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oudocloud Jun 11. 2018

[울릉거닐다,여정편] 05. 잔잔한 물결따라 떠나온 섬

울릉도 임팩트리서치 with 로모, 2018.05.20-22

정든 태하마을을 떠나며,

나무와 훈훈이 수고해주셔서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먹고 섬게스트하우스 훈 사장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동네에 이틀동안 금새 정이 들어버렸다. 태하마을에서 떠난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컸다. 차분히 게스트하우스와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지내보지 못해서 더 그런가 보다. 한 공간 한 공간 다시금 둘러보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한번 누워보고 싶었던 해먹, by cloudocloud, 2018
게스트하우스 바로 뒤의 풍경이 예술이다, by cloudocloud, 2018
캐리어를 끄는 소리는 고요한 골목을 요란하게 했다(게스트하우스를 나서는 멤버들), by cloudocloud, 2018

오늘의 일정은 육지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들을 맞이 하는 도동항과 저동항을 거닐고, 저동항에서 육지로 나가는 스케쥴이었다. 뱃시간이 오후2시여서 오전 밖에 시간이 없었다. 이틀 전 깜깜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초등학교 이후 거의 만난 적없었던 산골짜기 꼬불꼬불 도로들, 계속 이어진 해안 일주도로, 오늘 날씨도 축복을 받았다. 잔잔한 파도와 구름 한 점없이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산골짜기 도로 중에서 단연 최고는 롤러코스터를 방불케하는 이 구간이었다. 2회전 후, 온전히 365도를 돌았다. 뿐만 아니라, 잠깐 멈춰 서서 바다를 보고 싶을 정도의 경관을 자랑했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롤러코스터 레일 위를 달리는 듯한 도로, by cloudocloud, 2018
바다는 언제나 봐도 좋다(해안 일주도로), by cloudocloud, 2018


큰 마을, 번화한 거리 도동항 

육지의 여느 읍내와 다를 바 없이 번화한 곳, 도동항이다. 아마도 어느 읍내보다 훨씬 활기찰지도 모른다. 울릉군청, 울릉읍사무소 등 울릉도의 거의 모든 관공서가 모여 있었다. 행정 처리를 위해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여태 다른 마을에서 보지 못한 미용실이 많았다. 

도동항, 사진에서 보던 것 그대로, by cloudocloud, 2018
눈에 많이 띄는 약국, 배멀미약을 꼭 준비하자, by cloudocloud, 2018
울릉군청사, by cloudocloud, 2018
빽빽이 언덕 중턱에 자리잡은 관공서와 주차된 차량들, by cloudocloud, 2018
오랜 시간을 보낸 민박집이자 도장집이자 커텐집, by cloudocloud, 2018
미용실의 흔적을 가진 화로구이집, by cloudocloud, 2018
이바지미용실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여긴 영신 이용원, by cloudocloud, 2018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by cloudocloud, 2018


항구 바로 근처 젊은이의 손길(되게 웃긴 표현이다....ㅋ)이 느껴지는 가게가 있었다. 매장을 공유하고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독도문방구오브레이다. 오브레는 오징어먹물빵을 직접 개발해 판매하고 계셨다. 슬로푸드로 인정받은 건강한 맛이었다. 다른 표현으로는 심심한 맛이다. 안에 들어있는 팥에서 단맛이 강하지 않았다. 식혀서 먹어도 좋고, 따뜻하게 해서 먹어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호박엿(본디 후방나무 수액으로 만들어진 엿으로 후방엿이나, '호박엿'으로 사람들이 발음하게 되어 호박을 첨가하게됨)보다 나은 것 같았다. 오브레에서 기념품으로 하나씩 세트를 샀다.  

독도문방구와 오브레가 나란히 위치해 있다, by cloudocloud, 2018
따뜻한 햇살과 든든해진 두 손, by cloudocloud, 2018 

남겨진 흔적, 일본식 건물들

이제껏 보았던 동네와는 정말 다른 풍경이었다. 오래되고 빛바랜 것부터 새로이 단장한 빼곡한 간판들, 곳곳에서 들려오는 공사소리들, 오히려 어색했다. 도동항에는 육지에서 퍼져있을 다양한 프로그램의 건물들이 한 곳에 밀집되어 혼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호텔, 나이트클럽과 같은 거리에 존재했다. 

