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돈이 된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여느 날과 같이 매장을 한바퀴 돌며 특별한 일이 없는지 살펴보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밖이 소란스러워지면서 고객의 큰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좀 지나자 지나친 욕까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의 말은 이러했습니다. 캐셔가 계산을 잘 못해서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점점 포스(Point of Sales)가 현대화되면서 다양한 거래 방법들이 나오고 멤버십과 제휴처 등이 늘어나면서 아직 새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 캐셔가 고객을 응대하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매장내에서 거의 처리하지만 당시에는 포스를 매장 2~3곳으로 정리해서 브랜드 판매자들이 계산을 포스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계산이 느리다는 이유로 그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그 소비자의 분노는 느리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받은 상처나 불만이 그 시점을 계기로 폭발했을 수도 있죠. 조용히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하자는 제안에도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팔을 휘둘렀고 그 팔을 막으려다 멍이 들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보입니다.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간들의 감정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는 것 아직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 구조를 잘 이해하고 이를 통해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산업화 상품에서 맞춤화된 서비스나 경험 상품으로 성장한 중소 기업들이나 소상공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간의 감정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1)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어떻게 정의할까요?
2005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수록된 <한국어 감정단어의 목록 작성과 차원 탐색>이라는 저널에 따르면 감정을 연구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생리적 지표, 얼굴표정, 언어적 표현 등이라 합니다. 감정의 언어적 표현은 생리적 지표나 얼굴표정과 같이 감정의 직접적 지표는 되지 못하고 언어적 표현은 가장 개인적 통제가 용이하기 때문에 개인이 속한 문화나 당시의 상황이나 개인의 성격의 영향을 받아 축소되거나 과장되거나 왜곡되거나 차폐될 가능성도 크다고 하네요. 사전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가지고 감정이 투여된 단어들을 찾고 이를 어근 등으로 정리하고 최종정리한 실험결과 총 434개의 감정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인간의 감정은 434개일까요? 여기에 복합감정이 적용된다면 제곱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복합적인 반응 체계로 봅니다. 감정은
주관적 경험(subjective experience):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느낌(예: 기쁨, 슬픔, 분노)
생리적 반응(physiological response): 신경계와 호르몬 변화(예: 심박수 증가, 땀 분비)
행동적 표현(behavioral expression): 얼굴 표정, 몸짓, 언어적 표현 등으로 나타나는 반응
으로 체계를 나누었습니다. 위와 같이 감정은 단순한 ‘느낌’을 넘어서, 생리적, 인지적, 행동적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출처: Emotions Revealed, 2003.)은 감정의 보편성을 강조하며, 인간의 얼굴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기본 감정(행복, 슬픔, 분노, 공포, 혐오, 놀람)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전세계 문화가 다 다르지만 기쁘고 슬픈 일은 거의 비슷하고 언어만 통하면 웃음코드도 비슷한 걸 보면 보편적 감정은 유사합니다.
심리학자들이 어렵게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정의를 했다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정의할까요?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인류가 생존과 멸망을 진행하면서 그때마다 즐거운 일과 즐겁지 않은 일들을 겪으면서 생긴 표현들이 인류 문화를 통해 계승되어 온 기호(sign) 중의 하나라고 말이죠. 이것도 너무 어려웠나요? 유명한 과학자 찰스 다윈은 감정이 진화적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하도록 발달한 행동과 생리적 반응의 표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출처: 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 1872.)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이론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제임스 랑게(James-Lange) 이론: 외부 자극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 먼저 발생하고, 그에 따른 인지가 감정을 형성한다고 보았습니다.
타인이 나를 향해 뺨을 때린다면 우선 표피와 진피를 통해 통점이 자극 받아 아픔을 느끼고 이에 화가 나거나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면 굴욕적이라 생각하면서 참겠죠. 이런 과정으로 감정이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150여년 전에 많은 고민들을 하셨네요.
