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거닐다 | 이바구캠프를 가다 @180621-22
이번 여정은 '작은도시기획자들'의 2018년 여름 캠프 목적지가 부산으로 정해지면서 시작되었다. 공식적으로 '부산도시기획자캠프'라 명명한 캠프는 기획에 맞추어 부산 로컬 네트워킹팀 어반브릿지가 만들어져 잔뜩 기대를 품게 했다.
어반브릿지는 현재 다섯명의 부산 어벤져스로 구성되어 있다. 커뮤니티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공유를위한창조'의 박은진 대표, 브랜딩/ 디자인 기업 'IDAnswer'의 유기창 대표, 좋은 수면 환경을 만들어 가는 실내텐트와 수면안대를 개발/판매하는 '바이맘'의 김민욱 대표, 부산 인디음악씬의 도약을 밝히신 이광국 대표, 따뜻한 시선으로 다양한 기획을 만들어 가시는 최윤형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반브릿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하시라.
그리고 어반브릿지 결성 소식을 듣고, 얼마후 멋진 포스터가 공개됐다.
이번엔 첫째번 날 숙소이자 미트업(meet-up) 장소였던 이바구캠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다녀왔던 사람들은 늘 이야기하던 곳이 있었다. 초량 이바구캠프가 바로 그 곳이다. 개인적으로 부산을 자주 다니는 편도 아니어서 좀처럼 올 기회가 없었다. 2017년 5월,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었던 때에도 부산역에서 기차에 내려 바로 장전동으로 갔었다가 온천장, 해운대, 서면을 거쳐 다시 초량 차이나타운을 살짝 둘러보고 부산역으로 유유히 떠나왔다. 마주하게 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반가웠다. 캠프 첫 날 미팅 장소가 이바구캠프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반가웠다.
이바구캠프는 정부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국가선도사업 주거분야의 '도시민박촌 등 거점시설 집약화사업'으로 조성된 도시 커뮤니티 게스트하우스 1호이다. 주식회사 '공유를위한창조'가 주민 31명과 함께 출자한 마을기업 주식회사 '이바구캠프'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금수사와 중앙공원 충혼탑 사이 도로가 끝나는 마을 안에 위치해 있으며, 산복도로가 마을 아래를 스쳐 지나가고 있다. 부산역에서 유명한 초량 168계단까지 왔던 만큼 한번더 가야 도착할 수 있다. 바로 산 아래 위치해 있단 말이다. 부산역에서 버스로 마을초입까지 올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시라.
주요 시설은 체크인센터, 멀티센터, 아트팩토리, 게스트하우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체크인센터에는 리셉션, 직원숙소, 옥상캠핑장, 멀티센터에는 회의장, 연회장으로 활용 가능한 카페 브로콜리, 게스트룸 3개실, 옥상상자텃밭, 아트팩토리에는 사무국 사무실과 10인 규모의 공동주방이 설치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게스트하우스에는 약 40명이 동시 숙박할 수 있는 게스트룸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바구캠프는 가장 핫한 성수기 중 하나인 명절에는 타지에서 내려온 동네 어르신들의 자녀들을 위해 개방된다고 한다. 이를 이바구캠프 오픈하우스라 하는데, 마을기업 주주에 한해서는 무료로, 일반 마을주민에게는 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마을 커뮤니티공간으로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린 시절 같은 초등학교를 나오고 동네 골목에서 함께 보냈던 분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행사에서 동네잔치로 연휴 내내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부산역에 조금 일찍 도착해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식당 사해방에서 짜장면과 군만두를 맛있게 먹고, 근대건조물로 지정된 구.백제병원, 브라운드핸즈 백제에서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를 좀 식혔다. 서울도 습하고 더워지기 시작했는데, 남쪽으로 3시간 달려온 것이 새삼 실감되었다. 땀이 좀 식었으니 초량동 구경을 하면서 목적지인 이바구캠프로 올라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1.5km남짓한 거리였다. 초행길이니 한번 걸어봐야하지 않겠나 하며 걸어나선 길이었다.
몇 걸음 안 걸었는데 숨이 차올라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익숙한지 덤덤한 표정으로 걷고 계셨다. 30도정도 되는 경사는 이 곳에서 흔하나보다. 산중턱의 가파른 도로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에 매우 위험해보였다. 사고의 위험이 심하기 때문에 이 곳 주민들은 제설에 특출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경사로 2번을 지나니 부산항과 원도심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뷰가 좋은 곳에 산다는건 그만큼의 댓가가 뒤따르는 법인가보다. 조금 더 걷다보니 초량168계단이 눈 앞에 펼쳐졌다. 60도정도 되어보이는 경사로에 만들어진 계단은 아래에서도 보는 데도 아찔했다.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동네주민으로 보이는 할머니를 따라 계단 오른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계속 먼가 말씀해주고 계셨는데, 우리는 알아듣지 못했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그제서야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한 개층만 운행했고, 우리 눈 앞에는 레일이 있었다. 바로 모노레일이었다.
플랫폼에 둘러앉아 어르신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안부를 건네고, 회전의자에 앉아 노는 어린이가 혹여 벽에 부딪혀 다칠까 무심한 말투로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잠시후 1칸짜리 최대8인승 모노레일이 왔고, 미끄러지듯 1분40초만에 계단 정상까지 도착했다.