도동항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골목, by cloudocloud, 2018
30~40년 가량 되었다는 울릉 호텔, 지난 답사팀에 따르면 맛보지 않아도 될 피자집이 있다고 한다, by cloudocloud, 2018
꽤 성황을 이루는 것으로 보이는 나이트, by cloudocloud, 2018

언덕길을 오르다가 일본식 가옥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하는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에 다달았다. 이 곳에는 카페(!)도 있고, 일본식 공간도 살펴보기 좋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다. 그런데, 마침 공휴일이라 개방을 하지 않고 있었다.(석가탄신일로 국가공휴일이었다.)  

울릉도 도동리 일본식 가옥
이 건물은 1910년대 일본인 벌목업자가 지은 2층 목조주택이다. 가옥에 사용된 목재는 개척당시 희귀목이었던 솔송나무, 규목, 삼나무이다. 2층 다다미방과 접객공간인 쇼인주쿠리, 비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덧창인 아마도 등 비교적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일식 가옥의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해방 이후 여관으로 잠시 쓰였다가 2008년까지 56년간 개인 주택으로 사용됐다.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일본식가옥,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 by cloudocloud, 2018

뒤이어 만난 곳은 옛 군수관사로 사용되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최고국가재건회의 의장 시절 방문했던 시설을 방문했다. 대문 앞 현판에 '울릉도에서 만나는 박정희 1962'로 크게 쓰여져 있었다. 복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의장일 당시 머물렀다던 옛 군수관사, by cloudocloud, 2018
일본식가옥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by cloudocloud, 2018

일본식 가옥으로 복원한 것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당시 주요 인사들이 오찬을 하고 있는 모습을 마네킹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마네킹으로 재현 안 하면 좋겠다.) 화장실(변소), 욕조도 1900년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복원 이전 사진을 보니 현재 모습과 너무도 달랐다. 1960~70년대에 볼 수 있을 만한 주택의 형태였다. 주황색 지붕과 하얀 벽면으로 마감된 모습이었다. 이 공간의 실제 맥락과 일본식 가옥으로의 복원이라는 맥락이 연결되는지 현장에서는 알 수 없어 아쉬웠다. 이전의 모습도 그 세월을 지나온 이야기들의 흔적이기에 재현 전의 모습으로 보존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동항에서 거닌 짧은 걸음

이곳을 이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짧은 찰나였다. 우리가 돌아본 모습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울릉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압축적으로 모여있는 도동항, by cloudocloud, 2018 

차량이 주차된 곳을 향해 가는 도중 마지막으로 만난 곳이 초등학교였다. 3층규모의 알록달록 예쁜 건물이었다. 울릉도에서 아이들을 볼 때마다 괜스레 반가움이 컸다. 청년들이 지방으로 이주를 고려하게 될 때, 육아와 양육 문제도 고려의 대상 중에서 크게 차지하게 될 것이다. 울릉도도 포함되는 요소이니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학교와 학원의 유무와 상태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도 중요하리라. 울릉도는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초등학교 규모도 달랐다, by cloudocloud, 2018
시골시골스러움 옆에 감각적인 미술교습소, by cloudocloud, 2018

울릉도는 독도에게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지점들, 독도교회, 독도문방구, 독도박물관 등등.. 

독도에 대한 선언이 유독 많았다, 교회 이름마저도, by cloudocloud, 2018
경사지를 이용해 밭으로 가꾸고, 경사지를 깎아 새 건물을 짓고, by cloudocloud, 2018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만찬, 물회

도동항에서 사동항 신비섬횟집으로 향했다. 대학 다닐 당시 포항에서 환여횟집, 마라도횟집 등 물회를 많이 접했던 터라 익숙했다.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물회가 선정되어 기분이 좋았다. 확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물회 맛은 좋았다. 이 식당만의 스타일은 고추장 1스푼 넣고, 가는 얼음이 동동 떠있는 육수를 3국자 넣어 비벼 먹는 것이었다. 많은 연예인들의 흔적도 있는 곳, 사장님은 인증샷 마니아ㅎㅎ  

육수를 담기 전 물회의 자태, by cloudocloud, 2018
시원한 광경이 펼쳐진 곳에서 멋진 식사를 마쳤다, by cloudocloud, 2018



섬에서 만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곧 육지로 돌아갈 시간이다. 저동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표를 구입하고, 여정에 대한 소회를 나눌 겸사겸사 카페를 찾았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운영되는, 거의 유일한 카페가 아닐까??? 감동까진 아니고, 답사팀 멤버들이 울릉도에 들어오면 가장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커피라고 했다. 여정 중에 커피를 찾던 멤버들은 믹스커피 마저 귀하다며..

