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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이야기(2)

善의 씨앗을 퍼트려 萬物(만물)을 움트게 하라 (2)

by 운상

인과응보 사례(2)

다음은 인천 용화사 조실 전강 선사(1898~1975)께서 직접 체험한 체험담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전강 선사(1898~1975)가 젊은 시절 경상도 합천 해인사 선방에서 정진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보살이 자기 아들을 데리고 와서 하는 말이 “아들(박치준)이 입산 출가하기를 원합니다.”라며 상담을 요청하면서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전강 선사는 여러 가지 상황을 물어보니 선근이 있는 것 같아 허락하고 행자(불도를 닦는 사람) 생활을 시키며 그 당시 큰 스님인 최일화 스님의 상좌가 되었다.


그런데 출가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박행자는 여러 대중을 모시고 갖은 힘든 일을 잘하며 틈날 때마다 불경을 외우고 절 생활에 잘 적응해 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름 모를 병이 들어 감기 몸살인 줄 알고 며칠 앓았는데 갑자기 병이 심해져서 죽어버렸다. 부모에게 전보를 쳐서 알렸고, 긴급히 연락을 받고 해인사로 달려온 모친은 아들의 죽음이 너무 슬퍼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최일화 스님은 위로하면서 말씀하시길,


“자식이고, 부모고, 형제고, 내외고, 이 모두가 과거에 지어 놓은 인연이요 과보라. 지금 보살님의 아들은 전생에 악연을 지었는데 금생에는 사람의 몸을 받아 자식으로 낳았을 뿐인 것이니 울지 마시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보시오. 태몽을 어떻게 꾸었소? 그리고 아기를 배기 전에 살생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적이 있소?”라고 물으니 그 보살은 깜짝 놀라면서 다음과 대답하였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라고 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다가 멈추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 아이 배기 전에 집 한쪽에 키우는 닭이 있어 늘 담장에서 암탉이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꼬끼오! “ 하면 새벽이고, 달걀을 낳으면 모으는데 얼마 전부터는 닭장에 가보면 달걀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하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누가 훔쳐 가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여 새벽에 잠복하여 닭이 알 낳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마음먹고, 그다음 날 아침부터 잠복하였습니다.


그런데 암탉이 알을 낳자마자 어디선가 큰 구렁이가 어슬렁어슬렁 나와 알을 입에다 넣고 꿀꺽 삼키는 것이었습니다. 범인이 구렁인 줄 알고 숨을 죽이고 숨어있는데 구렁이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구렁이는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덤벼드는 기세로 서서히 다가오길래 마침 옆에 큰 돌이 있어 머리통을 내리쳤어요, 그런데 한 방에 구렁이가 뇌진탕으로 쭉 뻗어 죽어버린 것입니다

.

살생을 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찝찝하여 남들이 알까 두려워 몰래 마당가 양지바른 곳 살구나마 밑에 묻고, 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구렁이를 묻었던 살구나무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흔들하더니 한쪽으로 비스듬히 넘어지는 것입니다. 죽었던 그 구렁이가 순식간에 다시 살아서 땅 밖으로 엉금엉금 기어 내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이방, 저 방으로 도망을 가도 따라오는 것입니다. 너무 놀랍고 무서워서 나중에는 다른 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있는데, 이 구렁이가 이불속으로 들어오더니 치맛자락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젠 죽었구나 생각하고 소리를 악! 질렀는데 깨어보니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뒤 잊어버리고 하루하루 지냈는데 얼마 뒤에 임신하였습니다. 왠지 마음이 찝찝한 것입니다. 그럭저럭 달은 차고 10개월이 되어서, 아들을 낳았는데 떡두꺼비처럼 잘생긴 아들인 것입니다. 다들 경사 났다고 축하를 받고 있었는데, 또 아기 낳은 지 일주일 만에 이상한 꿈을 꾼 것입니다. 어느 노인이 마당 가에 들어와서 서성거리는 것이 수상하여, 왜 허락 없이 남의 집에 들어왔느냐고 물으니까 이 노인네가 대답하길 “원수를 갚으러 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놀라서‘뭐 이런 노인네가 있나’라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이 노인은 마당 가에 그 살구나무 쪽으로 가더니 땅속으로 ‘쏙’ 들어가는 것입니다. 깨어보니 역시 꿈인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꿈과 아들의 태몽 관계를 찝찝하게 생각했는데 하루는 마을 절에 계시는 대사님이 탁발을 나와서 자신의 꿈 이야기와 자식 이야기를 하였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들은 전생에 구렁이고 원수이니 떨어져서 살아야 된다고 하면서, 출가를 시켜 공덕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여, 합천 해인사 전강 선사가 유명하니 어머니와 아들이 찾아와서 입산하였던 것이고, 일화 스님은 옛날에 탁발 나왔던 스님이었습니다. 전강 스님은 혜안이 있어 이런 것을 모두 알았기 때문에 일화스님의 상좌로 받아주게 하였던 것입니다.


단명보를 받고 명이 짧기 때문에 전생에는 구렁이요, 금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오래 살지 못하고 절에 출가한 후 죽은 것입니다. 내생에는 이런 악연들이 다 소멸할 것이라고 일화 스님이 법문 하니, 보살님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아들에 대한 원통함을 싹 잊어버리고, 자신잘못을 참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해인사 산문을 하산하였다고 합니다. 이 인과 이야기는 살생을 많이 하면 단명보를 받아, 피해 갈 수 없음을 알리는 경계하는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참고) 인과경, 玄潭(현담) 스님].


