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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슈 in Business

Prologue

by 조명광

한국인들은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양반 계급들은 쉽게 웃거나 울거나 화내거나 하는 것을 자제하는 법을 배우며 자랐죠. 베이비부머 아버지들을 보면 쉽게 이해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이를 드러내는 것에 스스럼 없습니다. 감정을 잘 들어내는 행위는 이제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미덕이 된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감정적이다라는 말을 씁니다. 그리 긍정적인 어감은 아니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MBTI를 신봉하는 세대들은 T는 팩트폭격자로 F는 감성충만자로 정의하며 자신의 이성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감정적이다 라는 말은 왜 부정적인 말이 되었을까요? 앞에서 말한대로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 자체를 터부시 했기 때문입니다.


감정과 대척점에 있는 단어로 이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성의 반대말은 감성입니다. 이성(理性, 다스릴 리 성품 성)이라는 한자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감각적 능력이라 함은 감성(感性, 느낄감 성품성)을 의미하는데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을 말합니다. 그래서 엄밀하게는 감정적이라는 말에는 마음이나 기분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데 감정적이라는 말에는 이성도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뇌와 마음이 함께(둘다 뇌입니다만) 해야 합니다.

이성적이라는 말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리판단을 잘 하고 합리적이며 어떤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고 생각의 파편들을 잘 정리하는 것으로 정의되었지요. 물론 인간의 삶은 매우 이성적이어야 했습니다. 수렵 채집 시대를 지나 농경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순간의 판단과 합리적인 결정이 가족이나 부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번성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유래 없는 식민지배와 전쟁을 이겨내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유일무이한 나라입니다. 전세계 자동차와 반도체, 바이오, 우주산업 등 대국들 사이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히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한민국이 K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또 한 번 도약하고 있지 말입니다. 그 흐름은 대한민국이 이성에 가려져 희로애락에 매우 민감하고 감정적인 민족이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리고 전세계가 그 감정에 동조하고 열정과 창의에 호응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매우 감정적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이 감정들이 사회와 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전세계를 홀리고 있는 이 때에 감정을 소비하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어는 수준에 이르면 이성적 판단만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끌림이 우선 순위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 매우 급격한 변화에 이르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나 기업이 이성적 판단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감성에 소구하여 그들이 감정적 판단을 하도록 하여 더욱 가치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고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와 서비스를 접하며 살아갑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든 순간은 단순한 거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고객은 제품의 품질 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제공하는 감정적 경험을 통해 만족도를 결정합니다.

감정 기반 고객 경험(Emotion based Customer Experience)이란 단순한 기능적 만족을 넘어서, 고객이 브랜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경험을 의미합니다. 이는 곧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객은 자신이 존중 받고,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비로소 브랜드에 대한 깊은 애착을 형성하게 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객 경험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자동화된 챗봇,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 개인화된 서비스 등이 등장했지만, 이러한 기술이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고객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연결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고객 경험은 단순한 효율성을 넘어서는 경쟁력이 됩니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설계하고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고객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을 존중하는 브랜드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이 곧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순간입니다.

“Motion comes from emotion”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소비자와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감정이란 단어로 귀결되고 있다는 의미로 감정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매우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감정이라는 단어를 심리학적이거나 행동경제학적으로 전문적으로 분석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요. Marketing is everything 인 시대에 시장에서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마케터의 입장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이 구매여정에서 희로애락을 한번이라도 느끼셨다면 비즈니스 세계에 감정이슈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시는 겁니다. AI가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언젠간 인간의 모든 일들을 로봇과 AI가 대체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이 디지털이 아니고 아날로그의 상태라면 여전히 감정적 비즈니스는 생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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