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속에서도 집중하는 순간
오키나와와 160개의 섬
오키나와. 일본의 남쪽에 위치한 이 섬은 사실 혼자가 아니다. 크고 작은 160여 개의 섬들이 주변에 흩어져 있으며, 그중 40여 개만 사람이 살고 있다. 나머지 섬들은 무인도로 남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바다 위에 떠 있다. 이 섬들은 야에야마 제도와 미야코 제도, 그리고 케라마 제도 등으로 나뉘며, 각각 고유한 매력과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데 거리상으로 가장 접근하기 좋은 곳은 페리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케라마 제도이다.
LOCATION Tomari Port, 3 Chome-25-1 Maejima, Naha, Okinawa 900-0016, Japan
Whenever I want to come back
아침부터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예약으로 바쁜 토마리 항구는 북적거렸다. 토마리 항구에 미리 도착해서 작업을 했는데, 인터넷이 무료로 연결되어서 너무 좋았다.(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인터넷의 정말 너무 중요하다.)
나는 쾌속선 보다는 천천히 풍경을 즐기고 싶어서, 일반선을 편도로 예약 했다. 매표소 직원분이 돌아오는 표에 대해 물었는데, 나는 'whenever I want to comeback' 이라고 이야기 했고, 직원분은 미소와 엄지를 척 날리시며 유쾌하게 표를 끊어 주셨다.
나하에서 토카시키로 가는 이 배는 이제 한 남짓동안 나의 작업실이 되었다.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배를 타기로 해서 친구를 기다리며, 다가올 여행에 대한 설레임도 함께 기다렸다.
나는 바람과 햇살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 배 후미의 야외석에 자리 잡았다. 배가 출발하자 서서히 멀어지는 나하시의 빌딩들을 지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들이 보이는 나하공항이 눈앞에 펼쳐졌다. 익숙한 도시 풍경이 점차 작아지는 모습을 보며, 진짜 떠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하늘 어딘가에서 내려와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은 정말이지 신기했는데, 바다에 떠서 보는 적이 처음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았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눈앞에는 끝없는 푸른 물결이 펼쳐졌다. 오키나와 나하를 떠나 토카시키 섬으로 향하는 페리 위에서, 나는 이른 아침의 선선한 공기와 잔잔한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 내 작업실의 풍경은 나하시내의 빌딩 숲에서 나하공항의 이륙하는 비행기뷰로, 그리고 다시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지나가는 배들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뱃고동의 소리, 착륙하는 비행기 소리, 드넓은 바다의 파도소리와 바람의 느낌.
정적인 공간 대신, 변화하는 풍경이 내 작업실의 '창문'이 되어 주었다. 흔들림 속에서도 집중할 수 있는 이 작은 순간들이, 내가 하는 일의 특별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멀리서 점처럼 보이던 토카시키 섬이 점점 커지면서, 이곳에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마음을 채웠다. 마침 도착을 알리는 뱃고동이 크게 울렸으니 이제 노트북을 닫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