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임팩트리서치 with 로모, 2018.05.20-22
배 속도가 줄어들며 접안하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항구의 풍경이 펼쳐졌다. 울릉도에 도착했다. 저동항에 내리자마자 한동대학교에서 파견된 유설완 코디님이 맞이해주셨다. 짧게 인사나누고 감격의 도착 인증샷을 남겼다. 그리고 정신없이 바로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유설완 코디님은 1차답사팀과 함께 들어와서 4일차를 보내고 계셨다. 그들을 보내고 난 뒤 사우나에서 쌓였던 피로를 풀고 있었다던 그는 우리가 들어오지 못할 거라 생각하셨다고 한다. 우리가 뚫고 온 바다 사정이 경험한 대로 정말 좋지 않았나 보다.
홀린 듯 따라간 곳은 정애식당이었다. 식당이 위치한 곳은 식당들이 여럿 위치하고 있는 먹자골목이었다. 당시에 눈여겨 보진 못했지만, 이 곳의 식당들은 대부분 같은 메뉴의 음식들을 팔고 있다고 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이었다. 메뉴판을 보고 가장 깜짝 놀란 건 가격이었다. 따개비밥이 15,000원... 도서지역이라고는 하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산물이 주재료로 이루어진 메뉴인데도 비싸다니..! 그러려니 해야하는 것일까? 따뜻한 국물과 밥을 후루룩 마시듯 먹고 나니 그제서야 정신이 좀 들었다.
배가 든든해지고 나니 그제서야 시야가 트이고 바다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항구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이면 어선이 들어오는 항구는 저녁무렵이어서 그런지 조용했다.
항구를 따라 걸으면서 귀여운 고양이를 만났다. 자동차 번호판에 웃는 얼굴로 부비고 있는 귀여움을 만났다.
코디님의 안내를 따라 걸어간 곳에서 터널이 나타났다. 마치 애니메이션 '쎈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 가족이 지났던 터널같았다. 이 곳을 천천히 지나자 화산이 식어 만들어진 바위들로 이루어진 절경이 펼쳐졌다. 다소 강한 바람과 파도에 추워서 움츠러 들었지만 처음으로 마주한 울릉도 해변 기암괴석의 절경은 눈을 사로잡았다. 눈 앞에 두고도 다 담아내기 힘들만큼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저동항과 도동항을 잇는 이 곳의 이름은 행남해안산책로이다. 사진은 물론, 영상으로도 현장의 느낌을 담을 수는 없었다. 이 곳에 조성된 산책로는 육지에서 본 다른 산책로와는 달리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었다.
발길을 돌려 다시 터널을 지나 돌아온 항구를 바라보니 울릉도의 대표적인 항구답게 많은 오징어와 고기잡이 어선들이 있었다. 우리는 각자 거리를 두고 방파제 옆에 자리잡고 있는 촛대바위를 바라보며 천천히 울릉도를 느껴보았다.
이제 우리가 묶게 될 숙소를 가 볼 시간이다. 차로 약 50분을 달려야했다. 섬을 가로질러서 갈 수 없고, 일주도로도 미완성된 탓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도로사정이 좋지는 않았다. 도로의 아스팔트는 많이 손상되어 있어, 사실상 비포장도로인 곳도 많았다. 울릉도에는 육지에 비해 도로와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 정비가 참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 도로는 상당기간 관리가 안 된 것같았다. 그리고 제주도 중산간에서 경험했던 그 이상의 산간 굽이굽이 도로를 만났다. 이 도로를 현지주민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좁은 도로를 곡예운전 이상으로 능숙하게 오고 갔다.
가는 길에 흥미있었던 구간을 만났다. 언젠가 이야기로만 들었던 신호등이 있는 터널이었다. 기술의 한계 등의 이유로 일방통행 터널을 뚫게 되었는데, 이 곳이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던 곳이라 했다. 도로상에는 보행자 도로도 없는 등 굳이 신호등이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문한 울릉도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터널도 왕복 2차선 도로로 뚫려있었고, 게다가 곳곳에 터널로 도로가 정비되어 있었다.
숙소가 위치한 태하마을에 도착했다. 먼저 눈에 띈건 마을 초입에 있는 사당 건물이었다. 다가가서 안내문을 보니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는 신당이었다. 마을의 오래된 스토리 중 하나. 골목을 따라 도착한 단층 퓨전형식(사장님의 표현에 따르면)의 주택이 우리가 머무를 섬 게스트하우스였다. 외갓집에 온듯한 분위기의 마당과 바닥에 삐걱대는 나무마루가 아늑하고 좋았다.
생각해 보니 아침부터 시작된 이동이 밤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고된 여정이었나보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 재미난 이야기들을 누운 채 한참을 듣다가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여정편]
01. 쉽게 갈 수 없는 섬
02. 노을 아래 디딘 첫 걸음
05. 잔잔한 물결따라 떠나온 섬
[마을편]
06. 옹기종기 태하마을
07. 또다른 세계, 나리분지
08. 든든한 현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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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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