業을 짓고 그 과보를 받는 것과 관련하여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設一切有部毗奈耶)(6권)에는 다음과 같이 설파하고 있다.


家使百千劫(가사 백천 겁) 가령 백천 겁이 지난다 해도

所作業不亡(소작업 불망) 자신이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아니하여

因緣會遇時(인연 회우 시) 인연이 맞아떨어지는 때에

果報還自受(과보 환자수) 그 과보가 되돌아와 스스로 받으리라


위에 劫(겁)이란 말이 나온다. 겁이란 말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이 지난 먼 과거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劫(겁)이란 시간 단위로 계산할 수 없는 무한한 기간을 말하기 때문이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위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자신이 지은 業(善한 행위 혹은 惡한 행위)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없어지지 않아서, 인연이 맞아떨어지는 때에 자신이 지은 과보를 반드시 되돌려 받는다는 뜻이다.


인연이 맞아떨어지는 때라는 말은 예를 들면, 감을 먹고 싶다고 하여 감나무를 심었은데 당장 감이 익어 따먹을 수가 없다. 감나무를 심었으면 비·바람·추위 등에 대비해 거름도 주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정성을 들여 잘 가꾸어야 때가 되면 결과를 맺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남의 집에 들어가 귀금속을 털어 도망갔는데 아직까지 1년이 되었는데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잡히기 마련이다. 아직 잡힐 인연이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악한 행위에 대해 그 과보가 나에게 바로 이르지 않으니, 나하고 상관이 없다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나쁜 일을 해 놓고 행복하길 바라고, 돈을 쉽게 빨리 벌어 부자가 되길 바라는 것 등은 어리석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보잘것없는 가축이나 파충류(뱀등)에 해당하는 동물이라 해서 함부로 살생하는 것은 모두 죄업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일부러 닭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닭이 죽어 소로 환생하고, 뱀이 자식으로 태어나 앙갚음했음을 짐작게 한다. 모든 생명은 존귀한 것이고, 천한 것이 따로 없으며 평등하다.


비록 아무리 미물로 태어났어도, 자신의 목숨을 다할 때까지 살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언행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신중하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사람이 죽으면 육도<三惡道(지옥, 아귀, 축생)와 三善道(천도, 인도, 아수라)>를 윤회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 좋은 일을 많이 하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福을 지으라는 말이고, 善을 쌓으라는 의미이다. 죄악을 짓고 善을 증장시키는 일을 함에는 반드시 인과법칙을 알아야 한다. 因緣과 그에 대한 果報의 감응은, 한 치의 오차도 없고 어그러짐이 없다.


因果를 무서워해야 善을 行하고 福 짓는 행위를 하게 된다. 인과의 원리를 알면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할 일도 줄어든다. 모든 것을 자연의 현상처럼 인과의 법칙을 받아들인다면 겸손함을 유지하게 되고,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정녕 마음이 편안해져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육조 혜능 대사의 말씀에 隨邪(수사)에 心不定(심부정)이란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바른길을 가지 않고 삿된 행동을 하는 자에게는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늘 불안하다는 말이다. 내가 나쁜 일을 하는 것은 남이 알기 전에 우선 내 마음이 제일 먼저 알아차리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불안한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올바른 생각을 하고,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정신도 건강해지고 몸과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다.


화살을 하늘로 향해 쏠 경우, 멀리 날아가서 힘이 다하면 결국 땅에 떨어지고 만다. 인간 세상의 福이 다하여 사라지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지어놓은 세상의 복으로 감정에 이끌려 방자하게 즐기기만 한다면, 목숨이 다할 때 이르러서 복은 다하고 惡業은 남아 있어, 이번에는 반대로 악도(惡道)에 떨어져 갖가지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니 복을 마음껏 다 쓰지 말고, 저축하면서 살아야 마음이 든든하고 편안하듯이, 복 짓는 행위를 멈추지 말고,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불세출의 선각자 원효(元曉) 대사는『금강반야경소金剛般若經䟽』에서“보시하는 사람(施者)과 보시를 받는 사람(受者), 보시하는 물건(所施之物)이 삼륜이다.”라고 하였다. 삼륜이 청정해야 진정한 보시라고 말한다. 즉 보시하는 사람은 보시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하고, 보시를 받는 사람은 보시하는 상대를 고르거나 보시하는 물건을 분별하여 어떤 것은 보시를 받고 어떤 것은 보시를 받지 않는 등의 분별을 해서는 안 되며, 보시하는 물건은 청정한 물건을 보시해야 한다.


즉 자신이 정성껏 준비하지 않고, 길을 걷다가 주운 물건, 훔친 물건 등은 청정한 물건이 아니니 잘 가려서 보시해야 삼륜이 청정한 보시라고 하는 것이다.


보시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어떤 사람이 절에 보시하고자 한다. 삼륜이 청정한 보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 봉투에 누가 보시했다는 이름을 쓰지 않아야 청정한 보시다.”라고 생각하고 이름을 쓰지 않고 봉투에 돈을 넣고 보시했다. 그러고는 절을 나와서 “나 오늘 절에다 삼륜이 청정한 보시를 했다.”라며 미소를 띠며 자랑한다. 이것은 삼륜이 청정한 보시에 해당하지 않는다.


삼륜이 청정한 보시는, 내가 오늘 보시했다는 생각마저 버리는 것이다. 마치 휴지를 쓰고 나면 바로 휴지통에 버리고 잊어버리듯이 하는 것이 진정한 보시이고, 삼륜이 정정한 보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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