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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Nov 22. 2015

태풍의 눈



나에게 있어 너는 그 자체로 소중한 보석이었다. 나와 네가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서로가 좋아하는 책을 바꿔 읽고, 영화도 보면서 행복하게 보냈던 시간들은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선물을 내게 준 너는, 절대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었다.  

 
너와 함께 한 시절들을 곱씹어보면, 마치 로맨스 영화의 장면들 같았다. 수줍게 만나 순수한 사랑을 하고, 수많은 추억을 새겨나가다가 어느 새, 서로는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영화의 스토리....
너와 나 또한 이런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고 있었으리라. 안타깝게도 엔딩은 달랐지만, 시작보단 끝이 힘들다는 어느 랍비의 교훈과 같이, 우리도, 힘든 삶을 끝마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름다운 사랑을 기약했던 첫 만남의 느낌을 끝까지 간직하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헤어짐이 서로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면 마땅히, 이별을 택해야 할 것이다. 이별로 인해 너와 내가 무언가 배운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 조금 더 성숙해진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헤어짐 이후에 따라오는 건 아픔이겠지만, 그건 자신이 스스로 버텨내야 할 대가이자, 상처를 지우고, 새 살을 덮기 위한 과제일 것이다.
너와 나 중 누가 먼저 아픔을  이겨낼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동안 많이 슬플 것이다. 슬픔을 이겨내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곧 슬픔에 휩쓸릴 것이다. 마치 태풍의 눈처럼. 
 
그렇게, 아픔을 반복하다 보면, 후에 분명히 나의 마음속에는 잔잔한 바람이 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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