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임팩트리서치 with 로모, 2018.05.20-22
또다시 열심히 달려 전망대 앞에 도착했다. 경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먼저 바라보는게 정석이다. 전망대로 올라서자 눈을 의심하였다.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또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화산 폭발 당시 분화구였던 이 곳은 시간이 지나 드넓은 평야의 분지 지형을 형성하였다.
마을의 입구에 들어가니 논농사도 지었다고 전해지는 밭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울릉도에서 보통의 마을에는 밭에 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평지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경사지에서 경작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울릉도에 남아계시는 분들은 어르신들이 많다. 레일이 설치되자 사람의 이동은 물론 밭일을 위한 도구와 재료들을 옮기는 데에 힘이 덜 들게 되었다. 레일이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나리분지가 오히려 특이한 곳이었다.
눈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꽃과 밭작물이 보였다. 이게 뭘까? 궁금했지만 물어볼 만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은 관광객도 거의 없어 고요했다. 일행 중 초록창에서 사진을 찍어 어떤 식물인지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고 했다. 바로 시도해보았고, 생각보다 더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명이나물(산마늘)'이었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숲으로 트레킹을 가려 나무의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았다. 숲의 입구는 막혀있었다. 한동안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발길을 돌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가자 야영장 놀이터가 나왔다. 숲에서부터 야영장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는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릴만큼 나리분지는 고요했다. 놀이터를 둘러보다가 먼저 나무가 자리를 잡고 한 두명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리를 잡고 누워버렸던 것, 자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오두막에 누워 잠시동안이지만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울릉도산 나물들을 주재료로 만든 산채비빔밥을 맛보기 위해 조금 전 도착하자마자 예약해 두었던 나리촌식당으로 향했다. 5시로 다소 이른 저녁시간이어서 그런지 식당에는 다른 손님들이 없었다. 바깥 자리를 선택하고 앉았는데, 생각보다 조금 쌀쌀했다. 그래도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더 좋았다.
식전주로 막걸리 한 잔씩 마셨다. 현지 주민의 정보에 따르면 울릉도의 막걸리는 직접 담그지 않고, 육지에서 가져와서 호박 등을 섞어 판매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막걸리 맛이 반감되었다. 한모금 두모금 마시고 나니 더이상 손이 가지 않았다.
산나물회와 각각 한 사람에 하나씩 산채비빔밥을 주문했다. 나물마다의 식감과 양념 등이 어우러져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냈다. 나물만으로도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데치고 양념을 무쳐 나온 나물들이 참 맛있었다.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 나물만으로도 든든한 밥상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울릉도 30일살기 세번째 후보마을 현포마을을 향해 다시 차에 올랐다. 얼마전 방영된 TV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 이시언, 기안84, 헨리('나혼자산다' 세얼간이)가 야영했던 현포분교가 있는 마을이기도 했다. 나도 울릉도 오기 전에 경사지를 힘겹게 올라가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어 괜스레 기대가 되었다. 어느새 해가 조금씩 서쪽 하늘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현포마을은 비교적 폭이 넓은 항구도 갖추었고, 산지에 넓게 밭도 펼쳐져 있으며, 태하마을만큼 밀집해 있지 않지만 집들도 많이 있었다. 나리분지와 태하마을에는 학교도 없어진 상태에 비해 분교도 건재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을 가장 많이 본 곳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 거리에서 본 사람은 10명 미만이었다. 울릉도의 지형을 잘 활용한 마을이었다. 어선이 들어오는 항구와 산지에서는 나물 농사를 짓고, 이 곳에서는 고층에 속하는 3층짜리 빌라도 몇 채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빈집 또한 곳곳에 포착되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부초등학교 현포분교에 도착해 돌아보니 마을을 내려다 보였다.
학교에서 마을 골목을 거닐어 보려는데, 한번에 다 둘러보기 어렵게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지형에 따르다보니 항구에서부터 나뭇가지처럼 길이 만들어져 있어,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해야했다. 강행군으로 인해 마지막 고갯길은 결국 포기했다.
마을에서 단연 튀는 곳은 전면에 ‘PANA BLU’라 쓰여진 건물이었다. 울릉도 해양심층수를 제조하는 회사였다. 사무공간으로만 쓰이기에는 규모가 큰 것으로 보아 공장으로 추측되었다.
이 마을에서 가장 관심갖게 된 광경은 나물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떤 나물이고, 울릉도에서 주력으로 생산되고 있는건지 등등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예전 제주에 홀로 여행갔을 때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 땐 마늘이었다. 당시 비가 자주 내릴텐데, 바깥에서 말리는 게 가능할까 의아했었다. 울릉에서 건조하고 있는 이 나물은 완전 건조를 하려는 걸까?? 궁금증을 해결하고 오지 못한게 아쉽다.
그건 그렇고 이제 정말 지쳐버렸다. 돌아가자.-
저녁식사를 다소 이른 시간에 했지만, 허기가 지기에도 이른 시간이었다. 그치만 추천받은 옛날통닭집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천부마을로 향했다. 이름도 특이한 겐스빌치킨에 도착했다.(알고보니 프랜차이즈 업체이긴 했다.) 미리 예약해둔 터라 치킨은 금방 튀겨져 나왔다.
치킨 흡입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포장하는 손님도 있고, 홀엔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열심히 치킨을 드시고 계셨다. 치킨은 육지나 섬이나 진리였다. 아침부터 열일했던 하늘도 지쳤는지 구름이 가득해서 수평선 아래로 숨어버리는 해를 볼 수 없었다.
오늘 하루동안 아침부터 지금까지 운전해 주신 코디님이 정말정말 수고 많으셨다. 초행길이고 비포장도로가 난무한데다가 요즘엔 만나기 힘든 산길 꼬불꼬불 도로를 주행하는 건 정말 힘들텐데, 안내와 일정 조율 등의 역할까지 함께 해주셨다.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숙소가 있는 태하마을에 도착해서 파커와 밤거리 모습이 궁금해 골목을 하나로마트에서 초코바를 하나씩 먹으며 천천히 거닐어 보았다. 시원한 바닷공기가 흐르는 항구 주변과 집이 모여 있는 골목 모두 차분했다.
짧았던 하루의 경관원정대가 고단했는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씻고 그대로 쓰러졌다. 소셜라이징을 중요시하시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거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 살짝 아쉽기도 했다. 용량의 한계가 여기까지였던 걸로.. 꽉꽉 채웠던 두번째 날이 슬며시 끝이 났다.¶
[여정편]
01. 쉽게 갈 수 없는 섬
02. 노을 아래 디딘 첫 발걸음
05. 잔잔한 물결따라 떠나온 섬
[마을편]
06. 옹기종기 태하마을
07. 또다른 세계, 나리분지
08. 든든한 현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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