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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Jun 08. 2018

아리랑고개 너머 만나게 된 청년들의 실험공간

서울거닐다 | 시범 운영을 시작한 무중력지대 성북에 가다 @180607

청년들을 위한(청년들에 의한) 공유공간 무중력지대 

서울시에는 "청년들을 구속하는 사회의 중력을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유공간"(무중력지대 홈페이지 인용) 무중력지대가 있다.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무중력지대 G밸리를 시작으로, 대방역 앞에 컨테이너 형태의 신축건물로 지어졌던 무중력지대 대방동(현재, 부지 사용시기가 끝나 컨테이너는 철거되고, 인근 건물로 이전했다.)이 그동안 운영되어 오다가 최근 더 많은 자치구로 확대되어 무중력지대 양천, 서대문, 성북이 오픈을 차례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 오늘은 아리랑고개 넘기 전 또는 넘자마자 만나게 되는 무중력지대 성북을 찾았다.


무중력지대 성북이 현재와 같이 실체로 나타나기까지 성북청년네트워크, 협동조합 성북신나 등 청년단체와 관련 기관들의 노력이 있었다. 먼저 부지 선정에서부터 쉽지 않았다. 서울시 내에는 행정소유의 부지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접근하기 쉬운 부지를 찾기란 더욱 어려웠다. 3년동안 많은 실패 끝에 돈암동에 위치한 현재의 작은 근린공원 부지가 선정되었다.


공사는 언제 끝나? 

예상보다 속도가 더 더디었다. 아래 공사 안내판에서와 같이 준공은 2월말이 예정이었다. 몇 차례 더 연기되었고, 아래 사진을 찍은 날은 4월 4일이었다. 간간이 소식을 접하다가 한번 들려보고 싶어 방문했었다.

무중력지대 성북 공간 소개 안내판, @180404, by cloudocloud, 2018

컨테이너건물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컨테이너와 같은 건물들은 대부분 철골구조로 이루어지고 외장마감만 입힌 것으로 일반 건물과 똑같다. 즉, 이동과 조립, 해체가 쉽다고 할 수 없다. 해외 탐방을 다녀온 몇몇 분들이 영국의 박스파크, 미국 라스베가스의 다운타운 프로젝트와 같은 사례를 보고 인더스트리얼이 유행하면서 관급공사에서도 많은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여파가 무중력지대 대방동에서도 실현되었다. 당초 부지가 임시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이동, 조립과 해체 가능한 건축을 제안되기를 바랬고, 그렇게 적극 추천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해체, 조립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했지만, 그대로 진행되었다.


(무중력지대 성북으로 다시 돌아와서) 건물의 구조와 기본적인 설비 공사는 끝이 나 있었다. 외장 마감과 내부 마감, 그리고 가구 등 집기를 넣으면 끝날 정도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벚꽃이 활짝 피어 공사장같지 않게 주변에 이질감을 덜 주었다. 기존에 심겨있던 식재에 대한 고려를 해주어 다행이었다.(나무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없었다, 옆 건물 계단실에서, @180404, by cloudcloud, 2018
보행자 도로에 바로 접해 있다, @180404, by cloudocloud, 2018

운영단체의 사무실로 쓰일 곳은 제반비용 등의 문제로 실제 컨테이너를 가져다가 쓰기로 했다고 한다. 아직 현장에는 사무실로 쓰일 컨테이너는 보이지 않았다. (공사현장에서 현장사무실로 쓰이는 3평짜리 컨테이너를 상상하시면 된다.) 본 건물 공사가 끝나고 난 뒤, 사무실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두 달이 지나고, 

꼬박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위탁운영단체가 된 협동조합 성북신나는 공간을 이끌어 나갈, 함께 일할 사람들도 채용하고 사업계획을 차근차근 발전시켜나갔다. 공간만 완성되면 이제 시작을 할 수 있다. 며칠 전 6월 4일ㄴ부터 시범운영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중력지대 성북 시범운영 시작, fb page(https://www.facebook.com/youthzone.sb/) 캡쳐본


드디어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조금 감격스럽기도 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진행 도중, 그리고 완공되기 까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수고가 느껴졌다.


