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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May 13. 2019

다른 나라에서

5년 전의 내가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4월 말에 도쿄에서 열린 IT모임에 참석했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facebook developer circle  모임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개최장소는 서울이고 나는 도쿄여서 다른 모임이라도 참석해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주제는 <신입 엔지니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에게도 도움이 됐다.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경력자이기도 했다.


5년 전에 내가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주제로 라이트닝 토크를 들었다. 첫번째로 영어를 꼽은 분이 계셔서 마음 깊이 공감했다.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모임을 참석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영어를 잘했더라면 인식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만화책 한 권을 추천하셨는데 나도 갖고 있는 책이었다. 리눅스 시스템을 배우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것인데 이해하기 쉬워서 초보자에게 좋다.


비전공자였던 어떤 분은 개발이 엄청나게 수학적인 일인 줄 알았는데 프로그래머였던 전애인에게 프로그래밍이란 IF ELSE의 모음이라는 말을 듣고 ‘어라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고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원래 열심히 매진하는 성격이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주말에도 공부하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프로그래머가 되어 있었다. 친한 동료들과 slack모임을 만들어서 공부한 내용들을 공유하고, 골든 위크에는 다같이 온천에서 합숙하며 앱을 만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너무 부러워서 나도 slack 모임을 개설하게 되었다.


마지막에는 진행하시는 분이 경력자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를 물었는데, 나에게도 마이크를 들려 주셨다. “공부하다가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사실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다.


“하기 싫으면 그냥 쉬세요. 놀고 싶으면 그냥 노세요. 충분히 놀면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이때 진행자 분이 맞다고 맞장구쳐주신 게 기억에 남음). 공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을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마세요. 결국 공부하는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꾸준히 자신을 좋아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렇게 유창하게 말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공부를 싫어하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미친듯이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아니다. 공부를 쉬고 있을 때마다 내면은 내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찼다. 자신을 힐난하면 공부를 쉬고 있더라도 벌을 받고 있는 셈이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매일매일 자신을 인민재판했다. 하지만 쉬었는데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고 역으로 코딩도, 공부도 다 싫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구글을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고, 페이스북을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닌데.(만들 수 있다면 만들고 싶지만)


무엇보다 나는 그저 어제보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더 나아진 내가 여러 사람들과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 왜냐면 재밌고 행복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혹하게 대할 일이 아니었다. 공부하기 싫을 때는 완전히 접고 놀아버렸다. 1일 커밋은 무슨. 매일매일 놀기만 할 때도 있었다. 한동안 놀기만 하니 다시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게임도 매일매일 하면 질릴 때가 있는데(아닌 게임 있다고 하지 말자) 나는 나를 뭐라고 생각했던 걸까. 인생은 마라톤인데 매일매일 100미터 신기록을 내지 못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인 것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내가 놀고 싶은만큼 놀고 공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덧. 리눅스에 대한 만화는 이 책​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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