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장소들 BTS힐링성지 아원고택 위봉산성과 근교 카페 헤일로92
지난해(2022) 효웅님과 완주 답사를 다녀온 후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효웅님은 아내 초롱님과 함께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3개월 간의 완주 살이를 통해 인연이 되어 완주에서의 1년 살이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으시다. 연말에 뵙지 못해 근황도 궁금했고, 새해가 되자마자 완주로 찾아가기로 했다. 가보고 싶었는데 기차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못 갔던 곳들도 가보고 말이다. 그래서 하루 전 일정 조율을 마치고 바로 떠났다.
지난 번에는 익산역을 완주로 가는 경유지로 정했다. 이유는 익산의 구도심을 둘러보고 싶어서였다. 내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자 했던 것. 2013년 원도심에서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가봤었다. 그 당시의 골목과 공간들에 대한 기억은 매우 희미하지만, 감각적으로 남아있는 여운이 있었다. 현재의 모습이 궁금했다. (익산 구도심을 다녀왔던 이야기는 2022년 페이지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현재 작성중으로 추후 공개 예정이다.) 이번엔 전주역을 경유지로 선택했다. 전주역에 KTX가 정차하는 걸 이번에 알았고, 완주에 더 근접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익산역과 전주역은 KTX로 약 20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놀랐다. 자동차를 통해 이동해도 비슷하게 걸릴거 같은데?
전주역을 경유지로 전주에 온건 아마도 처음이다. 전주는 경유지이기보다 여행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위해 왔었고, 한옥마을의 변화상을 목도하고자 왔었던 기억이 있다. 전주역 플랫폼으로 곧장 바깥으로 빠져나오자 택시를 기다리는 긴 행렬이 보였다. 지나가는 도로와 택시 정차 도로는 이미 하나가 되어 서행하고 있었다. 정체해 잠시 기다린 후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효웅님과 초롱님이었다. 바로 차에 올라타 먼저 점심 메뉴를 선택하기로 했다. 여러 후보군이 있었는데, 순대, 닭볶음탕, 제육볶음 중 고르면 되었다. (사실 후보가 더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아원고택 가는 길, 그 선상에 식당이 위치해 있었다. (이제는) 현지 로컬 효웅님의 여행 동선은 다 계획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 송원가든은 이름부터 도심 근교에 위치한 오래된 식당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택인듯 식당인듯 애매한 모습말이다. 커다란 간판이 ‘이 곳은 식당이 확실해’라고 외치고 있었다. 어머님 홀로 운영하고 계셨는데, 아마도 평일 점심이라 그러리라. 주말이나 저녁엔 제법 소란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손님은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두 분과 우리 셋이 전부였다. 조금 기다렸다가 차려져 나온 닭볶음탕의 비쥬얼이 놀라웠다. 우선, 우리가 치킨을 주문했을 때의 닭이 아니었다. '토종닭'이라고 하셨다. 닭다리 길이하며 크기하며 칠면조인줄 알았다. 살짝 달고 매운 맛도 좋았다. 맞다! 여기의 포인트는 3년 묵은 "묵은지" 닭볶음탕이라는 것! 닭발과도 인사해서 살짝 놀라긴 했지만, 시골 밥상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맛있는 한 끼였다.
[위치정보] 송원가든
- 주소 :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 202-13
- 운영시간 : 매일 10:00~22:00
- 연락처 : 063-243-1670
식당을 나와 도로를 5분쯤 달리다보니 기와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성한옥마을’ 표지판을 살짝 지나 아원고택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주차요원 선생님이 주차 유도까지 도와주시며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 눈앞에는 생각했던 것과 조금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한옥이 아니라,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여기가 카페인가보다.' 생각하며 입구를 들어서자 무인 매표 기계(키오스크)가 있었다. (입장료: 1인 1만원) 무인 개찰구를 지나면, 다시 실외이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실내로 들어간적은 없었다. 노출콘크리트 파빌리온에는 미디어 아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출입구 역할로 동선을 만들기 위한 목적의 공간인 것이다. 미디어아트가 설치된 기둥과 한 쪽 벽면은 전면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종남산과 주변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출입금지 표지판과 화살표로 유도된 동선을 따라가 이번에야말로 카페가 나왔다. 높은 축대 위로 한옥이 살짝 보이고, 그 아래 동굴 들어가듯 카페로 진입했다. 역시 노출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졌다. 연못을 돌아 그 위로 보이는 하늘이 반가웠다. 유리없이 지붕이 통으로 열리는 구조였다. 반대편 센터에 매달려 있는 새집과 유사한 형상의 구조물과 벽면의 작품들. 이곳은 카페보다는 갤러리에 가까웠다. (실제로도 아원 웹사이트의 공간 소개는 아원 갤러리(뮤지엄)으로 되어 있었다.)
OMA(오마)의 작품 'Time Drop'은 체험할 수 있는 작품으로 3~5분간 레코딩된 사운드를 들으며 암흑같은 쉘터 공간에서 명상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초롱님이 예약해 주신 덕분에 3명 모두 체험을 해 볼 수 있었다. (현장 예약 가능)
크게 열린 공간에서 작은 쉘터 속에 들어가보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헤드폰이 노이즈 캔슬링이 완벽히 되지 않아 갤러리 내 BGM이 새어 들어와 집중에 방해를 했던 점은 다소 아쉬었다.