저동항 여객선 터미널 매표소, by cloudocloud, 2018

이레 커피전문점에서 목을 축이고 카페인을 보충하며 울릉도에 대한 각자의 감상을 짧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약 1시간 반동안 울릉도에서의 임팩트있었던 시간들을 쭈욱 스캔하면서 30일 살이를 한다면 어떤 마을이 좋을 것 같고, 어떤 요소가 좋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에 대해서 깊이 있는 리서치와 고찰이 아닌 cognitive perception, 인지와 감각적인 접근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울릉도 일정에서 처음 만난 카페, by cloudocloud, 2018
울릉도의 쏘울이라고 한다, by cloudocloud, 2018

앞으로 몇 차례 더 로모 팀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리서치 기간을 가지고, 본격적인 프로젝트 돌입에 임할 계획이다. 앞으로 계속될 로모울릉도의 이야기를 주시해주기 바란다.


이륙하듯 물결따라 떠나온 섬 울릉도

삼일 내내 맑고 또 푸르렀다. 들어올 때 그리도 힘들게 하더니 떠나는 날이 너무나도 서운하리만큼 화창하고 시원한 모습이었다. 배에 오르기 못내 아쉬웠다. 

떠나기 직전이다, by cloudocloud, 2018
포항까지 함께 할 썬라이즈호, by cloudocloud, 2018

포항으로 돌아가는 바다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비행기를 타고 궤도에 올라 이동하고 있을 때와 유사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수면과 부딪히는 정도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망망대해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3시간 여만에 대한민국의 꼬리 지점,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끝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매우 안전히, 또 무사히 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유있게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예상보다 조금 지연되어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시간이 빠듯했다. 포항 여객선터미널에서 포항KTX역까지는 차로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최대한 빨리 내려 택시에 올라야 겨우 출발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썬라이즈호가 무사히 정박했다, by cloudocloud, 2018

출구가 하나인 탓에 5분 정도만에 배에서 내려 포항에 사시는 코디님과는 짧은 작별인사를 나누고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며 뛰다시피 빠져나왔다. 그러나 호출은 되지 않았고, 터미널 앞에 있는 택시들은 "대구!"를 연신 외쳐대기만 했다. 바깥 도로까지 나와서 운좋게 막 정차한 택시를 잡았다. 

급히 코디님과 인사를 나누고 빠르게 이동해야했다, by cloudocloud, 2018

친절하고 능숙한 기사분 덕분에 여유있게 포항역에 도착하였다. 더이상 뛰지 않고 플랫폼까지 무사히 안착했다. 상경하는 기차는 북적이는 탓에 한 자리에 모여서 가진 못했지만, 고단한지라 오히려 각자 쉴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울릉도 거닐다, 여정편을 마치며

포항에 8년을 살면서 울릉도는 늘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그렇지만 기회가 생기지 않아 인연이 아니겠거니 했었는데, 포항을 떠난 지 한참이 지나서 이번에 좋은 기회로 가게 되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들어 주시고, 함께 가자고 손잡아 주신 로모 멤버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이번 리서치에서 많이 수고해주신 유설완 코디님께도 무한한 고마움을 보낸다. 성북신나와 남산신나를 통해 알게 된 파커와 동행하게 된 것도 놀랍기도 하고 그 계기로 한결 더 마음 편히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파커의 울릉도 후기도 함께 공유한다. 


지난 3월, 로모는 울릉도 사전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울릉도를 오고 가며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섬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지역을 알아가고 지역에 맞는 솔루션을 내는 것은 이전 사례들을 비추어 보았을 때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들어간다고 해서 단기간에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불가능하고 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역에서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과 외부에서 막 들어간(갈) 사람들이 함께 꿈을 꾸고 때로는 같이 또 때로는 따로 각자의 모습대로 조화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시작하는 로모를 응원하고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닿는다면 다양한 형태로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여정편]은 여기서 마무리를 짓고, 이어서 [마을편]에서 로모가 30일 살이 후보지로 픽했던 세 마을에 태하마을, 나리분지마을, 현포마을을 거닐며 발견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요소들을 이야기해보겠다.¶



울릉거닐다 _contents 

[여정편]
01. 쉽게 갈 수 없는 섬 

02. 노을 아래 디딘 첫 걸음  

03. 울릉도 경관 원정대 part.1

04. 울릉도 경관 원정대 part.2

05. 잔잔한 물결따라 떠나온 섬

[마을편]
06. 옹기종기 태하마을

07. 또다른 세계, 나리분지

08. 든든한 현포마을


cloudocloud ⓒ 2018


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cloud.o.cloud  | urban.context.explorer@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아리랑고개 너머 만나게 된 청년들의 실험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