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마주하게 되는 것이
영원히 멈추지 않는 그날이었음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칠 줄 모르고 정신없이 보낸 시간 위로
그어진 한 줄의 발자국들을,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사람의 채취를.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린 나였기에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모습이 너무나 그립고,
후회스러웠다.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
다시 그 옛날로 돌아가게 된다면,
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한 게 벌써 수백번.
깊은 곳, 아무도 모르게 숨겨진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 채
매일 아침을 맞았던 게 벌써 수년째.
마음속 답답함은 지워지지 않고,
희망 없는 하루 하루에 지쳐간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때
희미하게 보이는 나의 뒷모습을
흐릿한 눈으로 힘겹게 쫓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는
어린아이의 뒷모습을....
오랜 시간 동안 닳고 닳아
색이 바래 지고 이리저리 찢어져
솜이 터져나온 낡은 곰인형처럼
아무렇게나 방치해서
축축한 길 위에 쓸쓸하게 버려진
과거의 나를 한 번만이라도
안아주고 싶었다.
내가 나를 향해 한 발짝 내딛기도 전에
나의 기척을 느꼈는지,
그 아이는 천천히 뒤를 돌며 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