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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Jun 10. 2022

21화. <오마이팩트>는 '대체로' 오마이갓!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씁시다.

그렇게 말 많던 6.1 지방 선거가 끝이 난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원래 그 전에 쓰던 글이었는데 귀차니즘으로 임시 저장 중이었다가, 어쨌든 끝맺음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크게 보면 지방 선거와는 아주 큰 연관이 있지도 않아서 이대로 발행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으니까. 나는 늘 상기한다. 정치는 싫은데 정치판이 재밌는 이유를..   


어젯밤에 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이것저것 보다가 아주 재밌는 표현을 봤다. 요 며칠 손흥민 득점왕, 류현진 오타니 대결에서 판정승, 챔스 결승, 롤랑가로스 진행상황 등 때문에 아주 기분좋은 스포츠뉴스가 풍년이었는데 기사를 다 읽다보니 다시 시들해졌을때 즈음 하여, 사회(?)면 기사에 재밌는 내용이 등장했다. 

"대체로 사실"

 사실 제목과 연계하여 읽어보면 이게 얼마나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표현인지 깨달아야 한다.


요즘 김포공항의 인천공항으로 이전 통합 문제로 여야 할 것 없이 시끌시끌한 모양이다. 티비, 라디오, 인터넷, 신문 할 것 없이 모두가 다루고 있다. 발언의 진원지는 6.1 지방선거의 민주당 이재명, 송영길 후보인데 당내 의견은 의도한 바와 다르게 통일되지 않고 다른쪽으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받다보니 급한대로 이말 저말 말이 아닌 말 등등등 끌어다 쓰나보다.     

그 말들 중에 바로 문제의 표현이 나온 것이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다." 이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이 무슨 호랑 말코 개코 같은 소리인가? 아, 오해하지 마시길. 후보들의 발언 자체를 가지고 논한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얼마든지 희망회로는 돌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언론은 다르다. 언론이 본인들의 희망사항과 화자의 희망회로를 동일시하여 기사로 배설하는 순간, 기자는 기레기가 되고, 언론은 개혁대상이 된다. 생각해보니 결국 우리나라 언론은 모두 개혁대상이 되었다.ㅎ

각설하고, 이제 이 기사의 "대체로 사실"이라는 표현의 문제점에 대해 말해보겠다.  


'대체로'라는 사전적 의미는 '일부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에 걸쳐서 공통으로' 이다. 

그렇다면 "대체로 사실"이라는 표현이 참이 되려면, 다수의 발언을 놓고 즉, 10개 정도의 발언이 있다면 한 두개 정도 빼고 모두 사실이어야 한다. 만약 윗 기사처럼 단 한가지 발언을 놓고 판단을 한다면, 그것은 사실 아니면 거짓 둘 중에 오직 하나 뿐이어야 한다. '대체로'라는 부사는 쓰일 수 없다. 한 문장 안에 판단할 내용이 하나뿐인데 어떻게 다수의 문장이 선행되어야할 '대체로'라는 부사를 쓸 수 있을까. 


이해한다. 오마이뉴스는 또는 소속 기자는 계양을의 이재명을, 아니 민주당을 돕고 싶다.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곤란에 빠진 민주당을 구해주고 싶다. 어떻게든 방어를 해주고 싶은 것이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을 묶어서 '한경오프'라고도 한다는데, 보수를 위한 '조중동'이 그러하듯 얼마나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에 대한 쉴드를 쳐주고 싶겠는가. 

<오마이뉴스>의 오마이팩트 코너가 줄곧 그러했듯 반대편에 대한 까대기만 했으면 좋았을 것을(가끔 양념처럼 우리편 팩트체크는 사실 또는 사실반거짓반으로 넣어주고), 너무 무리하게 무리수를 두다보니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호랑 말코 개코같은 소리를 뱉어버렸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다." 라는 발언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기사에도 버젓이 나와 있듯이 고속철도 속도로 연결해야만 한다.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현재 두 공항 사이에 고속철도 도입 계획은 없다고 한다. 그렇게 팩트체크를 했으면, 결국 10여분 거리는 불가능하단 얘기다. 그리고 사족을 붙인다. 다만 앞으로 공항철도 급행화하고 두 공항을 직통연결할 경우에는 10~20분대에 이동할 수도 있다. 이동하는게 아니고 '할 수도' 있단다. 따라서 이재명 후보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고 했다. 이 마지막 문장인 '따라서~'로 시작되는 문장을 쓸때 기자는 정말 아무 느낌도 없었을까. 진짜 묻고 싶다. 독자인 내가 보기엔 정말로 궁색하기 그지 없는데.. 오죽하면 쌩뚱맞게 중국 상하이 얘기까지 끌어다 썼을까. 


대놓고 뻔뻔하게 아무렇지 않다고 한다면, 동 기자 본인이 불과 일주일 전에 쓴 다른 기사를 보자.    

일단 "대체로 거짓" 판정을 했다. 내용을 살펴보자. 

시작부터 세계 원전 역사는 60년 정도에 불과한데, 박 후보가 세계 원전도 대개 80년 100년 쓴다고 하면, 이 발언이 원전의 기대수명을 말하는 것인지 실제로 그렇게 써왔는지에 대한 주장 여부를 판가름해야 한다. 후자라면 박 후보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인거고, 전자면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왜냐면 세계 원전 441기의 평균 가동연수가 31.4년이라고 하니, 아직 80년까지 사용을 못해봤으니 검증이 안된 것이다. 

아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최신 원전 기술로 지은 신형 원전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결국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다." 라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전제조건이 붙은 것이다. 단순히 세계원전도 대개 80년 100년 썼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최신 원전 기술로 지은 신형 원전' 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으면 당연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따라서 박 후보 발언은 '최신 기술로 지어진 원전'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누락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고 했다. 


비교해보자. 

이재명 의원의 발언도 고속철도 속도로 연결해야만 한다는 전제조건을 누락했고, 박형준 시장의 발언도 최신 기술로 지어진 원전이라는 전제조건을 누락했는데, 이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고, 박 시장의 발언은 '대체로 거짓' 판정을 했다. 심지어 이 의원의 발언은 두 공항 사이에 고속철도 도입 계획도 없다. 왜냐.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전제조건 자체도 성립이 불가하다. 그런데도 "대체로 사실"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


하....... ........ <오마이뉴스> 데스크는 소속 기자가 쓴 이런거 읽어봐도 안이상한가. "모든 시민이 기자다"라는 모토가 부끄럽지 않은가. 한낱 시민이 언뜻봐도 이상한 기사를 써대는데. 뭔가 일관된 기준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클루가 서두에 밝히지 않았는가. 그대들이 싫어하는 조중동의 행위처럼, 그냥 보수만 주구장창 까대던가. 어줍잖게 우리편 지키자고 하는 행동들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대선에 이어 지선까지 삼켜버렸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 것일까.   

이렇게 일관된 모습 보여달라구요. 어설프고 어줍잖게 우리편 힘내라 하지 말고요. 


(참고로 클루는 독자로서 오마이뉴스 기사 종종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오해하지는 마셔요.) 

매거진의 이전글 20화. <벌거벗은 세계사>와 평등에 관한 마인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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