내 안 했으면 좋겠다. 시원하게 마시는게 맥주긴 한데^^ 언니들만 나오는 맥주광고도 좀~~디지인으로 차별화 하지말고 맛으로~~

소비자들이 맥주를 어떤 때 누구랑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지 그 그림에 맞는 맥주를 다양하게 만들고 소비자가 그리는 그림을 새겨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일 거 같다. 전 세계 맥주를 다 상대해야 하지 않은가?

소비자들이 예전과 같지 않다.


http://cl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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