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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Feb 10. 2023

5년 만에 다시 ‘자연스럽게 그리기’

2023 #전시들 ‘길을 찾는 걸음’ | '자연스럽게 그리기' 파트 2

동네 친구 아타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리기' 전시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동안 꾸준히 운영해 오시고 계시다는 소식이 참 반가웠다. 이 프로젝트와는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재훈쌤(aka. 제롬)과 연남동에서 소프트유니브 등 만들어 가고 계셨던 세계관에 대해서 2시간 여 대화했던 것을 계기로 바로 다음 시작되는 시즌에 참여했다. 2018년 2월과 3월에 걸쳐 북촌의 한옥에서 열렸다. 한옥 곳곳에 자리 잡고 앉아 집안에 있는 사물들, 처마에 앉아 지붕선과 식물이 심긴 화분 등등 도심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와 함께 그릴 수 있는 시간은 깊이 감동으로 남아 있다. (2018.02.20, 27, 03.06, 13)


그날들의 분위기


자연스럽게 그리기 NMARA SPACE 東齋 ⓒ 2018. 최성우

4주 동안 북촌으로 산책 나가듯 떠난 여정이 즐거웠다. 그때의 그림을 다시 보니 신기하기도 하다. 과거의 나는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구나. 망설이기도 하고 때론 거침없이 또한 행복하게 선을 그었구나. 우리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재훈쌤의 이야기를 듣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그림을 그리고 다시 모여서 대화하고 또다시 그리는 시간을 누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때의 공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아래는 그때 그었던 선과 터치가 담긴 나의 그림들이다.


나의 드로잉들 ⓒ 2018. 최성우


재훈쌤이 나눠주셨던 말들을 몇 가지 공유해 본다.


"모든 창작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나를 느낌으로부터 시작된다."

"향유하라. 그것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는 방법이다."

"내가 보고 있는 것, 본 것을 그리는 것이지 보이기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다."
- by 류재훈(aka. Jerome) | 소프트유니버스, 미미연구소 소장

 



다시 2023년


오후 늦게 홍대입구역 인근 극장에서 추억의 만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나니 퇴근 시간 무렵이었다. 서쪽에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었지만 바람은 여전히 제법 찼다. 감기 기운인가? 살짝 두통 기운이 있어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대로 집으로 향할지, 전시를 보러 갈지를 말이다. 전시도 이제 막 시작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급하지 않았다. 가보기로 했으니,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전시가 열리는 '88파운드'는 경의선 숲길 공원을 가좌역 방향으로 끝까지 올라와 다시 홍제천이 보이는 길을 향해 돌아가자 보였는데, 마치 숨어 있는 듯했다. 아마도 자주 오는 거리가 아니라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참가자이기도 한 아타에게 도슨트를 부탁하고자 만나기로 해서 바깥에서 잠깐 두리번 주변을 살피며 기다렸다. 아타가 도착하고 그림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봤다.

88POUND 외부 ⓒ 2023. 최성우
88 POUND 출입문, 전시 포스터가 붙어 있다.  ⓒ 2023. 최성우


'길을 찾는 걸음' - '자연스럽게 그리기' part 2 참가자그룹전

- 기간 : 2023.01.05 ~ 01.29.
- 일시 : 수-일 11:00 ~ 20:00
- 장소 : 88 POUND 서울시 마포구 연남로13길 9(연남동 487-424)
- 참가자 : 거님, 온수, 나융, 유미, 미카, 성민, 수빈


하얀 벽면 가득, 책장 뒷면을 활용해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니 7명 참가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듯했다. '자연스럽게 그리기'에서는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재료도 사용하지만, 나뭇가지에 잉크, 물감을 찍어 그리거나, 종이를 찢고 잘라 표현하는 등 다양한 재료와 방식을 사용해 보게 된다. 타이틀 그대로 자연스럽게 그려보는 시간인 것.

작품들 1 ⓒ 2023. 최성우
작품들 2 ⓒ 2023. 최성우
작품들 3 ⓒ 2023. 최성우
이곳의 일상에도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 2023. 최성우

이번 전시는 카페의 일상에, 손님들의 시간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 것만 같아 좋았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공간이 좁아서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멀스멀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그리기'답달까! 공간에도 묻어나는 그들만의 색깔이 잘 드러난 전시였던 거 같다.


최근 재훈쌤이 페이스북에 공유해 주신 글로 이번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본다.  

"창작, 체험, 문화 예술교육.. 중요한 것은, 참여자가 ‘주체’로서 경험하고, 발견하고,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목적에 부합한 성공적인(가시적인) 결과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면, ‘과정’을 대신해 주거나 아예 생략해 버리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결과를 자기 것으로(자기 경험과 배움으로) 가져가려면, 진정으로 만족하려면, 그 과정에 본인이 스스로 시간과 힘을 쏟은 기억이 생생해야 합니다. 그것을 돕는 환경과 관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즐거운 여행, 근사한 초대에 더하여, ‘예술’의 이름으로 그 고유성과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다면, 이 전체 프로젝트의 동기와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주체로 존중받은, 좋은 관계와 환경에서의 경험이 내일을 보는 눈과 오늘을 사는 힘이 될 것입니다." by 류재훈(75제롬) 소프트유니버스, 미미연구소 소장

(출처 : 류재훈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arantokky )


2023년 1월 5일 만나고,

2023년 2월 8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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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최성우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사람을 만나고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cloud.o.cloud  | urban.context.explor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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