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15년 전에 엄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완전히 우리들에게서 떠나가셨다
학업을 위해 시골마을을 완전히 떠나오면서 오랜 세월 살갑게 부대끼며 살지 않아서인지 엄마가 시골로 내려가셨든 하늘나라로 가셨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엄마의 죽음 이후에 눈물도 안 나고 보고 싶은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걸까?
엄마가 93년이라는 세월 동안 충분히 살았다고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엄마의 수명이 길었던 만큼 부모자식 간의 역사도 많고 추억도 많다
잘 살던 집안의 며느리로 한복치마를 입고 5살가량의 어린 나에게 떡을 사 주시던 엄마셨다
아버지의 담뱃불 사건으로 집안 살림을 말아먹지 않았다면 엄마는 고상하게 그 모습으로 사셨을까?
밭농사와 논농사로 얼굴이 까맣게 그을르셨던 모습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동생과 나의 학비마련한다고 고동 잡으러 나가시고 저녁이면 돌아오셔서 밀가루 뿌려 아버지와 함께 잡은 것을 씻던 샘가도 떠오른다
어느 날 밭의 상추랑 마늘쫑을 뽑아 시장에 내다 팔고 내 신발을 사 오셨는데 그 신발이 맘에 들지 않았다
심술을 부리며 밥을 먹지 않는 나의 등짝을 때리며 본인의 신세한탄을 하셨을 때 나는 알았다
엄마도 엄마의 인생이 고달프다는 것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마음을 울리는 진동과 함께 밥을 떠먹었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장사를 끝내고 돌아오시면 그 보따리 안에서 맛있는 것이라도 나올까 봐 잔뜩 기대를 하곤 했었는데.
대학 때는 멀리 지방도시로 나와 유학을 하면서 엄마의 힘듦을 눈으로 안 보니 내 마음이 힘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여전히 내 학비마련을 위해 장사와 고동 잡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감지하고 있었다
용돈을 타야 할 때만 시골을 내려갔고 힘들고 지친 엄마와 살갑게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다
엄마도 딸이 어떻게 사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대학친구들과는 사이가 어떤지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할 건지 묻지도 않았고 나도 물음이 없는 것에 대답하지 않았다
직장 생활하면서 결혼하겠다고 말했을 때도 결혼준비를 할 때도 엄마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아버지의 뒤편에 언제나 서 계셨고 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도시로 나오려 하시지도 않았다
모든 통장관리도 아버지가 하셨고 동네에서는 암에 걸리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엄마가 어떻게 살아갈지 동네사람들이 염려를 많이 해 줬을 정도다
첫째와 둘째 아이를 낳고 두어 달 동안 시골집에 머물 때도 모녀간의 마음속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다
몸조리 기간을 마무리하라고 할 때도사춘기 시절의 생리적인 현상이야기를 할 때처럼 언니를 통해서 전달됐다
엄마와는 피상적인 이야기만 나누었지 깊은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아서 엄마와의 끈끈한 정이 없는 것일까 싶다
언제나 갈급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지만 그 대상에 엄마는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엄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해 본 적이 있기는 하나?
딸로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질문을 해 보았을까?
나는 감정의 교류를 원했으면서 그 대상에서 엄마를 왜 지웠을까?
그 전면전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계셨고 나의 필요를 아버지가 채워주었다
엄마는 장사하며 고동 잡으러 다니시느라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반면에 농사짓는 아버지는 집안에서 더 많은 시간 얼굴을 보았고 말도 더 섞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아버지는 훨씬 더 따뜻했고 인자하셨으며 잔잔한 정이 느껴졌다
이제는 두 분 다 내 곁에 안 계신다
엄마와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내가 하지 않았지만 했으면 좋았을 말이 있다
"존경합니다. 엄마 아버지"
이 말속에 부모님에 대한 나의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두 분이 어떤 모습으로 사셨든지 간에 그분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이 애써주신 덕분에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받았으면 했던 부분이 감정적인 교류였다면 나는 내 자식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나누며 대화하고 있나 생각해 본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말은 "요즘 별일 없니? 시간 되면 차 한잔 마실래? 식사 한 끼 할까?"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식사하면서 차 마시면서 얼굴을 쳐다보고 눈을 마주치고 요즘 관심사가 무엇인지 힘든 것은 없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엄마와 하고 싶었던 것을 내가 해야겠다
엄마는 내게 "사랑한다"라고 눈을 쳐다보며 진지하게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키워주고 등록비 대 주고 시집보내주고 손주 봐주고 멀리서나마 염려해 주는 모든 행동들이 사랑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