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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Jun 04. 2018

[울릉거닐다, 여정편] 03. 울릉도 경관 원정대-1

울릉도 임팩트리서치 with 로모, 2018.05.20-22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늘 밖에 없다. 

나무와 다른 게스트분들이 차려주신 아침상, by 나무, 2018

오전 9시, 부지런히 준비해주신 토스트와 과일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울릉도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오늘 하루뿐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30일간 머무르며 일하고 또 놀 만한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후보 마을 3곳을 둘러보고 장점/단점/필요요소 등을 살펴보는 게 우리의 임무였다. 


경관 하나. 태하마을과 파도공원, 수토역사전시관 전망대

먼저, 우리가 지내고 있는 태하마을과 그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항구 오른쪽을 따라 걸어가니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이 보였다. 20인승 객차 두 칸이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올라가는 거만 보고 살짝 지나쳤다. 

태하향목을 향해 오르는 모노레일의 구조물, by cloudocloud, 2018

몇 걸음 더 걸어가니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절벽 산책로에 오르기 위한 경사로가 있었다. 경사로 옆에서 먼저 황토굴을 만날 수 있었다. 화산재 퇴적물이 굳어서 형성된 응회암이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조선시대에 울릉도 순찰관리에게 상납했던 증거품의 하나였다. 황토에서 짠맛, 신맛, 매운맛 등 아홉가지 맛이 난다하여 '황토구미'라 불리운다고 한다. 나는 직접 맛은 보지 않았다. 

선명하게 오른쪽과 왼쪽의 바위가 구분된다, 황토구미, by cloudocloud, 2018
계속 진행되고 있는 침식으로 낙석위험이 있어 현재는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by cloudocloud, 2018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바위들이 파도 모양을 이룬다 하여 파도공원이라 이름붙인 경관을 보기 위해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해안절벽을 따라 데크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었다. 강한 바닷바람과 습기로 난간은 붉은 녹이 쓸어 있었고, 일부는 바람을 맞은 반대방향으로 휘어져있었다. 

경사로를 다 올라서 데크 끝까지 걸어가 마을방향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경사로를 올라 데크 끝에서 돌아본 태하마을, by cloudocloud, 2018

바위산을 끼고 돌자 용암이 만들어낸 바위들과 식물들이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하였다. BGM으로 쥬라기공원 사운드트랙이 머릿속에 연주되고 있었다. 데크를 따라 한 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광경이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사실 바다와 하늘, 그걸로도 충분했다.

파도소리를 BGM삼아, by cloudocloud, 2018
동해 바다, by cloudocloud, 2018

마을로 돌아와 골목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마을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최근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이는 연꽃구조물이 있는 절이었다. 단층주택이 여전히 주된 마을의 풍경을 이루고 있지만, 간간이 육지에서 들어온 도시형생활주택 형태의 3~4층 건물들도 보인다. 

절에서 바라본 태하마을, by cloudocloud, 2018
수토역사전시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태하마을 항구, by cloudocloud, 2018
몇 분만 언덕을 오르면 볼 수 있는 광경, by cloudocloud, 2018
조금 전 올랐던 경사로가 반대편으로 보인다, by cloudocloud, 2018

아침부터 산책로를 걷고 마을을 돌아보느라 배가 고팠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짜장면! 수요미식회는 아니고, 무한지대큐에도 출연했던 광장식당으로 결정했다. 

오늘의 점심은 광장반점, by cloudocloud, 2018

마을에는 바닷가 근처 이 곳에 딱 3곳의 중국음식점이 있었다. 그 외의 식당다운 곳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마을에 중국음식점이 귀해서 일까 육지사람, 섬사람들로 식당은 정신없이 붐볐다. 탕수육 大, 짜장면, 짬뽕을 각각 주문했다. 그런데 우리 음식을 잊으신건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방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걸까? 둘러보니 우리 일행보다 늦게 오신 분들의 음식은 다 나온 상태였다. 20분 더 기다려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짬뽕 국물은 해산물이 들어가 시원했고, 탕수육이 맛있었다. 찹쌀의 쫀득함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진 것 같다. 

동네에 있는 중국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해,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by cloudocloud, 2018
갓 튀겨져 나온 반짝반짝 탕수육, by cloudocloud, 2018 
불맛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던 짜장면, by cloudocloud, 2018


경관 둘. 바다를 바라보고, 숲 속을 바라보다, 관음도 

코디님이 다시 울릉도에 온다면 꼭 또다시 들리고 싶다고 얘기하신 곳, 관음도로 향했다. 서북면에 위치한 태하마을에서 동북면에 위치한 관음도까지 가는데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산지로 이루어진 섬이다보니 꼬불꼬불한 경사 도로가 운전하기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도로 상태 또한 좋지 않았다. 도로포장이 많이 손상되어 마치 비포장도로 같았다. 육지에서만큼 자주 보수를 할 수 없는 탓도 크리라. 2기본적인 인프라(도로, 상하수도, 항구 등) 정비하는 비용이 예산 반영이 시급해보였다.  

