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컨셉진 2번째 질문 | 내 인생의 컬처 작품 소개하기
전환의 순간에 만난 이야기가 있다.
순간의 감동과 쌓인 시간이 켜가 되어 사람들로 남아 여전히 살아 있다.
마이컨셉진 2번째 질문은 '내 인생의 컬처 작품 소개하기'다. 커뮤니티를 이야기하는 내가 만난 사람들(커뮤니티)를 느끼게 해 준 책, 영화, 음악을 소개한다.
Book
김현섭 글 김기훈 그림 《오예 스페셜티커피》
성수동 서울숲길엔 현재 수십 개의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금방 사라지기도 하고 오랜 시간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오예 스페셜티커피》의 저자 메쉬커피의 사장 김현섭씨와 김기훈씨를 처음 만난 건 2015년이다. 전면 유리창 너머로 로스터기 한 대와 작은 커피바가 전부인 8평 남짓한 공간, 2015년 1월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11월까지 만 7년을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호점이 굳건히 그곳을 지키고 있는 동안 여러 추억이 많이 있었다.
‘스페셜티 커피’의 맛과 매력을 두 분 사장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스페셜 티(Special Tea)’라고 오해를 해서 차와 관계가 있는 것인가 생각한 적도 있다. 곧 ‘스페셜티(Speacialty)’라는 걸 알아채고 속으로 웃었던 기억이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커피 협회(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향미, 후미, 바디, 밸런스 등 10가지 항목을 검사해 80점 이상을 획득한 커피를 말한다. 최근에는 좋은 퀄리티의 커피가 많아서 80점만 넘어서는 좋은 커피로 인정받기 어렵기도 하다. 이 책은 스페셜티 커피를 쉽고 편하게 접근하기 위한 안내서와 같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느껴지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천천히 누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스페셜티 커피를 접한지 3년 쯤 되니 조금씩 알아가고 싶어 졌던 차에 때마침 메쉬커피에서 책을 내 주셔서 더욱 반가웠다. 시작이 항상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3년동안 메쉬커피와 도쿄 4번, 상하이 1번, 교토 1번 등 다수 출장과 팝업 출점을 함께 해오면서 많은 커피인들을 만났다. 언제나 친절하고 낯선 이방인을 환대하고 도와주려 하는 따뜻함이 좋았다. 자신의 일에 대한 프로페셔널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바리스타는 어떤 사람일까? 스페셜티커피가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우리의 주문 ‘오예!스페셜티커피’를 외쳐보자.
Music
이승환 〈무적전설 1999〉
1999년 6집 〈The War in Life〉은 내가 처음 구입한 이승환의 정규 앨범이었다. 그때까진 ‘천일동안’이 내가 알고 있던 노래 전부였고, 흐느끼는 듯한 창법으로 매우 슬프게 노랠 하는 가수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콘서트 실황을 담은 앨범 〈무적전설 1999〉(30주년 기념 앨범 또한 동일한 네이밍이므로 구분하기 위해 발행연도를 붙였다.)을 통해 그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인트로부터 시작된 강력한 사운드와 소리만으로도 느껴지는 공연의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 공연에 눈을 뜨게 된 바로 그 순간!
2002년 겨울, 수능이 끝나고 대구 시내의 한 작은 카페를 알게 되었다. 무려 이름이 ‘무적카페’, 그때부터 세이클럽을 통해 결성된 ‘환장팩토리’가 무적카페를 거점으로 뜨거운 겨울을 불태웠다. 엠티도 가고 자주 모이면서 끈끈한 동지애를 느꼈다. 함께 간 가장 큰 공연은 2003년 5월,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린 ‘끝장’이었다. 이 공연은 장장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어 마침내 공연 후 기차놀이를 하다가 내 다리에 쥐가 나는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내가 군대 가기 전까지 꾸준한 만남과 크고 작은 콘서트 관람을 이어갔다. 따뜻하고 뜨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무적전설 1999〉은 무엇보다 퀄리티 높은 공연을 만들고자 앞섰고, 사운드에 진심인 이승환과 스태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웰메이드 작품이다. ‘공연 실황’이라는 용어를 예전에는 많이 썼었는데, 녹음되는 사운드와 공연장에서 구현하는 사운드는 감각적으로도 다르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두 방향 모두를 잘 살려낸 좋은 앨범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1989년 데뷔 이래 2022년 지금까지도 매년 많은 공연을 소화해내고 있는 뮤지션 이승환, 앞으로도 그의 음악을 무대에서 더 오래 들을 수 있길 바란다.
Movie
크리스 콜럼버스(원작 : 조나단 라슨) 〈렌트(RENT)〉
뮤지컬로 유명한 동명의 영화 〈렌트(RENT)〉,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렌트의 창작자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을 그린 영화 〈틱,틱,붐!〉을 보고 바로 찾아서 영화를 보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넘버 《Seasons of Love》로 유명한 뮤지컬! 렌트의 10주년을 맞아 초연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직접 출연해 영화화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뮤지컬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그 현장감을 오리지널 팀을 통해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ème)〉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조나단 라슨이 각색해 1990년대 뉴욕의 모습을 그대로 극에 투영했다. 자신의 꿈, 사랑, 동성애, 에이즈 등을 소재로, 가난한 예술가의 희노애락, 특히 그들의 애환을 잘 다루었다. 30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임에도 요즘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 시대를 넘어 관통하는 청춘들의 삶의 동질감이 느껴졌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 8명을 보면서 렌트에서 집중했던 부분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또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기댈 수 있는 커뮤니티다. 이번에 책, 음반, 영화를 다루면서 커뮤니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대단한 목적이 있어야 커뮤니티인 건 아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공감하고 돕고 울고 웃는 사람들이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 삶을 나눌 커뮤니티를 찾아 나가길 바란다.
Drama
김원석 연출, 박해영 극본〈나의 아저씨〉
대기업 부장이자 삼형제 중 2남인 동훈, 부모님이 남긴 빚에 쫓기고 아픈 할머니와 함께 남겨진 지안의 이야기. '나의 아저씨'는 완벽한 환타지다. 두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 가다보면, 그 슬픔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너무나도 아프고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는,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지안 앞에 동훈은 그를 사람으로 대해준 유일한 존재였다. (정당방위였지만) '살인자'라는 낙인, 빚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사채, 불법도청)을 하게 되는 상황들 속에서도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한 건 후계동 '커뮤니티'다.(동네 이름은 아마도 후암동과 서계동을 합친 이름이 아닐까 생각됐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온걸지도 모르겠다.) 온 마을 사람들이 서로 알고 있는 동네, 저녁이면 동네 술집 '정희네'로 사람들이 모인다. 드라마를 볼 당시에 커뮤니티바 '삼만항'을 운영하고 있던 시점이라 더 감정이 이입됐다. 과연 이러한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는 가능할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우리는 따뜻한 존재로서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을까. 마지막 대사로 스스로에게 다시금 물음을 던진다.
지안 至安,
평안함에 이르렀는가
글 _ 최성우 cloud.o.cloud
마이컨셉진 캠프는 나 자신을 주제로 만들어 보는 단 한권의 매거진입니다. 매거진 컨셉진의 브랜드 '미션캠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11월 8일부터 12월 13일까지 6주간 매주 던져지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https://missioncam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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