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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경험경제란 무엇일까요?

감정은 돈이 된다.

by 조명광

(1)산업화 시대 벽에 부딪히다.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은 대량생산, 표준화, 그리고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기계화와 자동화가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동일한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경제 발전의 주요 동력이었습니다.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고, 비용 절감과 품질 관리를 중시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실 산업화를 기계를 통한 자동화라고 말할 수 있는데 자동화는 사람의 손이 덜 들어가게 되어 인건비가 절약되고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량생산이나 효율성을 같이 가져가게 되고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했던 시절에서 공급이 수요를 넘치는 시대로 전환되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상품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산업화 시대의 경제는 기본적으로 ‘상품 중심’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물리적 특성과 가격, 내구성 등 객관적 요소를 중시하며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판단을 이성적 소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소비에 감성이 들어가지 않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는 경쟁력이 제품의 기능, 성능, 그리고 가격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요소들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기 시작하였고, 점차 소비자들의 관심은 단순한 물질적 가치 외의 요소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물질적 가치 외의 요소로 넘어가게 되는 것은 결국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고 소비자가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산업화 시대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20세기 중반부터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제품을 넘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관계 관리가 중요해 졌지만, 이 마저도 점차 표준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서비스도 상품화’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더 이상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원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단순한 상품·서비스 제공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백화점에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있었던 시절을 아시는 분이라면 어느 백화점을 가도 45도 각도의 인사와 정형화된 안내를 받아 보셨을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왜 엘리베이터에 한사람이라도 더 타면 되지라 생각이 되지만 그 시대에는 서비스의 극대화를 생각하면서 다양한 서비스 형태가 상품처럼 여겨진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의 기대가 산업화 시대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소비자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요?

매해 새 아침이 밝으면 대그룹 기업 총수들의 신년사들이 쏟아집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그룹의 사정에 맞춰 구성되지만 최근 몇 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소비자의 “경험”입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경험이 중요하다고 업그레이드하거나 극대화 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이는 조셉 파인(B. J. Pine)과 제임스 길모어(J. H. Gilmore) 가 정의한 경험경제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단순히 서비스 차별화를 넘어서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선언입니다.

경제 발전과 함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과 글로벌화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상품의 기능적 효용보다도 ‘어떤 경험’을 제공받는지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험경제 개념의 선구자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그들의 저서 The Experience Economy (1999)에서 “현대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남을 경험을 구매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점차 ‘경험’을 통해 정서적,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며, 이 경험이 곧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와 기업 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는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하고,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으며, 이는 ‘경험’의 사회적 확산을 가속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고객 참여와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이는 단순 구매 경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됩니다. 경험경제 시대에는 결국 개인의 감정이 중요하고 이는 서비스나 상품의 개인화, 파편화, 맞춤화 형식으로 적용되어 소비자의 경험상자에 쌓아지는 것입니다.

산업화와 서비스 경제의 발전으로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표준화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화’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찾기 위해 기존의 제품·서비스 제공 방식을 넘어서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상품과 서비스의 경제에서 경험의 경제로의 전환은,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단계”라고 설명하며, 이 변화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경험은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소비자와의 깊은 감정적 연결 및 브랜드 충성도를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는 곳들이 이제는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서비스와 상품의 평균을 만들었던 빵집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빵업계의 양대 산맥을 말해보라고 하면 일반 소비자들도 두 회사의 빵집을 꼽을 겁니다.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죠. 이들은 동네 빵집을 고사시키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파고 들었습니다. 많은 지역의 빵집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경험경제 시대가 되면서 동네 빵집들이 이들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을 이겨 나가고 있습니다. 도너츠가 유명한 빵집에서부터 베이글이 맛있는 집, 무첨가 빵을 만드는 집, 소금빵이 유명한 집들로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감정적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는 로컬 빵집들이 다시 득세하게 됩니다. 이는 규격화, 단일화, 효율화로 대변되는 산업경제, 서비스경제 시대를 지나 경험경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사례입니다.

파리바게트.jpg 출처 : https://www.paris.co.kr/
런던베이글.jpg 출처 : https://www.tripadvisor.co.kr/

(3) 감정이 경험 경제의 캐시카우입니다.

경험경제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넘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경제 패러다임입니다. 이 시대에서는 소비자가 참여하고, 직접 경험을 창출하는 ‘공동 창조(co-creation)’의 과정이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고객이 이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의 표출과 축적이 구성요소로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테마파크, 몰입형 전시, 맞춤형 여행 등은 단순한 제품 구매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가 단순히 소비하는 존재에서 ‘참여자’로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참여자의 변화는 소비자로 대변되던 큰 뭉텅이의 그룹이 하나하나의 소규모 그룹이나 개인으로 나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경험경제 시대에서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거래를 넘어, 감성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관계로 전환됩니다. 기업은 고객의 개인적 취향과 요구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맞춤형 경험을 설계하고 제공해야 합니다.

경험이라는 단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습니다.

경험공식.jpg

경험은 서비스나 상품의 이성적 결과물과 그에 곱한 개인의 감정을 개인화된 소비자가 갖는 기대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 말은 고객의 경험을 높이려면 결과가 항상 기대 이상이어야 하고 충분히 공감하거나 즐거워하거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소비여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치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필립 코틀러가 말한 “현대 마케팅은 제품의 기능과 효용성보다, 소비자에게 어떤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한 것으로 대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한 물리적 상품보다도, 그 상품이 만들어내는 경험과 이야기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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