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곳 쿠타비치
0. 서핑은 근력으로 타는 것인가요
처음 서핑을 접했던 곳은 호주의 본다이 비치였습니다. 요즘은 한국에도 서핑강습이 많지만, 그 때는 그렇게 흔하게 접하기는 힘든 스포츠 였습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서핑보드를 너무 쉽게 미끄럼틀 타듯이 슉슉 잘 타길래, 한 번 배우면 되는 구나 하고 쉽게 도전했다가 그 날 본다이의 바닷물을 다 마실뻔 했습니다. 초보자는 서핑 보드에 한 번 서보는 것도 어렵다는 걸 그 날 온몸으로 배웠으니까요. 다들 '근력'이라는 단어를 아실겁니다. 그 날 저는 처음으로 근력이라는 말을 직접 경험하고야 말았습니다. 팔을 저어서 바다로 나가는 것 부터, 움직이는 보드 위에 서기 위해 빨리 자세를 취하는 것까지 저는 얼마 없는 근력을 다 쥐어짜고 보드에 한 번 서지도 못한 다음 일주일 정도를 앓아누웠습니다. 그 날 한국어로 살려 달라는 말을 그렇게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1. 쿠타비치, Kuta Beach의 서퍼보이
쿠타 비치는 발리에서는 서핑 명소로 유명합니다. 서핑을 배우기 참 좋은 바다이기도 해서 유명한 만큼 많은 서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쿠타비치에는 모래바닥에 서핑보드들이 줄지어 꽃혀 있는데, 이 보드들은 다 주인이 있습니다. 바로 서퍼보이들!
발리의 서핑강습은 센터, 그러니까 정식 허가를 받고 샤워실 등을 갖춘 서핑업체와 바다에서 그냥 서핑보드들을 두고 바로 호객을 해서 손님을 모객하는 서퍼보이들 크게 둘로 나뉩니다. 서퍼보이들은 정식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휠씬 저렴하고, 어렸을 때 부터 이 바다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저를 가르쳐 주었던 서퍼보이는 7살 때부터 쿠타비치에서 서핑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퍼보이들은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많아 호기심도 많고 장난끼도 많습니다. 친구처럼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가끔은 여자들끼리 온 손님에게만 접근하는 음흉한 서퍼보이도 있으니 조심해야합니다. (제 서퍼보이는 자상하고 멋진 사람이었지만, 장난끼 많은 음흉한 서퍼보이들 중 하나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쿠타해변에서는 잠깐의 로맨틱한 만남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발리에서는 누구나 연애를 한다고 하는 말이 있던데 쿠타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합니다. :)
아무튼 제가 센터가 아닌 서퍼보이를 선택한 건 멀리 센터에서 부터 무거운 서핑보드를 힘겹게 가져오는 서퍼들을 보고 나서입니다. 바닷가 모래에 꽂혀있는 서핑보드 덕에 시간도 줄이고 무거운 서핑보드를 들고 왔다가 다시 들고가지 않아도 되니까요. 뭘 그정도를 힘들어 하냐라고 하시겠지만 오후 1시의 뜨거운 태양아래서 무거운 초보자용 큰 보드를 들고 걷는 건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1-1. 서퍼보이 강습정보
강습비용으로 제가 낸 돈은 250000 루피아입니다. 2시간 강습 ( 서핑보드대여비용포함 ), 공공샤워 시설에서 2500 루피아를 따로 샤워비로 지불 했습니다. 샤워장은 칸막이가 있는 곳이 아닌 수영복을 입고 간단한 샤워만 할 수 있고, 탈의실은 따로 2500루피아 입니다. 총 금액은 1인 255000루피아 입니다. (한화 약 19000원).
서핑보드만 렌탈도 가능합니다. 서핑보이에게 강습을 받으시면 파라솔과 선베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서퍼보이들에 따라 다릅니다. 해변이지만 시설도 천차만별) 사실 너무 더워서 이게 꿀이긴 했습니다. 서핑보이들은 서핑을 탈 수 있게 잘 가르쳐 줄 때도 있지만, 관광객일 경우 대충 놀아주고 말아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험으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시면 좋지만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하시면 센터나 서핑스쿨에 가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2. 나는 바다 오뚜기
넘어져도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오뚜기. 저는 그 날 쿠타에서 한 사람(?)의 오뚜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엔 그래도 두 번째라 조금은 나아졌겠지라고 했지만, 파도에 잘못 휘말려 세탁기 안의 빨래처럼 뒹굴뒹굴 거리고 물도 먹고, 밀려오는 보드에 맞기도 했습니다. 사실 서핑할 때 무엇보다 위험한 건 다른 사람과의 거리!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서로 부딪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서핑을 많이 한 서퍼들도 순간의 사고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 중 하나가 서퍼끼리 서로 부딧히는 것입니다. 자연인 바다를 사람의 힘으로 이기기가 어렵기 때문에 서로 쓸려서 부딧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합니다. 연습용 스폰지 보드는 좀 나을 지 모르지만 끝이 뾰족한 나무 보드로 맞게 된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제가 강습했던 날에는 나무로 만든 보드를 타시던 서퍼의 보드가 정말 반 동강이 났었습니다. 그 분이 다치지 않은게 다행이었습니다.
이후에 저는 이래 저래 해파리처럼 바다에서 흩날리다가 이를 악물고 올라간 끝에 2번 보드에 올라 서핑의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50번은 시도한 끝에 2번 성공했기에 승률이 좋지는 않지만, 그 순간 만큼은 왜 사람들이 돈주고 고생을 하며 서핑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발리에 도착해서 성공한 첫 번째, 서핑보드에 올라서기! 서핑을 끝내고 거지꼴을 한 채로 파라솔 밑에서 더워하며 쉬고 있었지만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꾸타비치에 가신다면 서핑을 꼭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3. 비치만큼이나 매력적인 쿠타비치골목
열심히 체력을 소비하면 여행에서는 꼭 체력보충을 해줘야 합니다. 열대국가에서는 신선한 과일! 너무나 좋아하는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요거트보울, Yogurt Bowl, 프룻보울, Fruit Bowl, 또는 스무디볼, Smoothie Bowl 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한 그릇 음식을 찾기 위해 해변근처의 골목들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신선한 과일들처럼 아름다운 색감을 가진 비치골목은 더운 햇볕아래서도 멈춰서 사진을 찍고싶은 곳이었습니다. 군데 군데 자리한 예술품을 파는 가게, 쨍한 색감의 옷과 잎으로 만든 가방들을 파는 잡화점은 꼭 구경해야 하는 곳입니다. 발리에서는 흥정은 필수입니다. 관광객이 많은 발리는 흥정하기전의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하나의 재미가 될 수도 있고, 짜증나는 상황이 되기도 하지만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흥정의 요정이 되어봅니다!
열심히 걸어가서 찾은 스무디볼 가게는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은 상황이었습니다. 유심도 없어서 인터넷도 안되고, 배가 고파 몹시 힘들었던 저는 근처의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다 한 곳을 찾았습니다. 생각만큼 차갑게 시원하진 않았지만 전 방금까지 배고픈 서퍼였기 때문에 무엇이든 먹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개미가 쪼물쪼물 기어다니는 작은 현지 식당이었지만 너무 맛있게 한 끼를 먹었습니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스무디볼은 더워서 입맛이 없을 때 정말 좋은 선택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입맛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