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나 자신이 믿고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다.
그가 나의 친한 친구이든 가까운 지인이든 혹은 따뜻한 가족이든. 나와 꽤 마음이 통한다 싶은 사람, 절대로 배신 같은 것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주변에 여럿이 있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들에게서 씁쓸한 추억을 받았던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처라는 것은 타인과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갈등은 혼자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항상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는 상처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드는 기분은 뭘까. 작은 실수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큰 상처를 준 그들에게, 수많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할 것이다. 복수심이 들기도 하다가 슬픔이 느껴지고, 울분이 터지고, 후회가 되고, 과거를 한번 돌아보게 되고.... 무엇이 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살펴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결국 모든 잘못과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며 상대방의 행동이 옳다고 오판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로 전가하며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상황이 벌어진 원인을 상대방과 자기 자신 모두에게서 천천히 짚어보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며 차근차근 해결방법을 모색해나가기도 한다. 현명하게 대처를 하지 못했을 경우, 상처는 아물지 않고 흉터로 남는다.
나에게 아픔을 준 사람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것. 이것은 매우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해결방법 중 하나이다.
지우고픈 상대가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일수록 더욱 지우는 일은 힘들어질 것이다. 잊고 싶어도 무심결에 떠오르고, 그와 함께한 추억들을 대변하는 물건도 많기에, 사람들은 더욱더 상대를 잊기 위해 애를 쓰게 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은 내면적으로 또 다른 가시를 만들어내어 상처를 낸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눠온 연인과 헤어지는 경우가 생겼을 때, 그들은 자신의 연인을 잊기 위하여 갖가지 노력을 한다. 우선 연인과 함께 했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선물 등을 지우고 버린다. 오랫동안 사귄 사람일수록 추억의 매개체는 많고, 그만큼 버려야 할 것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추억을 버리는 과정에서 흘리게 되는 눈물도 많다. 그런데 며칠을 걸려 추억이 담긴 모든 물품을 버렸다고 쳐도, 자주 무심결에 연인이 떠오르고 그와의 아름답던 추억이 피어나 심적으로 고통을 준다. 밥을 먹다가도, TV를 보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갑자기 생각나는 한 사람 때문에 삶이 우울해진다. 심지어는 잠을 잘 때에도 꿈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정말 씁쓸하고 우울한 방법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누군가를 잊기 위해 자기 자신이 짊어진 고통과 슬픔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까.
누군가를 잊기 위한 방법, 실은 간단하다.
머릿속에 온통 코끼리뿐일 때
코끼리 생각을 멈추는 방법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게 아니라
목을 길게 뺀 ‘기린’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사실.
김훈태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中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들을 모두 없애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
다른 더 훌륭한 사람을 찾고 신중하게 관계를 쌓으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더욱 좋다는 말이다. 불행한 과거에 매달려 허상만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실패를 발판으로 더욱 사람 보는 안목을 기르도록 애를 써야 한다. 그것이 더 나은 나 자신이 되도록 하는 방법이고, 상처를 빠르게 회복하는 길이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과 새로운 추억은 자연스레 과거의 추억을 빛이 바래 지게 한다. 결국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