본 구간은 태하에서 관음도 가는 길에 만난 도로는 아니다, by cloudocloud, 2018 

코디님의 수고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관음도에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옆에선 터널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일주도로 공사였다. 진공과 먼지, 레미콘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올해 연말이면 완공될 계획이라고 하니 울릉도 교통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덕분에 자연이 파괴되는 건 사실이지만.. 일주도로를 따라오면서 생각보다 많은 터널이 이미 뚫려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왕래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관음도 입구 바로 옆에선 일주도로 터널공사가 한창이었다, by cloudocloud, 2018

성수기에는 관광버스도 여러 대 들어온다고 한다. 승용차 10대가 주차해도 가득차는 상황인데, 성수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추측컨대, 본래는 터널이 없고 도로의 끝이었기 때문에 차가 돌아나오고, 주차를 할 여유가 조금은 더 있었을 것 같다. 관음도는 울릉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데, 과연 어떻게 정리를 할지 의문이 들었다. 


고층건물에는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이를 건물의 코어라고 한다. 구조의 역할도 덤으로 하곤 한다. 건물 내부에 감춰져 있어 잘 볼 수 없는데, 코어가 바깥으로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울릉도 지형이 원체 절벽이다 보니 지형을 이용해 계단을 만들 수 없어 구조물을 옆에 덜컥 세우는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인공구조물이긴 하지만, 자연지형과 어울리도록 구조물을 만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들어갔다.  

관음도에 들어가기 위한 관문, by cloudocloud, 2018

관음도는 본래 울릉도와 연결되어 있던 섬이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에 의해 침식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따로 떨어졌다. 그전에는 다리로 연결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 다리가 만들어지지 않았을때는 섬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일까? 

다리를 건너자 시련이 찾아왔다. 앞에 보이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입고 간 바지가 시원했지만 등산에는 적합하지 않았나보다. 

울릉도 본 섬과 관음도를 잇는 다리 위에 서서, by cloudocloud, 2018

계단으로 섬의 정상 가까이까지 올라갔다. 섬이 직육면체처럼 생겼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육면체 옆면의 가파른 절벽을 계단으로 오르고 윗면의 완면한 평지가 산책로로 만들어져 있었다. 

계단을 다 오르고 돌아보니, by cloudocloud, 2018

계단을 다 오르고 산길을 조금 걸어가니 표지판과 벤치가 나왔다. 마침 쉬어가고 싶었던 차에 적절한 위치선정이었다. 

관음도 안내도, by cloudocloud, 2018

우리는 관음도 전망대 2, 관음도 전망대 3 순서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B코스를 따라 걷는 길에서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 손에 훼손이 덜 된 상태의 숲과 진한 푸른색 빛깔의 바다가 조화를 이루었다. 자연은 늘 진리이다. 

울릉도 본섬 해안도로가 보인다, by cloudocloud, 2018
관음도 B코스를 따라, by cloudocloud, 2018
아침보다는 구름이 조금 끼였다, by cloudocloud, 2018
구름이 봉우리를 살짝 가리었다, by cloudocloud, 2018
갈대밭과 수풀 사이로, by cloudocloud, 2018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그 앞에 떠 있는, by cloudocloud, 2018
고요하고 아름답다, 실제론 바람이 꽤 분다, by cloudocloud, 2018
되돌아가다, by cloudocloud, 2018

등산(?)을 마쳤으니, 한 잔 해야하지 않겠는가! 섬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추천하신 트럭에서 호박식혜를 샀다. 호박막걸리를 먹고 싶긴 했지만, 우리에겐 미션이 있으니! ㅎㅎㅎ 호불호가 있겠으나, 호박식혜는 놓쳐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식혜와 함께 든든하게 삶은 계란도 먹었다. 그래도 시원한 바닷바람과 조나단들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가기에는 제격이었다. 

2.5인 1호박식혜,  by cludocloud, 2018 

 

산산조각을 내야 껍질이 잘 벗겨진다던 삶은 계란, by cloudocloud, 2018

왔던 길로 되돌아 다음 장소로 향했다. ¶ 




울릉거닐다 _contents 

[여정편]
01. 쉽게 갈 수 없는 섬 

02. 노을 아래 디딘 첫 걸음  

03. 울릉도 경관 원정대 part.1

04. 울릉도 경관 원정대 part.2

05. 잔잔한 물결따라 떠나온 섬

[마을편]
06. 옹기종기 태하마을

07. 또다른 세계, 나리분지

08. 든든한 현포마을


cloudocloud ⓒ 2018



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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