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올해가 거의 20일 가까이밖에 안 남아서 회고를 하긴 해야 할 것 같다. 2017년 하반기 회고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이다. 이 문장도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지만 그래도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어서 사용했다.
사실 하반기에는 거의 한 게 없지만 억지로 짜내서 정리를 해보았다.
1. 외부 강의/사내 강의를 해보았다.
휴가가 필요해서 사내 강의를 했는데 거의 안 써서 까먹고 있던 GA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외부 강연은 우연히 기회가 생겨서 했는데 앞에 나가면 개그맨의 마음이 되어서 왠지 사람들을 웃겨줘야 할 것 같다! 라는 맘이 강해져서 끝나고 나니까 나 사실 이상한 사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 강연 주제는 비전공자로서 데이터 분석 하는 것에 대해서였는데 실컷 거기 가서 이야기 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보다 더 잘하거나 원숙한 분에게 듣는 게 의미가 있지 나에게 물어본다면 그냥 데뷔한 아이돌에게 아이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왕이면 소녀시대, 방탄소년단 급 분에게 문의하시는 것이 상호에게 좋습니다.
그래도 꼭 물어본다면 대다수는 비전공자로서 장점이 뭐가 있을까요?를 주로 묻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거 없다고 생각한다. 전공 여부 상관 없이 잘하는 분은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치 실용음악과 가면 가수 될 수 있어요?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용음악과 안 가도 가수 데뷔 잘 하고 오히려 데뷔하고 대학을 그 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점을 시사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2. 유다시티 결제만 했다.
유다시티 나노디그리를 11월에 결제했는데 겨우 두 강의 들었다.. 돈이 한 두푼이 아니라서 이제 정신 차리고 들어야 한다.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3. RNN 모델 딱 하나 돌려봤다.
파이썬 데이터 발표를 위해서 RNN으로 소설 쓰기 모델 딱 하나 돌려봤는데 그 이후로 일절 손을 대지 않아서 기억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하반기는 지지부진 했는가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1. 뒤늦은 사춘기를 겪음
모든 것에 흥미가 많이 저하되었다. 책 읽는 속도도 느려졌다. 내부로 많이 침잠했던 시기였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에서야 비로소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노동은 무엇을 위해서 하는가? 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보니 톨스토이 빙의했던 건지.. 근데 아직도 이 생각 많이 하긴 한다.
2. 심신이 피로해서 의욕이 저하되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편두통도 많이 겪었다. 1번이랑 겹쳐서 더 활동량이 떨어졌다.
3. 해보고 싶은 게 생각나지 않았다.
1번이랑 비슷한 거긴 한데 이건 내 개인 프로젝트에 더 국한된 이야기라 번호를 따로 생성했다. 원래는 일 외적인 것을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하반기에는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들었다. 이유는 2번 때문만인 건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우울한 이야기만 엄청 썼는데 현재는 하고 싶은 것이 없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로서 2018년에 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1. 나노디그리 결제만 하지 말고 실제로 듣기(..)
2. django 배우기
갑자기 만들어보고 싶은 게 생겨서 django가 우선순위에 올라왔다. flask가 아니라 django를 택한 이유가 있긴 한데..
3. 심신 건강 챙기기
계속 피로하고 의욕이 저하되었던 것에 신체적인 영향도 큰 것 같아서 앞으로는 신체에 많은 신경을 쓰기로 했다.
전 하반기 망했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안 망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