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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Jun 06. 2024

요가로 자궁 다스리기

천둥번개가 울고 비바람이 친다

하늘이 무너앉고 땅이 뒤틀린다

둑이 무너져 강물이 넘치고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떠내려간다


짐짓 나는 내가 비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천둥 번개가 되어 으르렁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골목과 저잣거리를 내달리며

바람소리 천둥소리를 흉내내지만


그러다가 나는 문득 본다 나뭇잎처럼

힘없이 비바람에 떠밀려가고 있는 나를

울부짖으며 떠내려가는 사람들에 섞여

더욱 애처롭게 허우적대고 있는 나를


천둥이 되어 비바람이 되어 쫓고

번개 아우성이 되어 떠미는 줄 알면서

되려 쫓기고 떠밀리며 흘러가는 강물을

끝없이 흘러가는 우리들의 삶을


신경림의 시 <비바람 속에서> 전문




오늘도 많은 여성들이 산고로 고통을 당하다가도 솜사탕 같은 아이를 만나게 되면 언제 고통스러웠냐는 표정으로 아이를 안아본다. 내가 일하는 곳은 바로 이러한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는 분만병원이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표정은 약간 긴장되어 있다. 아무리 무통분만이라고 해도 완전히 고통 없이 출산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긴장과 고통 속에서 출산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경험하고 드디어 아이를 만나게 된다. 강포에 꽁꽁 싸인 아이를 처음 안아보는 엄마의 표정은 연애를 막 시작할 때의 표정일까 신비로움을 맛보았을 때의 표정일까. 어느 행복한 표정과도 견줄 수가 없다. 


아이를 보는 순간 출산의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질 수 있지만 몇 달 동안, 몇 시간 동안 경험하는 몸과 마음의 변화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성으로서 아이를 품었던 몸을 다시 해산 전의 몸으로 되돌리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누워서 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코로나 시절 이전에는 분만을 하기 전에 산전교육이라 하여 산모들에게 적극적으로 분만교육을 하였었다. 5년 여가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집단교육의 전통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만 후에 실시하는 산후교육은 산후조리원에서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요가를 통한 여성 건강 관리는 적극적으로 한다.


요가원 원장님을 모시고 산후조리원에서 매주 2회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출산한 지 일주일정도 지난 산모를 대상으로 한다. 출산 후에는 열린 자궁을 수축시켜 주고 자궁이 다시 제 위치로 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산후 요가는 무리하지 않게 시작한다.


여성의 자궁은 전굴이 기본이다. 자궁의 위치가 달라지면 생리통도 심하고 허리 아픈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출산 후에 어떤 움직임을 보였느냐에 따라 추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수카아사나로 분여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본 설명을 시작으로 요가를 지도하면 젊은 산모들은 곧잘 동작을 따라 한다. 


출산한 여성들에게 가장 좋은 자세는 기지개 켜는 고양이자세와 소머리자세이다. 기지개 켜는 고양이자세는 무릎과 가슴을 바닥에 대고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면 엉덩이가 위로 올라가면서 자궁을 전굴 시켜준다. 하수된 장도 제위치를 찾아간다. 5분 정도씩 하루에 서너 번 할 것을 권한다. 소머리자세는 벌어진 골반을 다시 닫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요가수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요가원에도 임신을 한 여성회원들이 있다. 대부분 임신을 하면 운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요가의 강도를 조절하면 된다. 똑같은 아사나지만 요가수련은 자신에게 맞게 강도조절을 하며 깊이를 조절해야 하는 운동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날마다의 자신과 비교하며 수련해야 한다.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동작을 하면 큰 무리 없이 대부분 소화할 수 있다. 출산 전에는 골반을 여는 박쥐자세를 잘 수련하기를 권한다. 출산할 때 골반을 잘 열어야 자연분만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회원의 자연분만을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서로가 기뻐한다.


생리 중에 요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요가운동은 생리 중에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거꾸로 드는 동작만 삼간다. 생리혈이 거꾸로 거스르는 것을 주의시킨다. 그래서 요가를 하는 많은 여성들은 생리양이 많은 이틀정도는 쉬고 대부분 그대로 진행한다.


요가를 좋아하고 수련을 하는 사람들 중에 단연 여성들의 비율이 높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만 해도 한두 명의 남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다. 남성은 근력을, 여성은 유연성을 더 선호한다. 몸이 부드럽지 않은 사람이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요가를 겸하면 더 좋은 조합이다. 남성들이 더 많이 활용하면 좋겠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은 것이 심리니까.


요가원을 다니는 여성 회원들은 십 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천둥 번개가 울고 비바람이 친 햇수만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온다. 젊은 사람은 생리불순을, 가임기 회원은 난임을 호소한다. 중년여성은 자궁의 질병과 갱년기 증상을 호소한다. 차담을 통해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공유한다. 자궁의 건강을 위해 환경호르몬 영향을 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도 주고받는다. 여성의 자궁을 보존하기 위해서 몸과 마음과 환경을 다스려가는 과정에 요가가 있다. 쫓기고 떠밀리며 흘러가는 강물에서 요가를 통해 몸의 생리현상을 이해하고 다스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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