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다

마이컨셉진 3번째 질문 | 나에 대해 들여다 보는 인터뷰 진행하기

by cloudocloud
나 자신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 보고 답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스스로를 되돌아 보며 뒷걸음질 치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을 가져 보게 되었다.


마이컨셉진 3번째 질문은 '나에 대해 들여다 보는 인터뷰 진행하기'다. 인터뷰이가 되어 물음에 답해 본다.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걸까.


사진 _ 곽신, 제주, 2021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거닐고 이야기하는 사람, 최성우입니다. 저를 소개할 때면 세 가지 키워드를 이야기하곤 해요. ‘공간, 커뮤니티, 사람’. 공간을 만듭니다.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사람들이 정주하고 생활하는 공간이 어떠해야 할지 기획하고 설계해서 만들기까지 전반의 과정을 바라봅니다.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모일지 어떤 사람과 함께 할 지 관심을 기울입니다. 단 한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 한 사람의 존재 자체가 매우 중요하고 귀합니다. 존중받고 존중하는 서로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2.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준비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그동안 해왔던 일을 회고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 방향을 조정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마이컨셉진에 참여하게 된 계기 역시 이 때문입니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무엇을 해왔었는지를 먼저 되짚어 보면 앞으로에 대한 힌트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답사 다니고 프로젝트 했던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올 한해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거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3. 본인의 성격을 단어로 표현하면 어떤 단어들이 어울릴까요?


'조용함', '감성적', '즉흥적'이란 단어가 떠올라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요. 어떤 때엔 수다스러워지기도 하지만요. 사색하며 산책하고 거니는 걸 좋아합니다. 저녁이면 한강 산책하러 가는걸 즐겨요. 언젠가부터 계획하기 보다 즉흥적으로 그때의 분위기와 마음에 따라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저 INFP에요.


4.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과 자신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연결하는 일을 잘해 왔던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일을 연결해 주는 것을 즐거워해요. 언젠가부터 연결하는 일을 해와서 그런 걸까요? 사람들이 알게 되고 또 함께 일하고 친구가 되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요. 재미있게 그 일을 했었던 때가 성수동에서였어요. 동네 커뮤니티 매니저로 소셜벤처, 지역 소상공인, 지자체, 주민들과 두루 교류하며 보냈었던 3년의 기억이 매우 강렬해요. 그에 비해 여러 사람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요.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5.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면 행복해요. 아름다운 공간에 갈 때, 아름다운 물건을 보았을 때,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매우 행복합니다. 그 아름다움이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해요. 아름다운 것이 단순히 값이 비싼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갈수록 아름다움을 일부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 안타까워요.


행복하게 하는 것, 아름다움에 대해 무엇으로 이야기해볼까 하다 찾은 사진이에요. 최근에 만난 자연이 알려준 아름다움이죠. 11월 살짝 쌀쌀한 바람이 부는 늦가을, 소도시트래블의 시범 투어로 다녀온 경북 울진군에서 만난 구산리 뒷산이 비친 왕피천이에요.

사진 _ 최성우, 왕피천, 경북 울진, 2022


6. 당신의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삶의 방향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서 큰 각도로 틀 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사람은 지도교수 김학철 교수님이었던 거 같아요. 학교 다니는 내내 익숙하게 접했던 ‘공동체’라는 키워드를 더 강하게 경험하도록 해준 분이기도 하거든요. 건축가이자 목사이신 교수님은 자신을 목수라 칭하시기도 했는데요. 교수님을 통해서 국내뿐만 아니라 터키,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 건축 프로젝트를 참여하는 기회도 가졌고, 방학 동안 태국 현지 사람들과 1개월 동안 함께 지내며 공동체 생활을 했던 경험들은 '커뮤니티'에 꽂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어요. 단 한 분만으로 삶이 변화했다고 믿진 않습니다. 시기마다 적절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7. 결과가 좋든, 나쁘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도전은 무엇인가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했던 저에게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어떤 자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습니다. 2013년 당시 시작한 일이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주된 일이었어요. 순간순간 떨리고 쉽지 않았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알게 된 ‘오픈팩토리’라는 커뮤니티, 'Universial Happiness'를 지향하는 문화를 가진, 꿈을 꾸는 이상 세계와 같은 곳이었어요. 요즘은 살롱 문화가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멤버십 비용을 내고 참여하는 몇 안 되는 곳이었죠. 당시 제가 어떠했냐면 신청한 후 모두 멤버십이 되는 것이 아니라 컬쳐 핏을 맞춰보는 면접의 시간이 있었어요. 면접을 위해 커뮤니티 공간 문 앞에서 얼마 동안 되돌아갈까 망설였어요. 그만큼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요. 그곳에서 많은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프로젝트,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컬러미라드 이벤트에 참여했을 당시입니다. 재미있어 보이죠?