캐논 바드(Cannon-Bard) 이론: 생리적 반응과 주관적 감정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월터 캐논과 필립 바드는 위의 이론과 다르게 생리적 반응과 감정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했는데요. 사회화가 될수록 인간은 감정의 표현을 하지 않기도 하지만 이 과정이 엄청나게 빨라서 동시라고 해도 뭐 크게 다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스캐처 싱어(Schachter-Singer)의 이요인 이론: 생리적 각성에 상황적 해석(인지)이 덧붙여져 감정이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조금 더 발전적인 해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생리적 반응과 환경적 상황이 같이 작용하여 감정이 표출된다는 뜻입니다. 내 생리적 반응이 감정을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이성적 판단과 더불어 표현이 왜곡될 수 있다라는 것이죠. 다만 실질적인 감정적은 상황을 배제하여 나타난다는 점에서 위의 이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오랜 기간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감정은 입력에서 출력으로 나타나는 상황의 해석이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즉 입력되는 내용이 긍정적이면 이를 오랫동안 진화해온 내에서 바로 판단하여 긍정적 표현으로 출력이 된다는 것이죠. 감정이란 인간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포유류라면 어느 정도 다양한 감정표현이 가능하죠. 특히 새끼를 키우는 동물들의 경우 다양한 감정이 나타나는 것을 여러 영상들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들은 감정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외부 자극과 내부 생리, 인지적 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심리학자 리처드 라자루스(Richard Lazarus)는 “감정은 상황에 대한 평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응”(출처: Emotion and Adaptation, 1991.)이라고 설명하며, 감정이 개인의 인지적 평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경험경제에서는 소비자가 단순히 물리적 상품이나 서비스 이상의 감동과 추억을 경험하길 원합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감정은 기억 형성, 만족감, 그리고 재이용, 재구매 의도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테마파크나 몰입형 전시처럼 설계된 경험은 방문객에게 강렬한 정서적 반응(기쁨, 놀람, 감동 등)을 유발하여,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죠.
<case 2 스타벅스는 어떤 감정을 노렸나요?>
스타벅스는 1999년 이대 앞에 매장을 내면서 우리나라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그 전까지 다방 문화였던 한국의 커피문화를 미국식 카페문화로 제대로 변화시킨 장본인입니다. 스타벅스는 소위 말하는 제3의 공간 전략으로 한국의 커피문화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집(1의 공간)과 직장(2의 공간) 사이에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장 내 편안한 조명, 푹신한 의자, 따뜻한 색감의 인테리어를 통해 고객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고객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모든 커피 판매점들도 이 전략을 따라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스타벅스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커피를 판다는 것과 경험을 판다는 것의 차이입니다. 커피 한 잔을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었습니다. 고객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는 "이름 적어주기 서비스"나, 커스텀 음료 주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객에게 "나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줬고,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사이렌 오더나 드라이브 쓰루 매장 등을 통해 현대화된 커피 판매를 하기도 하지만 그 기본에는 프리미엄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기본 철학이 지속되고 있기에 지금도 여전히 커피 시장의 맹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타벅스는 "커피 한 잔이 주는 작은 행복"을 강조하며 소비자 감정을 자극합니다. 시즌별로 한정판 음료(크리스마스 한정 음료, 체리블라썸 라떼 등)를 출시하면서 "지금 이 순간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거기에 별을 모아서 받는 스타벅스만의 한정 굿즈는 소비자들에게 기대감과 설렘을 주었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굿즈를 위해서 음료를 주문하고 매장에 음료를 두고 간 사건이 있었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한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의 감정을 세심하게 자극하는 전략을 통해 성공한 브랜드입니다. "편안함", "특별함", "소확행", "사회적 연결", "윤리적 만족", "향수" 등 감정을 자극하며 소비자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뇌당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이런 감정적 소구 덕분에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숍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2)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감정(感情)을 감정(鑑定)해 봅니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로서 모든 결정을 논리적 계산에 의해 내린다고 가정했습니다. 데카르드(출처: 방법서설 (Discourse on the Method, 1637.)가 말한 이성의 의심하고 사고하는 능력으로 말이죠.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실제 소비자들이 종종 직관적이고 감정에 기반한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이를 대안적 선택이론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느낌(affect)’을 기반으로 선택을 하며, 이는 합리적 계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연구는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감정과 직관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전망 이론(Prospect Theory):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며, 이때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불안, 두려움 등)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263-292., 1979.)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경제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하더라도, 불공정하다고 느낀 제안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분노’나 ‘불공정에 대한 감정’이 경제적 이익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입니다.( 1982년 Güth, Schmittberger, Schwarze가 제안한 게임이론적 실험입니다.)
