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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Nov 28. 2015

당신은 다르나요

나를 아프게 했던 다른 사람들과....



나의 곁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있었다.

친구와 가족, 그리고 거리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행복해했었다. 나의 옆은 빈자리가 아니구나.

아무렴,

곁에 아무도 없어 혼자 슬퍼하는 외톨이가 아닌 것이

천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나은 거야 라고

지금 나의 주변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둘러싸여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오면서 여러 번 힘겨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내 옆엔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매일을 버텨왔다. 정신없이 뛰다 넘어져 까진 무릎에서 피가 나도

이런 작은 상처쯤이야 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정말로 힘들 때, 너무 지쳐 이제 그만 쓰러지고 싶을 때 

나의 마음속에 품어두었던 사람들이 나를 안아줄 것이라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다.

내가 그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들도 나의 믿음을 저버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어느 날 나에게 힘겨움이 찾아왔을 때

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누인 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나의 힘겨움을 전해주었다. 

난 그가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주길 바랬다. 아니,

적어도 나의 심정을 공감해주는 시늉이라도 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더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 탓,

누구나 살면서 힘들 때가 있다,

나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니까 더 열심히 해라,

그럼 세상에 먹고살기 쉬운 일이 어디 있느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가시 같았다. 나의 상처를 철저하게 찾아내 콕콕 찌르는.

마지막으로 이게 다 나를 위한 말이라는 그의 말은 

나의 마음속 깊숙이 가시를 찔렀다.

나는 단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아무렇게 쌓아둔 상처들을 치유해줄 수 있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말들은

나의 상처를  치유해주긴커녕,

더욱더 번지게 했다.

그가 한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힘겨워하는 건 그만큼 내가 미숙하다는 거겠지.

미숙하니까 아픈 거고. 하지만 미숙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거세게 몰아세우는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바랬던 건 그저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그런 따스함이었다.

그와의 통화는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약간의 배신감도 들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그의 냉담한 충고 때문인지, 아니면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들 중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없이 슬펐다.


그 이후로, 나는  더욱더 조심스럽게 살았다. 작은 실수라도 하지 않도록. 철저히 나를 감시했다.

그래도 아직 나에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 현재의 난,

내가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았다.

왜일까

친한 지인, 소중한 가족, 허물없이 지내온 친구

그들 모두 내가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진 않았다.

참 씁쓸했다.

나의 옆에 누군가가 있어도 외롭고 쓸쓸한 것이, 오히려 사이가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나를 더 옭아매는 것이. 사이가 가까울수록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훨씬 더 쉬웠다. 그래서 거리가 멀어지기도 쉬웠다.

분명 나는 외톨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꾸 혼자라고 느껴졌다. 

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면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쓴소리를 해주었다.

쓴 약이 몸에도 더 좋다는 말이 있지만,

쓰기만 하고 약이 되지 못하는 것은 버려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쓴소리는 

오히려 나를 더욱 병들게 했다....


가끔씩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적인 문제, 현실적인 충고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몸을 기대어 쉴 수 있는 곳으로 달아나고 싶다.


듣기 좋은 소리, 달기만 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때에 따라서는 친구의 잘못과 단점을 냉정하게 지적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듣기 좋은 소리, 달기만 한 이야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듣고 싶었다.


현실적인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숨 쉴 곳을 마련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가 아닐까

그래야 친구가 서운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키우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풍경만 달라졌을 뿐, 내가 사는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나의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변함이 없지만

이제는 나의 주변을 채워주는 사람이 아닌,

쓸쓸한 황무지처럼 비어있는 나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부디

나와 같은 상처를 지닌 이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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