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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광 Mar 04. 2016

개똥도 똥이지만 약에 쓰려면 없다

나는 똥이다 2

자기 변화 관리의 전제는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고 정의하는 것이다.


개똥도 똥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그 본질이 다 같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와 유사한 속담으로는 작은 것도 똥이다, 지린 것도 똥이다 등이 있다. 하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에서는 개똥을 어떻게 인식하냐에 따라 쓸모없는 똥이 약이 되는 마법을 보여준다. 인간의 기본적 본질은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다. 이러한 본질이 같다고 모든 인간이 같지는 않다. 생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관계적으로 보면 모두가 다른 포지션과 역할을 가지고 문화를 만들고 행동과 습관과 인격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물과 다른 차이점은 본능에 의한 삶이 아니라 사고와 행동을 하고 관계 속에서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객관적으로 리뷰하고 나면 자기 변화 관리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변 차장은 자기는 똥이라고 생각한다. 똥이 무엇인가? 똥은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여 항문으로 내보내는 찌꺼기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1일 1회 100~200g이 생산된다. 보통 바나나 형이 대부분이 나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고 색깔도 다양하다. 성분은 수분, 섬유질, 박테리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사람이 평생 배설하는 양은 80년 수명으로 6톤 정도가 된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자기가 싼 똥에 빠져 죽을 수도 있겠다.

그는 왜 똥으로 자신을 비유한 것일까?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차장 2년 차이자 직장경력 16년 차의 직장인이다. 원래 꿈은 다큐멘터리 PD 였지만 지금은 금융회사의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어려서부터 TV 속 다큐멘터리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서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방송 환경은 언론고시라는 시험대를 통과해야만 PD로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었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변 차장은 언론고시를 통과하지 못했고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방송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이곳만 수료하면 PD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열심히 동기들과 수업도 듣고 실습작품 제작에도 열을 올렸다. 6개월의 과정 중 그는 동기 중에 최초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PD가 꿈인 그에게 골프채널은 희망하던 곳은 아니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이라 우선 취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3개월의 수습사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던 변사원에게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렸다.  정사원이 되기 전 회사의 매각으로 인해 새로운 회사에 계약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급여도 적고 계약직이어야 한다는 사실에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세상은 쉬운 곳이 아니었다. 어디든 다시 갈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면접을 보는 곳마다 거절당했다. 당시엔 몰랐지만 향후에 돌이켜 보니 회사를 3개월 다니고 사표 쓴 사람을 어느 회사가 다시 고용하고 싶어 할까라는 자문자답의 결론을 내렸다. 이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유통그룹의 공채로 입사하게 된다. 갑자기 다른 길을 걷게 된 그는 백화점 수습사원을 거쳐 CS담당을 하던 중 마케팅팀 발령을 받게 된다. 변 차장의 인생은 이렇게 반전을 맞게 되었다. 한 달 생활비 50만 원으로 서울 생활을 견디며 카드 돌려 막기로 근근이 생활을 가던 그가 이내 대기업에 취직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리는 반전을 맞았다. 이러한 변 차장의 변화를 이끌어 준 것은 다름 아닌 그의 꾸준한 꿈 꾸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꿈에 대한 정의를 바꾸었다. 꿈이란 무엇이 된다가 아니라 무엇을 한다라고 정의했다. 어딘가에서 나는 무엇이 되어 이것을 이루었다라고 정의하지 않고 무엇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그 자리에서 인정받는 것을 꿈으로 정의했다. 그 꿈은 그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의 자판기(자기판매서술기)에는 소위 강력한 스펙이 들어있지 않았다. 대학평가 상위권에 드는 인 서울 대학의 인문학 전공, 학점 3.4/4.5 그리고 어학연수 6개월 이게 전부다. 지금이라면 변 차장은 취포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무기가 있었으니 자기 자신을 직시하고 자신을 잘 정의하고 있었다. 비빌 언덕도 없었고 그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밥이나 과일이 투입되면 소화가 되고 영양분이 되고 에너지가 되는 것처럼 그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능력을 통합하고 소화시키고 영양소를 만들어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고 성과가 나게 하고 남은 결과물이 되었다. 똥은 많은 투입물의 결과물이다. 그는 세상에 똥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똥은 다시 다른 과정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조직이나 가정에서 자신의 영양분을 다 빼앗기고 결국 똥이 된다.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없다면 무엇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영양분이 되고 재능을 나눠주고 도와주고 밀어주는 인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또한 거름으로 쓰이는 과정도 겪는다. 개똥은 흔하고 쓸모없는 것의 대명사이다. 하지만 개똥이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가장 쓸모 있는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왜 먹었는지 관리가 되어야 건강한 똥이 나오듯 건강한 인재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지 증명할 수 있는 약이 되는 똥이어야 한다. 자기 변화 관리란 건강한 배변훈련과 같은 것이다.


권정생 선생의 동화 “강아지똥”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어.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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