사진 _ 오픈컬리지, 미상, 컬러미라드, 올림픽주경기장, 2014


8.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어요.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 어려움을 이겨낸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최근 힘든 시기였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온 국민, 전 세계가 힘겨워했고 여전히 끝이 나지 않았죠. 코로나의 기나긴 시간 동안의 답답함과 이별의 아픔과 우리 사회의 답답한 모습들을 마주하면서 무기력함이 몰려왔어요. 열정적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고 있어요. 1년 전 퇴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며 작년 후반기를 보내다가 올해 전반기에 조금씩 일을 했지만, 에너지가 정상궤도로 올라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커요.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무엇이 될지 발견하는 과정에 있어요.


9. 주로 어떨 때 슬럼프가 오고, 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결과를 만들었을 때, 보람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슬럼프를 겪는 거 같아요. 그럴 때면 저 자신에 집중하고 푹 쉬는 시간을 가지거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균형 있게 가지면서 극복했던 거 같아요.몸과 마음이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 다시 움직일 힘을 낼 수 있는 거죠.


10.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메쉬커피와 거의 월 1회마다 카페투어를 갔었던 시절이 있어요. 2016~2017년이 그 때죠. 도쿄로, 교토로, 상해로 등등 출장을 동행하며 바리스타 커뮤니티를 만나고 함께 교류했던 시간이었죠. 금요일 저녁 카페 마감을 하고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을 매번 소화하면서도 월요일에 카페 오픈을 하셨던(사실은 생존을 위해 그렇게 타이트하게 운영하신 것이지만요) 두 사장님과 함께 다녔던 열정적인 순간!


아래 사진은 글리치 커피(Glitch Coffee) 등 스페셜티 커피 팀들이 조직해 개최한 2017년 4월 커피콜렉션(Coffee Collection) 'Discover'에 초대되어 참여한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기훈 사장님의 친구이자 일본어 통역을 맡아주신 최종찬 디자이너님, 메쉬커피 김기훈 사장님, 저, 메쉬커피 김현섭 사장님입니다.

사진 _ @kazu_poon at Coffee Collection, Tokyo, 2017


11.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실패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첫 직장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겪었던 일들이 '실패'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지속가능성을 갖추거나 준비하지 않고 오로지 ‘사회적 가치’, ‘소셜 미션’만을 내세우기만 하다가는 실제로 가치와 미션은 커녕 생존 자체의 위협을 받게 되고, 조직으로서 하나의 단체로서 부적합할 수 있겠다는 거였어요. 일을 하다보면 '지속가능'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되는 지점을 배웠던 시간었어요.


12. 만약에 당신에게 100억이 생긴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마음껏 상상해 보세요.


예전부터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한 동네에서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을 다 해줄 순 없지만,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투자하고 싶어요. 그리고 의미있는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벤처들에 투자하는 일도 하고 싶어요. 기후 위기, 사회약자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직접 뛰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13. 요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든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요즘 저는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마음에 들진 않아요. 그렇다고 싫진 않아요. 이런 시절도 있는 거죠, 뭐. 힘없이 무기력한 순간들이 많지만, 이 순간을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여러 의미로 저는 위대한 삶을 살아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기대됩니다. 방향을 잡기 위한 시간이자 힘을 충전하는 시간을 그래서 더욱 잘 보내려고요.


사진 _ 보미, 성수동 LCDC, 2022


14. 지금 당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삶을 이어 나갈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단순하게 어떤 직장에 들어가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거기에는 어떤 사람이 동반자, 반려자가 될까 하는 고민도 함께에요. 혼자서 살아가는 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삶이 더욱 즐겁고 풍성하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15.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요?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아름답게 삶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에요. 그것을 이뤄나가면서 세상에 이롭고 다른 생명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해요. 그것이 곧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키는 것이자 제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 해야 할 역할이에요.


사진 _ 최성우, 코펜하겐, 2017


16. 10년 뒤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십을 앞두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서른을 앞둔 10년 전에도, 마흔을 앞둔 현재도 고민이 많지만 예측할 수 없고 또 새로운 기회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기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쌓아가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아내고 있지 않을까 해요.


17. 당신의 묘비명에는 무엇을 남기고 싶나요?


"언제나 한결같이,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거닐던 사람, 이곳에 잠들다"


글, 사진 _ 최성우 cloud.o.cloud

커버 사진 _ 최성우, 제주, 2022

마이컨셉진 캠프는 나 자신을 주제로 만들어 보는 단 한권의 매거진입니다. 매거진 컨셉진의 브랜드 '미션캠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11월 8일부터 12월 13일까지 6주간 매주 던져지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https://missioncam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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