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상담 = 육아 성적표

내 못난 밑바닥과 마주하다

by 키우는 중입니다

우리 아이는 조금 이른 나이이지만

27개월에 유치원에 갔다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고 유치원은 교육기관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 싶지만

가정 어린이집 다니는 것을 너무 싫어했고

국공립순번은 영영 오지 않고

집에서 원까지의 거리 걸어서 5분

한 반에 선생님 두 명에 아이들 5명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첫 번째 학부모상담 때는 주로 학부모가

아이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학부모상담 때에 비로소

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게 된다

무수히 많은 장점들이 있음에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피드백만 생각난다


36개월 우리 아이는, 반 친구들

또래 친구에게 관심 없다고 하는데

조심스럽게 기질검사를 권하신다

특별히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말과 함께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지않겠냐 라면서 ..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 것만 같다

엄마가 주 양육을 하고,

경단인체로 전담 양육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 아이의 사회성과 연결되는 부분인지라

아이들 틈에 놀지 않는다고 하니,

이런 피드백을 받게 되니,

마음이 복잡하다 불안하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 쉽지 않은 나 때문인가

있던 친구와도 멀어지는 마당에

새로운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친밀해지고..

생각만 해도 버겁다

하원하는 시간에 또래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렵다

어린이집 하원시간보다는 이르고,

아파트엔 또래들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놀이터 투어를.. 다녔다

아니 생각은 쉬운데, 정작 만남의 공간에서는

쭈뼛쭈뼛 마음과 다르게 차갑게 딱딱하게 굳는다..

직장생활은 그래도 곧잘 했던 것 같은데

경단 된 지 오래되어 그런가.. 잊어버린 건가..

친인척도 멀리 있어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그나마 연락하는 친구의 자녀들은 나이 차이가..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내 탓으로만 느껴진다

속상하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의 놀이를 떠올려본다

모두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탈 때

우리 아이는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엄마 나 사슴벌레 같지?’ 한다

혼자서 자기가 사슴벌레인 것처럼

사슴벌레의 특징을 얘기하며 돌아다닌다

다른 친구들이 모여서 숨바꼭질을 할 때,

긴 막대기를 주어 ‘브라키오사우르스다!’ 한다

우리 아이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저 무리에 끼어 놀지 않는 혹은 못하는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어쩌지 어쩌지 방법은 없고 … 고민만 늘어간다


정기 영유아검진 시기에 맞춰

그저 구색만 맞춰 체크해 주는 곳이 아닌

제대로 하나하나 항목들을 직접 확인해 주는 병원을

예약해서 갔다

그럼에도 언어능력과 사회성 항목은

부모가 체크한 부분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


선생님은 너무도 명쾌하게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어머니? 하신다’

응?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 원하는 말이 무엇이었길래,

의아했다

‘두 명의 선생님과 각각 30-40분씩 상담하는 동안

낯설어하지 않고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도 하고요,

언어능력이 잘 발달되었다는 부분을 가정하에 문제 될 게 없어 보여요 어머니‘

아..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


‘어머니, 사회성이라는 것은 꼭 또래친구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형누나, 어른 등 사회에 속해있는 모든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말해요. 물론, 36개월부터는 또래친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나는 도대체 어떤 엄마인가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더라도

우리 아이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좋은 면을 바라봐주고 감싸주어야 하는 입장임에도

몇 가지 단어에 매몰되어

우리 아이의 진면모를 보지 못했다 …


(걱정될 만큼) 어른을 좋아하고 따르며,

형 누나들처럼 되고 싶어서 따라 하는,

그래서 형 누나들처럼 유치원이 다니고 싶었던

아이

(그래서 요즘은 초등학교 가고 싶어.. 해서 …)

인터넷에 나오는 혹은

교과서 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정례화된 36개월에 맞춰

그 정례화된 특성과 다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나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창의적인 내 아이를

못 믿어 그에게 불인을 넘겨준 것이 아닌가

많이 미안했다


‘어머니, 그저 ’다른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학부모상담은 내 육아의 성적표 같더라

내가 그 동안 아이의 눈만 바라보고 지내서 그런지

내가 잘못해서

내가 부족해서

그리고 내가 경단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는

나의 무너진 밑바닥이 드러난 것 같아 괴로웠다


나는 늘,

상큼 발랄하고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엄마가 되고팠는데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성적표를 받아든 순간부터 의심하고 시니컬하고

불안하게 반응했다 맞네,

선생님 말씀이 맞네 하면서 …


첫 번째 성적표를 받아 들고

내 무너진 밑바닥을 보게 되었다..

내 못난 바닥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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