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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Mar 17. 2016

당신은 신뢰를 잘하는 사람입니까

모두를 믿지 말고, 가치 있는 이를 믿어라.
모두를 신뢰하는 것은 어리석고,
가치 있는 이를 신뢰하는 것은 분별력의 표시이다.

- 데모크리토스



신뢰. 굳게 믿고 의지한다는 이 짧은 단어는 듣기만 해도 나 자신이 신중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뢰라는 표시를 누군가에게 내비치기까지 오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일까. 단순히 누군가를 믿는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그에게 의지를 할 수 있어야 하기에, 사람들은 타인을 신뢰할 때 항상 신중함을 수반한다.


신중함을 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시간이다. 인내심을 가진 채 상대방을 오래도록 지켜본다면,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건 시간문제이다. 매우 짧은 시간만에 신뢰를 형성하기란 어렵다.  예를 들어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당신 앞에 갑자기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저와 결혼해주실래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NO를 한다. 결혼이라는 건 신뢰, 즉 평생 동안 믿음과 더불어 의지를 할 수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데, 방금 만난 사람은 믿음이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재력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으니까, 앞으로 편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얕은 믿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가 사기꾼 일지, 수십억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 신용불량자 일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또한, 실제로 상대가 대단한 재력가라 하더라도 그 재력으로부터 파생된 신뢰는 그저 부유한 삶을 누리기 위한 수단이 되고, 결국 이러한 신뢰는 언젠가 잔혹하게 깨지기 마련이다. 짧은 시간만에 신뢰를 형성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당신이 인간관계의 귀재가 아니라면 말이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줄 때, 상대방이 나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을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친근하다고 하여 쉽게 신뢰를 해서는 안되고, 청산유수와 같은 뛰어난 언변에 넋이 팔려 그를 무작정 믿어서도 안된다. 냉정하게 보면, '나'는 아직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적다. 신뢰관계를 형성할 때 서로를 어느 정도 파악하는 건 자연스럽게, 지름길 없이 흐르는 시간에 따라야 한다. 나 자신이 상대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 상대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고 깊게 알려고 한다면, 상대방은 당신은 쉽사리 믿지 못할 것이다. 신뢰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생기는 것이다.


누구든, 가까운 지인에게 배신을 당한 경험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당신에게 쓰라린 고통을 안겨준 상대가 친구이던, 잘 아는 사람이든 간에, 배신으로 인해 당신이 울화가 치밀었던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상대가 나에게 등을 돌리고 나의 뒤통수를 후려친 데에는 한 가지 불변의 원인이 있다. 바로 상대가 당신은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 허울뿐인 믿음이 아닌 진짜 신뢰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고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신뢰와 불신이라는 갈림길 앞에 서있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자기 자신조차 확신을 하기 힘들고, 또한 가끔씩은 신뢰를 택했다가도 불신으로 바뀌기도 한다. '지금 내가 믿는 이 사람이 정말 나를 믿어줄까'라는 걱정은 작은 불안감을 유발하고, 곧 이것은 신뢰를 불신으로 변신시킨다.


신중함. 오랜 시간을 들여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지켜보려는 노력과 자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신중함을 몸에 배게 한다.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같이 식사도 하며 호감을 쌓으면서 당신은 상대방에게서 어떠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당신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는 느낌을 당신이 캐치했을 때, 비로소 상호 간의 신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처음엔 작더라도, 작은 믿음이 하나 둘 쌓이게 되면 후엔 쉽게 무너지지 않을 만큼 커다란 믿음의 성이 지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처 이러한 성을 쌓기 전에, 혹은 쌓고 나서 큰 실수를 범해 서로 간의 믿음에 금이 가게 한다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신뢰를 쌓는 건 각자의 나름대로의 실력이지만, 믿음은 종이와 같아서 한 번 구겨지면 온전히 펴기 힘들기에.


당신에게 믿을 만한 가치를 주는 사람을 분별해내는 것. 이는 매우 복잡하고, 단숨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사람의 본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고 어떻게 보면 사람 속을 아는 일이 더 쉬울 수도 있다. 그러니 신뢰관계에 있어 두려워할 것은 없다. 그저, 신중하게, 시간을 가지고 깊이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다. 그렇게 신중에 신중을 더해, 마침내 내가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을 때, 당신은 신뢰를 '잘' 한 것이다.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던지도록 하겠다.


당신은 신뢰를 잘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신뢰를 '잘'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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