이바구길이란 아이덴티티로 이바구충전소, 이바구놀이터 등 다양한 공유공간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모노레일은 학교 부지를 일부사용하여 조성한 것이라 한다. 더 자세히 어떤 숨은 이야기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관광객을 위해서도, 동네 주민들을 위해서도 모노레일은 그리 동네와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편의성을 생각한다면 또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굽이굽이 길을 올라 산복도로에 다달았다. 버스를 타고 왔으면 산세를 따라 굽이굽이 도로로 쉽게 왔었으리라. 하지만 동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우리의 선택은 좋았다. 지나온 마을 위에 도착하니 지형을 활용한 재미있는 모습을 만났다. 아파트 옥상에 주차장이 있었던 것. 건물 지하나 일층에 필로티를 띄워 주차장을 설치하기 마련인데, 도로와 바로 연결되어 진입부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고, 1층을 진입로 등으로 비우지 않고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드디어 마을에 도착했다. 경사지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었다. 도착할 때까지 경사지는 멈추지 않았다.
화살표를 보지 않고 왼쪽 주차장 입구로 돌아돌아 들어갔다. 캠프의 전용주차장은 아니었고, 좁은 골목에 살고 있는 동네주민들을 위한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이다. (아래 사진을 확인하면서 화살표로 입구표시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이바구캠프를 이루고 있는 네 개의 건물은 담장이나 출입현관 등으로 마을과 경계를 짓고 있지 않았다. 양옆에 바로 있는 건물들에는 모두 주민들이 살고 계셨다. 마을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 따로 출구와 입구가 없다. 멀티센터와 체크인센터 사이를 지나는 골목은 동네주민들이나 누구나 다니는 공공의 길이었다. 이바구캠프는 경계가 없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음영으로 진하게 표시된 건물들이 이바구캠프 시설들이고, 그 외에 선으로 표시된 건물들은 모두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이다. 사실상 붙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라는 특성상 끊임없이 타지 손님들이 방문하고, 또 여행으로 오셨기에 소음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조심하더라도 말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공유를위한창조 팀은 어쩌면 마을주민이 되어야했다. 그리고 이미 마을 주민이었다. 그렇게 마을에 스며들어 있었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캠프와 동네가 따로 경계가 있는 줄 알았던 터라 골목길에 계시는 분들이 모두 캠프 관계자인가 생각했었다. 그래서 먼저 인사했다. 그 분들은 마을주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오히려 더 밝게 인사하게 되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공간을 둘러보다가 본격적인 미트업이 시작되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캠프의 묘미는 역시 BBQ 아니겠는가! 정말정말 푸짐하게 음식을 마련되어 있다.(미리 주문해주시면 가능하다.) 미리 초벌한 삼겹살구이와 버섯, 감자, 파프리카, 양파는 물론이요, 출출할 것을 대비해서 라면, 토론장을 장식한 훈제연어까지!! 우리들의 경우, 인원이 많은 관계로 가스버너로 고기를 구웠지만, 물론 숯불도 준비되어 있다.
산을 배경으로 부산의 야경을 바라보며 고기도 구워먹고 도심 속의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야경은 정말정말 그림 같았다. 오후부터 밤까지, 밤에서 아침으로 지나는 시간들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숙소방 사진을 남겨놓지 못했는데, 나의 경우 2인용침대가 하나 있는 도미토리룸에서 시원하게 잘 잤다. 에어컨도 각 방에 설치되어 있어 더위에도 걱정없다. 단, 산 바로 아래다보니 벌레가 많으므로 들어가고 나갈 때 문단속은 철저히 해야한다. 문단속을 잘 한 덕분에 밤사이 벌레로 고생하진 않았다. 꿀잠을 자고 난 뒤, 아침 카페브로콜리에서 햇살 받으며 역시 밤과는 또다른 매력의 부산원도심과 항구를 내려다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특별한 케이스일 수 있으나, 전날 늦은 시간까지 분명 함께 계셨는데.... 이른 아침부터 커피도 내려주시고 준비해서 조식서비스도 해주셨다는 점이었다. 환상적인 뷰에 더한 개인적 감동 포인트는 이것이었다. (감동의 눈물. ...주르륵)
이바구캠프는 개인소유의 건물을 부산시 동구청에서 10년간 임차하여 마을기업을 통해 위탁운영하도록 한 사업이었다. 10년 뒤에는 건물소유주가 본 사업을 그만 두고 돌려달라고 한다면, 이바구캠프는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때문에 마을주민들이 활동에 소극적인 면이 발생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수익이 많이 발생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모델인지라 배당이 단시간 내에 이루어지기도 쉽지 않고, 결국 남 좋은 일 시키는거 아니냐는 일각의 생각들이 표출된 결과였다. 어쩌면 끝이 정해져 있다는 한계로 인해 이 사업이 실패한 사업이라 평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업을 시작으로 모인 역량있는 팀 공유를위한창조를 발견했다. 이바구캠프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안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연결하는 일들을 자체적으로 시작했다. 함께 할 청년들도 불러 모으고 있다. 또한, 부산의 다른 지역들에서의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로컬팀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부산 지역의 커뮤니티의 미래가 이들이 있기에 밝다. ¶
참고자료 출처 :
공유를위한창조 부산도시기획자캠프 컨퍼런스 발제자료 / 스페이스비즈
이바구캠프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ibagucamp/
이바구길 홈페이지 : http://www.2bagu.co.kr/
공유를위한창조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cre4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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