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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Jun 11. 2024

요가강사 자격증이 주는 힘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내 것은 버려두고 남의 것을 쫓아

허둥대며 비틀대며 너무 멀리까지 왔다

색다른 향내에 취해 속삭임에 넋나가

이 길이 우리가 주인으로 사는 대신

머슴으로 종으로 사는 길임을 모르고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소경이 되었다

앞을 가로막은 천길 낭떠러지도

보지 못하는 소경이 되었다

천지를 메운 죽음의 소리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되었다 바보가 되었다

남의 것을 쫓아 허둥대는 사이

우리 몸은 서서히 쇠사슬로 묶였지만

어떤데는 굳고 어떤 데는 썩었지만

우리는 그것도 모르는 천치가 되었다

문득 서서 귀를 귀울여보면

눈을 떠라 외쳐대는 아우성 그 소리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되었다

동은 터오는데 새벽 햇살은 빛나는데

그릇된 길잡이한테 휘둘리며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이제는 풀잎의 이슬로 눈을 비벼 뜰 때

샘물 한 바가지 퍼마시고

크게 소리내어 울음 울 때

허둥대던 발길 우리 것 찾아 돌릴 때

머슴으로 종으로 사는 길 찾아들 때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이제는 얼뜬 길잡이 밀어 제치고

우리가 앞장서서 나아갈 때


신경림의 시 <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전문




나는 요가강사 자격증은 있지만 전문강사가 아닌 취미로 요가를 한다. 15년 전에 요가를 시작하면서 요가의 매력에 바로 빠져들었고 요가 시작한 지 일 년 만에 요가강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요가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었고 언제든 요가강사로 활동할 수도 있겠다 싶어 미리 취득해 둔 것이다. 요가원을 차린다든가 남을 가르치는 요가강사는 아니지만 개인수련은 15년째 수행하고 있다.


요가 수련 덕분인지 아직까지 큰 질환없이 잘 다스리며 살아오고 있다. 요가인 들이나 요가강사들 중에 아픈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20대와 30대를 살아오면서 체질적으로 남들보다 노화현상이 빠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30대 중반에 흰머리가 너무 많아 새치 염색이 필요할 정도였다. 40대 중반에 완경이 되었고 노안이 시작되었다. 50대 중반에 고혈압이 생겨 혈압약을 챙겨 먹는다. 이제는 당뇨 전단계 증상인 혈당 스파이크까지 찾아왔다.


"요가하고 운동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왜 그래요?" 하고 물으면 "한다고는 하지만 열심히 안 해서 그렇겠지" "체질이겠지" "그나마 그 정도 운동을 하고 관리했으니까 이 정도지"라고 답한다. 다양한 말로 나의 결과물들을 포장한다. 그러면서 내심 왜 그런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럴수록 요가 동작이나 명상에 깊이를 더했다. 그런다고 전적으로 삶의 방향을 틀 수는 없었다. 현재 직업이 있었고 생존을 위한 삶의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과 행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와 수련자의 중간 어디쯤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자격증이라는 것이 참 묘한 힘을 갖고 있다. 현재 요가강사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요가강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신감을 갖게 한다. 다른 회원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무의식도 잠재한다. 그 파장이 매번 바른 자세로 동작을 하게 하고 좋은 것을 취하게 하며 요가 수련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자신하지는 못하지만 요가인으로서 정갈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하며 생각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점치지 못하지만 방향성만은 정해져 있다.


요가강사 자격증을 가진 요가인의 삶이 어떠해야 할지 어렴풋이나마 안다. 그래서 이제는 남의 것을 쫓아 허둥대며 비틀대며 가지 않는다. 색다른 향내에 취해 머슴으로 종으로 살지 않는다. 쇠사슬로 묶인 몸이 어느곳은 굳고 썩은 곳도 있겠지만 눈을 뜨라고 외치는 아우성 소리를 들을 줄 안다. 그래서 풀잎 이슬로 비빌줄 알고 샘물 바가지 마실줄 안다. 이것이 나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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