아리랑고개를 넘어,

홍은동에서 오는 길은 버스와 지하철을 통해 아래로 둘러서 오는 방법과, 버스를 몇 차례 환승해서 터널을 통해 위로 돌아오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방법으로 올 때면 서울이 아닌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홍은동에서 평창동, 세검정 등을 지나는 길의 산세와 가득한 초록들이 있어서 그런거 같다. 터널을 지나 국민대가 보일 때쯤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왔구나 라는 실감이 난다. 울고넘는 박달재처럼 아리랑고개에도 어떤 일화가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 고개에도 많은 사연들이 담겨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하다 새로 생긴 우이신설선 정릉역을 바라보니 이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낯설음을 느껴본다.


잠깐의 여행을 마치고 흥천사 입구 정류장에 내려 경사지 탓에 더 높아 보이는 돈암동교회 옆 무중력지대 성북 앞에 섰다. 공사중이던 두 달전보다 나무들이 울창해져서 주변과 위화감없이 스며들어 새로 생겼다고 유세를 떨지 않아 좋았다. 청년들도 마을, 동네 안에서 시끄럽게 나서야만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살아내며 스며들길 바라는 나의 마음때문에 그렇게 느껴진걸까..

무중력지대 성북 전경, @180607, by cloudocloud, 2018

아직 사무실공간으로 사용할 컨테이너는 오지 않았다. 공간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 컨테이너박스를 놓을 기초작업을 위한 거푸집작업을 하러 기술자분들이 오셨다. 다음주정도에는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도에서 바로 접해있어 길을 지나다니던 분들이 조금은 낯설어 하면서 때로는 적극적으로 어떤 공간인지 어디서 운영하는지를 물어보셨다. 벌써 사용에 익숙해진 동네 어머님들도 계셨다. 주변에 초등학교와 교회, 그리고 아파트단지가 있어 청년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활발하게 사용하리라 기대가 되었다.

보도에서 보이는 건물 전경, @180607, by cloudocloud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무지랑, @180607, by cloudocloud
입구에서 바깥을 바라본 모습, @180607, by cloudocloud
정문, @180607, by cloudocloud


입구로 들어서자 메인홀에 설치된 게시판이 인사를 했다. 무중력지대와 성북구 마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자들과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의 투표를 독려하고자 선거공보물이 현재 같이 놓여져 있었다.  

게시물들, @180607, by cloudocloud


홀은 3m정도의 층고에 햇빛이 잘 들어오게끔 창문을 뚫어서 시야가 트이고 또 공간 개방이 좋아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시원했다. (한낮이 되어서는 틀어주어야했지만)

메인홀, @180607, by cloudocloud
메인홀, @180607, by cloudocloud
아이와 함께 출근하신 운영매니저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180607, by cloudocloud

입구에서 들어오는 방향에서 홀 오른쪽은 공유(용)주방이 있다. 주방 겸 다이닝룸으로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공간으로 활용가능하다. 소셜다이닝, 쿠킹클래스 등 동네 청년들에게 다양한 기획이 열려있다.

공유주방, @180607, by cloudocloud


 

기존 근린공원이었던 이 부지에 있었던 수목을 살려놓아 오픈과 동시에 시원한 그늘이 전면 테라스에 펼쳐졌다. 마치 이 건물은 이 동네에 이미 적응을 다 한 것 같았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드리운 데크, @180607, by cloudocloud
뒷마당, @180607, by cloudocloud



어떤 사람들로 채워질까

시범운영기간동안 필요를 하나하나 채워가고 있는 무중력지대 성북! 채워야 할 요소들, 누군가가 채워주어야할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서비스적 요소야 운영하는 성북신나에서 맡아야겠지만, 무중력지대는 단순히 운영하는 사람들만으로 채울 수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떤 사람들로 이 공간이 채워질 지 상상해보게 된다.

이문동에 있는 아이들의 동네작업장 이문238처럼 등교후엔 어머니들로, 방과후엔 아이들로 채워질까? 코워킹스페이스처럼 프리랜서들의 핫데스크로 채워질까? 아니면 동네 어르신들이 선생님이 되어 지역의 자산들을 나누는 지혜 장터로 채워질까? 비워져 보이는 공간일지 모르지만, 무엇으로 채워질지 가능성이 더 크기에 앞으로가 기대된다. 그 시작하는 발걸음에 협동조합 성북신나와 무중력지대 운영사무국 로샨, 오름, 오짱, 지구, 그리고 공간매니저 분들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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