갤러리 입구와 반대편 출입구로 계단을 통해 오르자 잘 조성한 대나무숲길이 펼쳐졌다. 자연스럽게 산책로로 유도했고, 안내하는 동선에 따라 걸어보았다. 길지 않은 길이었지만, 자연의 소리만 들으며 세상과 완벽히 차단되는 듯 했다. 5분 남짓되는 길임에도 자연이 주는 에너지로 충만해졌다.
산책길을 따라 걷고 나서 3채의 한옥을 양옆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사이에 또다른 콘크리트 건물이 자리해 있었다. 이제서야 알았다. 이곳은 숙소로 운영중이었고, 그래서 체크인 시간인 오후 4시까지 누구나 올 수 있게 열려 있는 것이었다. 그 시간 이후로는 온전히 숙소에 머무르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되는 것. 그런데 한옥 배치가 어딘가 어색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도 하나보다, 오래된 곳이니 담장이나 다른 부분들이 소실되기도 했겠지 했다. 그러나 며칠 뒤 찾아보니 다 다른 지역에서 옮겨 세운 것이었다. (두둥)
전북 정읍에서 옮겨온 현재 명칭 '천지인-만휴당' 대청마루에 앉아 한참을 종남산을 바라보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능선을 따라 보이는 나무 실루엣이 낯선듯 아름다웠다. 중부지방이나 강원도 산간에서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었던 거 같다. 완주 근교 산은 모두 그런 모습이었다.
[위치정보] 아원 고택 AWON
- 주소 :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 516-7
- 운영 시간 : 아원고택 매일 12:00~16:00, 아원갤러리 매일 11:00~17:00
- 홈페이지 http://www.awon.kr/
- 인스타그램 instagram.com/awon_hanok/
BTS의 화보 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해 이곳이 로케이션된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위봉산성에 설치된 표지판도 확인을 하고 왔다. 위봉산성은 성문과 흙과 돌로 쌓은 성곽이 일부 남아 있었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인해 땅이 많이 질고 미끄러웠다. 조금조금 올라 굽이굽이 이어진 산을 바라보며 이 곳을 지켰던 사람들, 이 성을 축조하기 위해 동원되고 애썼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위봉폭포까지 가볼까 했었다. 겨울 폭포도 아름답겠지만, 따뜻한 계절을 기약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위봉산성까지 오는 길이 잠깐이었지만, 미시령 고개를 넘던 꼬불꼬불한 도로가 떠올랐다. 강원도를 가기 위해, 경상도를 가기 위해 예전에는 산맥을 넘어야 했다. 최근엔 위험한 산길 도로를 넘을 일은 거의 없다. 터널이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데에 부담은 되지만, 가끔 산길 도로를 따라 넘어 가고 싶을 때가 있다.
[참고] 사적 완주 위봉산성 (출처 : 국가문화유산포털 heritage.go.kr)
위봉산성은 조선 후기 변란을 대비하여 주민들을 대피 시켜 보호할 목적으로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숙종 원년(1675)~숙종 8년(1682)에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다른 산성과는 달리 군사적 목적뿐만이 아니라 유사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시기 위한 행궁을 성 내부에 두는 등 조선 후기 성곽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완주의 지리는 매우 독특하다. 지도에서 완주의 영역을 확인해 보면 전주를 북서부터 남서까지 감싸고, 서쪽에 섬처럼 한 지역이 표시된다. 전주와 완주는 같은 생활권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다른 시와 군으로 분리되어 있는 스토리가 궁금했다. 우리가 방문한 소양면에서도 30분 거리, 효웅님이 거점으로 있는 고산면과는 40분 거리에 있는 구이면으로 이동했다. 구이저수지와 전북도립미술관, 유휴열미술관 등 문화 공간과 근교 대형 카페들이 많은 지역으로 얼마 전 완주에 온 대학 친구 동우를 만나러 올 겸 카페 헤일로92을 방문했다. 이곳까지도 효웅님, 초롱님이 동행해 주시고 차를 태워 주시기도 했다.
연말 내렸던 눈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설경을 연출하고 있는 치마산 자락이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고 있고, 물줄기가 내려와 연못을 이루고 있는 공간에 위치한 헤일리92는 베이커리 카페다. 평일 오후 시간이라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가족들, 연인들이 느긋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외부 공간에도 앉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지난 가을 사진을 보니 빨갛게 물든 단풍이 절경이었다. 여름에는 남쪽 하늘에 은하수도 뚜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순간들을 포착하기 좋겠구나!
[위치정보] : 카페 헤일로92
- 주소 : 전북 완주군 구이면 구이로 1082-28
- 운영시간 : 월-일 10:30~20:00
- 홈페이지 : halo92.com
-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cafe_halo92/
반나절 완주를 만나고 다시 KTX에 올랐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사람이었다. 효웅님 부부와 동우.
많은 장소에 가진 않았지만,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 식사하는 시간들로 충분했다. 미처 알지 못했는데, 찾아보고 나니 궁금한 곳들도 생겼다. 계절에 따라 느껴지는 다른 감각도 만끽하기 위해 봄이 찾아오면 완주를 다시 한번 찾아 가야지. (끝) 2023년 1월
표지사진 : 완주군 구이면 도로에서 바라본 풍경 ⓒ 2023.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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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최성우 cloudo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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