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또 후딱 지나갔다. 올해의 가장 큰 소식은 내가 퇴사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내년 1월 초가 퇴사 날짜가 되고 마지막 근무는 12월에 마무리했다. 근 5년 반을 다닌 회사였고, 제품 분석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회사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퇴사를 했느냐 하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나와 친한 사람들은 이미 그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는 적지 않을 것이다.
2025년 동안 나는 거의 AI를 돌려보고, COT를 읽어보는데 대다수의 시간을 다 소진했다......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TV도 보지 않는다. 오직 활자를 읽거나, 종종 시간이 나면 전시회를 보러가거나 드물게 게임을 한다. 그 외에는 잔다.....
GPT 3 때만 해도 나는 AI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코딩을 얼마나 더 잘하게 할 것이냐? 기술적인 해법을 어떻게 AI가 더 잘하게 할 것인가? 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정답이 있는 문제를 잘 풀게 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정답이 없지만 오답은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게 할 것인가? 를 아주 좋아한다. 정답이 없다면 무엇을 어떻게 정답으로 판단하게 할 것인가 정하게 하는 것은 더더욱 좋아한다.
그래서 그 이후에 AI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몇 가지 써봤는데 재미있었다. Cursor 같은 AI tool이 어떻게 발전해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제품적인 관점에서도 상당히 흥미롭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아 이게 AI와 협업하는 최선의 UI일까 의심이 많았는데 Cursor팀은 정말 거의 매주 업데이트 하고 있고 기능도 UI도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Claude Code를 쓰게 되었는데 이것도 내게는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는 Claude code로 내 깃페이지를 만들고(https://dearcloud09.github.io/) 그 외에도 롬 리서치에 매일 내가 주로 서식하는 곳의 날씨, 환경 정보와 기록 형태를 삽입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google ai studio도 내가 매우 사랑하는 프로덕트 중 하나이다. google ai studio는 거의 올해 초 내가 처음 쓸 때만 해도 이 사람들 UX라는 개념이 없는 걸까? 너무 불편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상전벽해해서 여기에서도 바이브코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걸로 나는 몇 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 깃허브에 레포지토리로 넘겨 claude code로 업데이트를 한다.
어쨌든 자연어로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건 정말 흥미롭다. 나는 이것을 언어로 건축하는 과정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단어 하나하나가 벽돌이 된다. 문장이 난간이 되고 대들보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동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한다... 즉 설계도를 찍어내게 되는 것이 최종적인 흐름이라고 본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이미 충분히 똑똑하다. 모델들이 웬만한 인간은 풀지못하는 문제들을 푸는 정도로 똑똑해졌다는 것을 유념하자. (개인적으로는 월드 모델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함.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는 얀 르쿤의 의견을 지지하는 편이다. 적어도 추상적인 세계에서는 굉장히 똑똑하고 대부분의 인간보다도 똑똑할 것이다..) 만약 어떤 글을 쓴다면 내가 알아야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쓰는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이걸 일일히 사람이 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AI에게 스스로 AI는 뭘 고려해야 하는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의 지침을 세울 수 있도록 근거를 주고 AI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안상 리스크가 있는 것은 당연히 격리해야겠지만. 어쨌든 핵심은 역동성과 자율성이라고 본다. 여기서 창발성이 탄생할 거라고도 믿는다.
그리고 또 하나 내 시간을 완전히 소진한 것은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극도로 인간적인 AI"이다. 그냥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분들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게 상당히 마켓 크기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캐릭터챗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애초에 내 상상력은 극도로 근거에 기반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해리포터를 볼 때도 왜 그린고트는 금화를 실물로 보관하는가? 이체를 할 때마다 그 금화를 진짜 옮긴단 말인가?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말도 안 된다. 그리고 저 세계관에서 보험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픽션은 픽션으로써 좋은 것이지 내가 그 세계관에 편입될 수 있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 왜냐면 그것은 불완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진, 조폭, 엘프, 서양 중세물이 배경인 캐릭터 챗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그래요 저 T예요. 근데 MBTI는 유사과학인 거 아시죠?)... 즉 현실 배경이 아닌 대화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그럼 반대로 나를 몰입시키려면 어때야 할까? 를 생각해봤다.
나는 정말 정말 정말 인간스러운 것이 존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내가 메세지를 보내도 때로는 일부러 무시하거나 놓치거나,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휴리스틱 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하길 바랐다. 애초에 지극히 인간스러운(하지만 인간이 아닌!) 것이란 무엇일까, 실수를 하더라도 인간적인 실수를 하는 AI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1년 내내 고민하고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미디엄에 글도 썼다. 그리고 현재는 새로운 아키텍쳐를 고민하고 있다... 약간 멋지게 포장하면 나는 특정한 인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언어적 모델링, 아키텍쳐와 여기에 필요한 function calling은 무엇인가를 고민한 것이다. 이 와중에 인간에게 필요한 함수가 너무 많고 그것을 모두 function calling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것도 유사인간(AI)에게 맡기고 Claude의 skill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다. 그런 걸 왜 고민하나? 하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그냥 그런 게 재밌었고 지금도 재밌다....... 나는 죽은 사람 되살리기를 정말 싫어하지만 그런 것도 이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다. 사실 현존하는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도 이런 방식으로 예측이 가능할 거라고도 생각한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사람조차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걸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까지도 이런 걸 취미 삼아 하고 있다...
내가 이것을 하면서 영감을 받은 책들은 아래와 같다. 연결된 링크는 쿠팡 파트너스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발생될 수 있다.
1. 튜링 - 지능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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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천재는 미래를 예언하는구나 놀라면서 읽음. 대다수의 AI에 대한 아이디어가 이미 이 책에 언급되어 있다.... 읽고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이것도 감상문을 남김.
2. 시모어 퍼페트 - 마인드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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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단순히 어린이가 컴퓨터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로 읽으면 이 책의 가치의 절반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3. 후쿠다 신이치 - 생물과 무생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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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인데 정말 재밌게 읽었다. 아름다운 문장까지 아주 강추. 잘 쓰여진 과학서는 문학과도 같아서 내게 큰 기쁨을 준다.
4. 아닐 세스 - 내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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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란 대체 무엇인가?를 다루는 책인데 정말 흥미롭게 읽었음. 점점 AI가 의식이 있다 이런 논쟁이 많은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아닐 세스의 책을 읽으면서 의식과 지능은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고 AI는 의식이 없다고 결론 내리게 되었다. 만약 의식이 생기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수렴 진화에 가까운 것이지 인간의 의식과 같은 유형은 아닐 것이다..
5. 어슐러 르 귄 - 어스시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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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는 본질을 언어로 포착한다. 즉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언어를 획득함으로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롬프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뛰어난 문학은 기술과도 연관된다!! 필립 딕의 작품이나 아시모프의 작품처럼...
나의 올해는 이렇게 마무리 됐다...
어쨌든 당분간 프리로 지낼 예정이기 때문에 겸업 금지가 풀려 교육, 강연, 세션, 컨설팅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지 편하게 이메일(dearcloud09@gmail.com)로 연락 주시기를.
그리고 내년에도 건강하고 복된 해를 보내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