또한,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감정은 합리적 의사결정에 필수적이다”라며, 감정 결핍 환자들이 일상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사례를 통해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행동경제학적 연구는 감정이 마케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동일한 정보라도 제시 방식에 따라 소비자의 감정 반응과 선택이 달라집니다.
감정적 스토리텔링: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스토리와 메시지는 감정을 자극하여,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애플(Apple)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히 기능적 요소로만 판매하지 않고, 감성적인 브랜드 스토리와 경험을 통해 소비자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전략을 펼칩니다. 이러한 사례는 감정이 소비자 의사결정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case 3 젠틀몬스터의 감정>
젠틀몬스터는 단순한 아이웨어 브랜드를 넘어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젠틀몬스터가 소비자의 행동과 감정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희소성 효과 (Scarcity Effect) – "한정된 것에 대한 욕구 자극"
희소성 원리는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젠틀몬스터는 이를 활용하여 소비자가 제품을 더 원하게 만들게 됩니다. 한정판 제품 출시하여 특정 시즌이나 콜라보 제품을 소량만 생산, "지금 사야 한다"는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빠른 제품 회전율을 구현합니다. 매년 디자인을 빠르게 변경해 특정 모델을 계속 판매하지 않고 단종 시키면서, 소비자들이 즉각적인 구매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런 심리적 행동을 유도하는 가장 중심적인 축이 감각적인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매장의 인테리어를 정기적으로 바꾸어 "지금 이 순간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전략에 소비자들은 제품을 더 귀중하게 여기고,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FOMO, Fear of Missing Out)을 느끼게 됩니다.
두번째 프레이밍 효과 (Framing Effect) – "일반적인 안경이 아닌 예술 작품처럼 인식"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소비자가 인식하는 가치가 달라집니다. 젠틀몬스터는 안경을 단순한 기능적 아이템이 아닌, 패션과 예술의 경계에 있는 작품으로 포지셔닝 했습니다. 제품을 광고할 때 단순한 시력 교정 도구가 아니라 패션 아이템, 더 나아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아트 갤러리형 매장으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전통적인 안경 매장과 달리, 젠틀몬스터의 매장은 예술 전시 공간처럼 꾸며져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디자인 브랜드"로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한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팬덤까지 끌어안고 안경 디자인을 예술적으로 강조하고, 하이엔드 브랜드처럼 보이게 하여 명품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과거 백화점 매장엔 해외 명품 브랜드 선글라스와 안경들이 1층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 백화점에 가면 젠틀몬스터에만 사람이 가득합니다.
이런 젠틀몬스터의 전략에 소비자들은 단순한 안경이 아니라 "패션과 예술을 소비하는 경험"을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가격이 높아도 기꺼이 구매하게 됩니다.
세번째는 사회적 증거 효과 (Social Proof)입니다. – "유명인의 선택이 나의 선택으로 이어지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제품을 신뢰하고, 특히 유명인이 사용하면 더욱 가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셀럽이나 K-POP 스타들이 착용하도록 협찬을 시작합니다. 블랙핑크 제니, BTS 등 세계적인 셀럽들이 착용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젠틀몬스터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SNS에 올려 젊은 소비층이 "이건 트렌디한 브랜드구나!"라고 인식하게 하였습니다.
젠틀몬스터는 단순히 안경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독창적인 전략을 통해 성공했습니다. 희소성 효과로 소비자에게 "지금 사야 한다"는 긴급성을 부여했고, 프레이밍 효과로 단순한 안경이 아닌 예술 작품처럼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회적 증거 효과를 활용해 "스타들이 착용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며 트렌드를 주도했습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젠틀몬스터는 글로벌 아이웨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3) 이래서 경험경제가 중요합니다.
감정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개인에게 모두 동일한 감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고 문화에 따라 감정체계나 정서적 표출 방법도 다릅니다. 아직도 유행중인 MBTI를 한번 살펴볼까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개인의 성격 유형을 평가하는 심리 검사 중 하나입니다. 이 검사는 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 이론을 기반으로, 이사벨 마이어스(Isabel Myers)와 캐서린 브릭스(Katharine Briggs)가 개발하였습니다. 그래서 MBTI가 되었습니다. MBTI는 사람들의 성격을 네 가지 척도로 구분하며, 이를 통해 16가지의 성격 유형을 제시합니다.
외향(E)과 내향(I)
외향형(Extraversion, E):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며, 외부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는 성향을 가집니다.
