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일기] 내 적성은 여기 있었다.

by 구름꽃

휴직 7일 차. 살면서 이토록 마음 편한 날이 있었나 싶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시간에 쫓기며 살았던 걸까. 정해진 일과에 묶여 산다는 것이 얼마나 영혼을 피로하게 만드는 일이었는지, 멈춰 서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그토록 싫어했던 집안일과 요리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스로 '정리 젬병'이라 낙인찍어 왔는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손을 움직이니 제법 정리다운 모양새가 나온다.


남편이 한때 보이콧을 선언했을 정도로 형편없던 요리 실력도 일주일 만에 환영받기 시작했다. 어제는 남편이 기분 좋게 두 그릇을 비워냈다. 2년 넘게 묵혀두며 갈등의 씨앗이 되었던 냉장고도 이제야 숨을 쉰다. 그때그때 있는 재료로 정성껏 끼니를 차려내니 음식물 쓰레기가 쌓일 틈 없이 깨끗하다.


살면서 이토록 마음이 고요했던 적이 있었을까. 어쩌면 내 진짜 적성은 '백수'가 아니라, 나를 돌볼 여유가 있는 '인간다운 삶'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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