내향형(Introversion, I):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며, 내면의 사고와 반성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감각(S)와 직관(N)
감각형(Sensing, S):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선호하며, 직접적인 경험을 중시합니다.
직관형(Intuition, N): 미래의 가능성을 중시하며, 직관과 영감을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고(T)와 감정(F)
사고형(Thinking, T):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감정형(Feeling, F): 타인의 감정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인간관계를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편입니다.
판단(J)과 인식(P)
판단형(Judging, J):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생활을 선호하며, 규칙과 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식형(Perceiving, P):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며, 즉흥적인 상황에 적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MBTI의 네 가지 성격 구분 기준은 크게 네가지 기준을 가지고 나누게 됩니다. (출처 : https://www.myersbriggs.org)
MBTI는 위의 네 가지 기준을 조합하여 총 16가지 성격 유형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ESTJ" 유형은 외향적(E), 감각적(S), 사고적(T), 판단적(J)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조직적이고 실용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INFP" 유형은 내향적(I), 직관적(N), 감정적(F), 인식적(P) 성향을 지닌 사람으로, 창의적이고 이상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MBTI 검사는 자신과 타인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대인관계나 직업 선택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MBTI는 절대적인 성격 분석 도구가 아니며, 개인의 성장과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MBTI 결과를 참고하되,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때 유행했던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향을 4가지로 구분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성향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감정을 분석하지만, 두 학문 모두 감정이 인간 행동의 핵심 동력임을 인정합니다. 심리학은 감정의 내부 메커니즘과 정서적 체험을 중심으로 이해하며, 개개인의 경험과 기억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합니다. 행동경제학은 감정이 소비자 의사결정, 특히 비합리적 선택이나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방식에 주목합니다.이러한 통합적 시각은 경험경제에서 감정이 단순한 부가 요소가 아니라, 경험의 질과 소비자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줍니다. 경험경제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소비자가 경험하는 감정은 브랜드 충성도, 재구매 의도, 그리고 구전 효과(word-of-mouth) 등 경제적 가치 창출과 직결됩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감정적 경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이는 다른 소비자에게도 강력한 감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험경제 시대의 기업들은 감정을 단순한 소비 후 반응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마케팅 및 서비스 디자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감정 상태와 취향을 정교하게 파악,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최신 기술을 활용한 감정 인식 시스템(예: 얼굴 인식, 음성 분석 등)을 통해 소비자의 실시간 감정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경쟁력은 소비자에게 얼마나 깊은 감동과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임을 전망합니다.
잠깐 Summary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연구는 감정이 단순한 내면의 느낌이 아니라, 생리적, 인지적, 행동적 반응의 통합체임을 보여줍니다. 경험경제에서는 이러한 감정이 소비자의 기억, 충성도, 그리고 브랜드와의 정서적 유대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심리학적 접근은 개인의 감정 체험과 기억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 행동경제학적 접근은 감정이 의사결정 및 시장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이 두 관점의 통합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감동과 몰입형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단순 거래를 넘어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감정을 이해하면, 경험경제에서 감정이 왜 중요한 요소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소비자와의 깊은 정서적 연결 및 혁신적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case 4 코카콜라의 행복>
코카콜라는 이미 콜라를 팔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모든 광고와 캠페인에서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길비가 진행한 Happiness 캠페인 중에 브라질에서 진행한 Happy Beep 캠페인이 아주 좋은 사례로 보입니다. 한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코카콜라를 구매한 후 점원이 콜라 계산을 위해 바코드를 찍으면 기존의 삑 소리와 같이 들리는 사운드가 아니라 코카콜라의 징글이 나오게 작업을 했고 사람들이 웃음짓는 장면을 클로즈업하는 광고입니다. 사람들이 무표정으로 계산대에 서있다가 무장해제 된 것처럼 순수하게 웃음짓는 모습이 이 광고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웃음을 짓게 해주었습니다.
이를 행동경제학적으로 살펴보면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와 비슷하게 징글이 계산대에 울릴 때 기대하지 못한 긍정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을 하게 만드는 조건화를 만듭니다. 거기에 긍정적 프레이밍으로 소비자들이 코카콜라라는 브랜드에 더 즐거운 인식을 심어주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감정적 경험을 광고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지속적인 긍정적 메시지를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꼭 유튜브에서 Happy Beep을 검색해서 한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